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회장이 말하는 무한 성장 비결

책 <그로잉 업>: 전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의 성장 공식

by 제이
그로잉 업.jpg 책 <그로잉 업> (출처: 본인 촬영)

책이 말하는 LG생활건강은 어디 갔죠?

LG생활건강 멈춤 없는 성장의 원리’라는 부제를 보자마자 도파민이 터져버렸다. 끝없이 성장했다는 회사의 모습이 현재는 온데간데없기 때문이다. 주가가 그를 증명한다. 오늘(8월 18일) 기준, 30만 원 선이 무너졌다. 이는 2021년 고점 대비 약 80%가 날아간 수치다. 80%로 떨어진 게 아니다. 10개 중 8개가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1층 아래 지하실에 감금된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가치가 빛바랜 건 아니다. 오히려 고점을 뚫었다. 이는 책 주인공인 차석용 부회장의 이후 행보 덕분이다. 차 부회장은 2022년 말에 최고 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 후, 2023년 초 매디컬 에스테틱 전문 기업인 휴젤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성과는 눈부시다. 자리를 옮긴 첫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3,197억)과 영업이익(1,120억)을 달성하더니, 2024년에는 그를 다시 한번 갈아치웠다. 매출액은 3,730억이고 영업이익은 1,663억 원이다. 놀라운 건 휴젤의 주가다. 오늘(8월 24일) 기준으로 305,500원인데, 이는 LG생활건강의 300,000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성공한 사람이 주인공인 책은 ‘저 사람은 대기업에 있으니까’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만약 차석용 회장이 지금까지 LG생활건강에 머물렀다면 어땠을까? ‘좋은 환경 덕분이지’라며 그의 성장 공식에 마음을 닫고, ‘대기업 빨’이라는 폄하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사람이 넘쳐났을 거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성과를 낸 지금, 그런 말을 쉽게 꺼낼 수는 없을 거다.

체질개선의 뿌리가 ‘소비자 중심’이라면,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은 ‘스피드’다.
일하자 일.jpg 성공에는 왕도가 없다 (출처: 픽사베이)

무한 성장을 만든 비결: 원칙과 꾸준함

그렇다면 ‘차석용 이펙트’의 비밀은 뭘까? 책 《그로잉 업》이 말하는 성공의 핵심은 ‘비범한 묘수’가 아닌 ‘평범한 기본기’다. 책을 관통하는 두 기둥은 ‘제대로 된 원칙’과 ‘미련할 정도의 꾸준함’이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하나만으로는 절대 힘을 못 쓴다. 둘이 함께할 때 비로소 폭발적인 시너지가 터져 나온다.


먼저 ‘원칙’은 길을 잃지 않게 하는 ‘설계도’다. 차 회장이 내세운 원칙은 거창하지 않다. 소비자를 우선한다. 1등은 1등답게, 심플리피케이션 등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상식과 본질 그 자체다. 이렇게 단순하고 명쾌했기에, 예측 불가능한 시장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하는 북극성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설계도만 좋다고 위대한 건물이 지어질까? 여기서 두 번째 핵심, ‘꾸준함’이 등판한다. 차석용이라는 사람의 진짜 무서움은 이 설계도를 따라 18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벽돌을 쌓아 올린 ‘시공 능력’에 있다. 바로 이 지독한 꾸준함이 평범한 원칙을 단순한 구호가 아닌, 조직의 ‘문화’이자 살아 숨 쉬는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매일의 성실함이 복리 이자처럼 불어나, 결국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성장의 역사를 써낸 것이다.


차 부회장의 실용주의는 기본적으로
'수요가 있는 곳에는 공급해야 한다'이다.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어디서든 성과를 만들어낼 사람

같잖은 성공팔이가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처럼 우리를 유혹하는 시대다. 하지만 《그로잉 업》은 그런 환상에 명쾌한 마침표를 찍는다. 성공에는 지름길도, 꼼수도 없다. 그저 지루할 만큼 평범한 원칙을, 비범할 정도로 꾸준하게 지켜내는 압도적인 성실함이 있을 뿐이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천재의 번뜩임이 아니라, 바보의 꾸준함이다.


물론, 비판할 지점도 있다. LG생활건강의 주가 하락과 차석용 부회장의 재임 기간이 겹친다. 지근거리에 부하직원들이 모시기에 쉽지 않은 상사 같다는 인상이 글만으로도 전해진다. 모르긴 몰라도 디테일하게 지시하는 상사이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폄훼하고 싶은 마음은 일절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하나는 그가 물러난 후에도 LG생활건강의 주가는 폭락했다. 그 와중에 그는 새롭게 옮긴 자리에서 성과를 입증했다. 더욱이 그가 대기업 '덕'만 봤을 리 없다. 빛이 있는 곳엔 그림자가 있다. 18년이라는 긴 기간을 버티고 성과를 만든 것만으로도 존경받을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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