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매니저 되기 프로젝트
"하고 싶은 것이 생겼어."
술을 마시다 말고 내가 꺼낸 말이었다. 오랜만에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정말 오랜만에.
그냥 먹고 싶고, 쉬고 싶고, 자고 싶고 이런 거 말고, 무언가 되고 싶은 게 오랜만에 생겼다. 아직 되지 않았고, 갈 길도 멀지만 사실 살아오면서 하고 싶은 목표는 거의 다 이루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어서 설정한 목표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다.
우연히 좋은 기회로 접하게 된 사업 기획. 딱히 열망이 있어서 했다기 보단, 눈앞에 주어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했다. 작은 회사였고, 부족한 게 많은 환경이었지만 배워서 남주는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3D, 동영상, 코딩 등 필요한 것은 전부 배웠다. 모든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경험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있는 나라서 참 다행이다.
사업 기획 직무 안에서도 정말 다양한 사업을 다뤘다. 경험하는 게 중요하고 좋은 것은 알고 있지만, 점점 나의 전문성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사업을 기획한다는 것 자체로 내가 전문성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T자 형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나는 그저 저변만 넓히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무언가 전문성을 찾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프로덕트 매니저(PM, Product Manager). 내가 해온 기획이라는 업무에 대해서 커리어를 유지하면서, IT업계로 이직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랑 대화하며 업무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이 없는 나는, 그래도 비교적 '리딩'이라는 것을 자주 해본 나로서는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PM이라는 직무를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PM부트캠프를 등록했다. '너 여기 다니면 PM 될 수 있어'라는 식의 희망을 파는 것 같다는 게 PM부트캠프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었는데, 사업설명회를 들으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짜인 커리큘럼은 정해져 있고 나에게 바라는 것이 오직 노력이라고 한다면 나는 누구보다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끝났다. 이제 난 PM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것은 파일럿, 비행기 조종사였다. 전역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부터 준비해서 미국에 가고, 괜찮은 실력으로 자가용 조종사 면허를 취득한 이후에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중간에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표류하고 있다는 감정을 지우기가 쉽지 않았다.
감정의 중심에 파일럿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놓지 못하는 내가 있었던 것인지,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었던 내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와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표류하고 있다는 감정을 만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제는 이 감정을 시원섭섭하게 놓아줄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풀어진 신발끈을 보고도, 신발끈을 묶지 못하는 것을 들킬까 봐 내버려 둔 것처럼, 내 입에서 파일럿이 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면 정말 파일럿이 될 수 없을 것 같아서 외면하고만 있었는데, 이제는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감정의 연장선으로 오랫동안 대화 없이 지켜왔던 파일럿 단톡방도 떠났다.
그래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 했기 때문에 늦게라도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나름의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준 나 자신. 칭찬해. 이제 목표가 생겼으니깐 이 'PM 되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PM이 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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