이직 1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1.새로워서 즐거웠던 일들
일터를 옮겼다. 작년 이맘때쯤에. 전혀 다른 분야로 이직한 경력직은 이것저것 신기해하며 일을 시작했고 채용도 해보고 팀도 세팅하고 새 회사 분위기에 적응도 하고 뭐 그러다보니 1년하고도 한 달이 훌쩍 갔는데...! 나는 지금 어디서 뭘하고 있나 스스로 돌아볼 겸+입사 1주년도 기념할 겸 이래저래 겸사겸사 남겨보는 그간의 기록.
이직하고 많이 받은 질문들에 했던 대답들을 글로 썼는데 생각보다 길어져서 두 편으로 나눴다. 설렘과 불안을 동시에 수반하는 새로움의 속성은 나의 새 일에도 어김없이 적용되어 즐거운 일과 어려운 일이 모두 있었으나! 좋은 게 더 많았으니 좋은 얘기부터 시작.
Q1. 어디로 갔나?
모바일 애드테크 회사에서 화장품 회사로 왔다. 이직은 처음이 아니지만 화장품 회사는 처음이고. 2010년부터 기업 홍보팀이나 홍보대행사에서 쭉 일했지만 그동안 내게 주어진 PR 소재는 거의 IT 기술이나 서비스, 국제회의 같이 뭔가 손에 잡히지 않는 종류의 것들이었다. 또 대부분 B2B였고. 이번에 주어진 PR 소재는 B2C고, 물성을 띤다.
새 일터 소개를 먼저 간단히 해보자면 위시컴퍼니는 화장품 중에서도 스킨케어 제품을 만든다. 40여 개 국가에 판매하고, 스킨케어에 관한 컨텐츠를 만들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 이야기한다. 메인 브랜드는 클레어스 Klairs, 바이위시트렌드 ByWishtrend. 그리고 직접 운영하는 제품 판매채널 위시트렌드와 이야기 채널인 wishtrendTV가 있다. 클레어스는 토너만 봐도 100만 병 이상을 팔았고, 위시트렌드TV는 100만 구독자를 넘겼다. 그래서 보도자료를 쓰고 홈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위시컴퍼니를 '뷰티 브랜드·콘텐츠 개발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Q2. 일은 어떤가, 할만한가?
한마디로 답하자면 일은 재밌다. 물론 다 똑같이 재밌진 않다. 특별히 재밌게 한 일이 있고, 좀 어려웠던 일이 있으며, 울면서(진짜 울지는 않았지만......) 한 일도 있다. 일단 입사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부터 써봤다.
원래도 질문이 많은 편이지만 처음에는 질문을 정말 많이 하게 된다. 알아야 알리니까. 그리고 위시컴퍼니는 본격적으로 PR 활동을 하는 게 처음이면서도 PR 소재가 풍부해서 더 궁금한 게 많았다. '이 채널은 주로 누가 보나요?', '어떤 방향으로 보여져야 좋은가요?', '결국 여기서 기대하는 건 무엇인가요?' 등등 여러가지를 물었고, 그때마다 나의 새로운 보스(CEO=Ryan=박성호 대표)는 성심성의껏 답변을 써주셨다.
답변과 함께 받은 'Ryan's Letter'가 인상적이었다. CEO가 직접 사업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 등을 주기적으로 정리해 직원들에게 전하는 메일인데, 이제까지 발송된 것들을 모아보니 몰라서 못물어본 것들까지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기업 초창기에는 PR 부서가 따로 없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경우 CEO가 기업의 주요 사건들(히스토리)과 강점, 비전, 그리고 시장 상황 등을 그때그때 정리해두면 나중에 PR을 시작할 때 도움이 많이 되겠구나 싶었다. 이 회사가 누구에게 어떤 각도로 비춰져야 가장 효과적일지를 PR 담당자가 빠르게 파악해 그려볼 수 있으면 일은 빠르게 맞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한참 왜인지 물으면서 각 브랜드와 서비스, 그리고 기업과 내부 조직이 어떤 문장들로 정의되어 있는지를 살폈다. 원래 위시컴퍼니를 소개하는 한 문장은 'Digital Beauty Creator'였는데, 위시컴퍼니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기업인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에서는 더 직관적인 문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다.
