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와 옳은 실패

책 <옳은 실패>가 말하는 좋은 실패와 나쁜 실패의 결정적 차이

by 제이
실패들이 모여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
결국 실패로부터 성장할 수 있었고,
오히려 지금이 내 전성기라 느낀다

미래대화 행사사진2.jpg 2024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서 연설하는 페이커 (출처: 외교부 보도자료)

페이커의 실패는 맞고, 당신의 실패는 틀린 이유

작년 11월, E스포츠를 넘어 시대의 아이콘이 된 페이커 선수가 외교부가 주최한 포럼 연단에 섰다. 당시 그는 수년간의 부침을 딛고, 2년 연속 롤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린 직후였다. 제2의 전성기에 들어선 그는 성공 비결로 '실패 경험'을 꼽으며, 위와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는 '실패를 예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빠르게, 자주 실패하라(fail fast, fail often)"는 구호는 어느 순간부터 혁신의 주문으로 바뀌었다. 실패는 더 이상 숨길 치부가 아니라, 도전을 증명하는 수단이자 성공의 필요조건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적잖은 이들이 '여유 없는 사람에게 실패는 사치'라거나 '한 번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람이 많다'며 반박한다. 스스로나 주변이 찍는 낙인도 쉽지 않다. 재수한 실패한 나 역시 마음을 회복하는 데 꼬박 7~8년이 걸렸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한 내게 실패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하는 것'이었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이다
책 옳은 실패와 메시지.jpg 책 <옳은 실패>와 후기 (직접 촬영)

좋은 실패와 나쁜 실패의 차이

왜 실패는 누군가에게는 성공의 밑거름이자 영웅 서사의 한 페이지가 되고, 어떤 이에게 실패는 불가역적인 상처를 남기는 걸까? '실패'라는 꼬리표는 똑같은데 결말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모두는 실패를 오해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이에 대한 실마리를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에이미 에드먼슨이 쓴 책 <옳은 실패>에서 찾을 수 있었다.


책의 메시지는 놀라울 정도로 명쾌했다. 바로 '실패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실패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실패를 예찬하는 대신, 각 실패를 종류마다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로 그 구분에 따라, 어떤 실패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또 다른 실패는 상흔이 된다.


우선 우리가 피해야 할 '나쁜 실패'가 있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지만 산만함으로 인해 발생한 '기본적 실패'와 작은 원인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복합적 실패'가 여기에 속한다. 구조적 결함을 무시하고, 안전 점검을 소홀히 하는 부실공사(삼풍백화점)나, 기업이 회계 원칙과 윤리를 무시했을 때 무너지는 일들이 그렇다.


반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좋은 실패'는 '지능적 실패'다. 이러한 실패는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고 배우기 위해,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똑똑하게 시도하는 '가설 기반의 실험'이다. 페이커를 예로 들면, 승리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실험하고, 그에 따른 데이터를 축적하는 게 여기에 해당한다.


교훈적 실패는 정해진 형태가 아니다.
시간을 가지고 차분하게 진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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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지만 좀 더 치밀하게

<옳은 실패>가 우리에게 주는 결론은 실패를 현명하게 구분하는 건 물론이며,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환경과 내면의 힘을 기르는 데 있다. 거창한 실천이 필요한 게 아니다. 동료의 작은 실수를 비난하는 대신 그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을 묻는 데 있다. 이는 실패를 숨기지 않는 심리적 안정감을 우리에게 안겨다 준다.


또한, 일상 속에서도 전 재산을 거는 어리석은 도박이 아닌, 실패해도 괜찮은 정도의 '지능적 실패'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작은 좌절에 쉽사리 휘둘리지 않은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데 그 의의가 있으며, 우리 스스로 실패를 다스리는 주인이 될 수 있다.


이 글을 맺으며 실패가 더 이상 개인의 가능성을 재단하는 주홍 글씨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동시에 '괜찮아, 너는 잘못한 게 없어'라는 말로 모든 책임을 덮는 안일한 위로도 사라졌으면 한다. 실패가 주는 고통에는 공감하되 냉철하게 분석하고, 다음 도전을 위한 실질적인 발판을 마련해주는 성숙한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작은 실수가 큰 실패가 되지 않으려면
심리적 안정성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