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케이크 샵 in Tokyo
나는 어린 시절 생일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마지막으로 집에서 생일 축하을 받은 건 초등학교 1학년때.
그때 친구들을 7-8명 정도 집에 초대해서 선물도 받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는데 그 후엔 단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일파티를 하지 않았다. 그해는 아빠가 우리와 함께 살았던 마지막 해였다.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단칸방에 살았다.
몸을 뉠 수 있는 코딱지만 한 방은 가구로 둘러싸여 있고, 방을 나가면 통로에 부엌이 딸려있고 그 옆에 화장실이 있거나, 화장실은 아예 밖에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니 누굴 초대해서 생일 파티를 한 적도 없고 돈이 없으니 따로 케이크를 사서 생일 축하를 한 적도 없었나 보다.
내가 다시 생일 케이크를 사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3학년때부터였다.
그때는 이미 엄마와 따로 살고 있었으며 나는 고등학교를 다니며 실습을 나가서 돈을 벌고 있었다.
그리고 내 생일이 돌아왔을 때 나는 오랜만에 혼자서라도 케이크를 사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낯설었다.
결혼을 하고부터 생일은 조금 더 특별해졌다.
남편 생일엔 음식도 하고 특별한 케이크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고 생일의 특별함은 더해졌고 보통 케이크샵에서는 내가 원하는 특별한 디자인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 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아이를 교실에 데려다주고 그 주위를 산책하다가 너무나 아담해서 고개를 숙여 겨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케이크샵을 발견했다.
그게 바로 Room for cake by Niina였다.
생글생글한 미소를 띤 그 샵의 주인은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을 보여주자 흔쾌히 가능하다고 했다.
정말? 가능하다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렇게 비싼 케이크를 사본적이 없었지만, 그녀가 어떤 케이크를 만들어 줄지 너무 궁금해진 나는 케이크를 주문했고 그 결과가 바로 밑의 사진이다.
그다음에도 꽤 많은 케이크를 이곳에서 주문했고 결과는 항상 만족이었다.
도쿄 어디서도 당근 케이크를 찾기가 힘들었던 시기에도 당근 케이크를 팔았던 지라, 당근 케이크를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러 갈 때 가져가는 당근 케이크를 공수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그 친구의 딸이 생일을 맞은 어느 날 또다시 Room for cake을 들른 나는 이 샵을 꼭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와는 조금 색감을 바꿔서 오일 파스텔로 표현해 보기로 했다.
일단은 스케치. 2B연필로 쓱쓱 그려보았다.
다음은 오일 파스텔로 큰 부분의 선을 긋기 시작.
채색은 원래 샵의 회색을 베이스로 해서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의 채도가 낮은 핑크 계열로 했다.
항상 창가에 진열되어 있는 4단 케이크를 과 꽃을 표현해 보았다.
그리고 샵의 간판과 다른 글씨를 색연필과 화이트 젤리펜으로 추가해 주고 외곽선을 다듬어서 완성.
어딘가 조금은 엉성한 느낌이 있는 보슬보슬한 파스텔 느낌의 샵과 매끈한 벽돌 외벽이 대비되는 느낌으로 완성되었다.
작업 시간은 약 3시간 정도.
앞으로도 많은 사람의 특별한 날과 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케이크를 만들어주는 샵으로 남아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