Digital Beauty Creator → Beauty Brand·Contents Company (뷰티 브랜드·콘텐츠 개발 기업)
위시컴퍼니의 핵심은 각각의 철학을 가진 뷰티 브랜드와 꾸준히 쌓아온 컨텐츠다. 한마디로 뷰티 브랜드와 컨텐츠를 개발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고, 그걸 그대로 써냈다. '뷰티 브랜드·콘텐츠 개발 기업'. 이렇게 한 줄, 한 장, 한 문단의 문장들을 다듬거나 새로 썼다. 그리고 그것들을 반영해 홈페이지, 프레스킷, 보도자료, 채용공고 등 바깥에 보여지는 대부분의 것들을 새로 만들었다.
홈페이지를 리뉴얼하면서는 위시컴퍼니가 컨텐츠를 다룬다는 점을 더 잘 보여주고 싶어 영상을 기획해 넣었다. 자세한 콘티 제작과 촬영/편집은 위시트렌드TV를 운영하고 컨텐츠를 만드는 CM(Contents Media)랩에서 잘 뽑아주셨다. 바로 아래 영상이 그 결과물!
작년 8월, 아모레퍼시픽 판매 채널에서 전례 없이 타사 브랜드들이 함께 팔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모레퍼시픽 온라인몰이 최초로 들인 스킨케어 브랜드는 클레어스다. 이 소식은 내가 입사 후 처음 쓰고 배포한 보도자료이자 클레어스도 처음 배포한 보도자료가 됐다.
재밌었던 점: 자료 작성
'아모레퍼시픽이 처음 선택한 타사 스킨케어 브랜드'라니! 역시 PR 담당자는 진짜 자랑하고 싶은 걸 쓸 때 제일 재밌다. 이 사실이 잘 드러나게 헤드라인을 뽑고, 서브헤드에는 클레어스가 무슨 브랜드이며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이번 입점으로 앞으로 어떤 효과가 기대되는지를 아래처럼 썼다.
어려웠던 점: 자료 배포
자료는 재밌게 썼는데 배포가 걱정이었다. 직전까지 IT 회사에서 일했으니 유통/산업 분야 기사 배포는 너무 오랜만이었고, 혼자 가능할까 싶었다. 고민고민 끝에 그래도 이 정도면 대부분 관심 가질 뉴스겠다~ 싶어 혼자 해보기로 했다. 시의성과 자료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 같이 입점하는 다른 카테고리 브랜드들보다 가능한 빠르게 기사화하려 했고, 그 덕인지 보도자료 외에도 이 주제로 기사가 나올 때마다 클레어스는 가장 먼저 언급됐다.
느낀 점: 앞으로 일 열심히 해야겠구나
그간 국내 언론홍보를 한 적이 없으니 위시컴퍼니도, 클레어스도 기자들이 잘 몰랐다. 완전히 새로운 걸 알려본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신기술이었고, 소비재는 또 달랐다. 유통 산업분야 기자들 메일함에는 하루에 100-700개 정도의 메일이 쌓인다는데, 이번 보도자료와 성격이 다른 브랜드/기업 단독 소식이 앞으로 얼마나 기사화 될지 가늠이 어려웠다. 그리고 그냥 모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클레어스코리아(Claire's Korea) 라는 기업과 많이 헷갈려했다.
위시컴퍼니=기업명. 클레어스(dear.Klairs)를 만든다
클레어스(dear.Klairs)=브랜드명. 민감성 스킨케어 브랜드
클레어스코리아(Claire's Korea)=기업명. !위시컴퍼니와 아무 상관없음!
이때부터 최근까지도 기자미팅 때마다 설명하는 내용. 그래도 1년 가까이 되니 아는 기자분들이 늘어나 전보다 덜 설명하긴 한다..*
작년 12월 클레어스/ 바이위시트렌드의 해외 행사를 보러 필리핀 마닐라에 갔다. 해외사업이 활발한 회사라 해외사업 부서는 거의 매 달 출장이 있는듯 하다. 내가 있는 PR랩은 그 당시 출장까지 갈만한 일을 벌이고 있지는 않았는데, 현지 소비자와 미디어가 오는 행사니 가서 분위기를 좀 보면 어떻겠냐고 하셔서 동행하기로 했다.
클레어스는 K뷰티를 말할 때면 빠지지 않고 먼저 언급되는 브랜드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의 인기도 높다. 클레어스 글로벌 소셜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며 광고나 댓글 반응 등에서도 확 느껴질 정도. 이번 클레어스 행사는 필리핀 주요 판매채널 중 하나인 왓슨스(Watsons)와 함께 마닐라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SM마카티에서 진행했다. 행사 주제는 'Glowing Holiday'. 인플루언서이자 위시트렌드TV 메인 호스트인 유니스Eunice가 직접 스킨케어 팁과 브랜드를 소개했다.
클레어스 행사 다음날은 바이 위시트렌드 행사. 비스트로를 빌려 사전 참가신청한 브랜드 팬들을 초대했다. 굉장히 친근하고 즐거운 분위기라 내내 웃으며 지켜봤는데,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정말 높다는 게 느껴져 신기했다. 아래는 그 분위기가 잘 보이는 행사 스케치 영상.
클레어스 브랜드 정체성을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패키지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시작한 프로젝트. '헤즈HEAZ'라는 디자인 회사와 함께 했는데, 외주 제작업체와의 좋은 협업 경험이었다. 이전에 위시컴퍼니 홈페이지를 만든 외주업체가 남긴 '외주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 해소될만큼 일을 깔끔하게 잘해주셨다. (다음 글에서 자세히 말하겠지만 위시컴퍼니 홈페이지는 정말 최악의 외주 경험이었고 아직도 이가 득득 갈린다ㅎ..)
키트 구성품은 클레어스 서플 토너-비타민 드롭-라이카 머그컵-스티커팩. 클레어스는 모든 제품이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지만, 그중에서도 서플 토너랑 비타민드롭은 눈에 띄는 인기 제품들이다. 비건Vegan이고. 어떤 제품을 넣을지 고민고민 끝에 결국 이 두 가지로 결정!
라이카 머그컵은 클레어스의 두 번째 기부 프로젝트 '우주개 라이카'의 판매상품이었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브랜드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추가로 제작했고 컵이 정말 예쁘다 흑흑.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티커팩은! 클레어스 슬로건과 제품들이 일상 여기저기에서 예쁘게 보이면 좋지 않을까(사심) 하며 만들었고 진짜 예쁘니까 받으시는 모든 분들이 좋아하시리라 굳게 믿고 있다ㅎ..
...뭐 이런 일들을 재밌게 했다. 사실 더 많은데, 한 번에 몰아쓰려니 뭔가 다 쓰기가 힘들어서 굵직굵직한 것들만 써봤다. 재밌게 하고 있는 일들이 많은데 앞으로는 틈틈이 남겨놔야지 ^_ㅠ..
다음 글에는 어렵고 힘들었던 일을 쓸거다. 아마 힘든 일은 외주업체 선정에 망해서 야근과 피땀눈물로 만들어낸 위시컴퍼니 홈페이지 리뉴얼..에 대해 한을 가득 담아 쓰겠고 (저는 위시컴퍼니 홈페이지를 포트폴리오로 쓰고 있는 홈페이지 제작 업체를 저는 매우몹시많이 추천하지 않습니다.... 말줄임표에서 저의 마음을 유추해주세요....) 어려운 일은 채용+팀 세팅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팀 세팅은 좋은 팀원 분을 만났으므로 해피엔딩~~~)
아무튼 즐겁게 일하며 잘 지내고 있다! PR랩이 운영하는 주요 채널들(구경오세요)을 자랑하며 이번 글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