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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를 불태우는 아들과 여행가방

100데이드로잉챌린지 - Day 9

by 제이

100데이드로잉챌린지 9일째 주제는 “여행을 떠나는 개구리”인데요.

테마를 보자마자 저는 2022년에 한국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왜냐하면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쓰던 마크가 개구리였거든요.


코시국이 조금 수그러들면서 그때 만 2살 8개월이 된 아들은 처음으로 한국을 가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둘째이고 그 당시 위로 5살, 밑으로 5개월짜리 딸이 함께였고요.

발달로 보면 2살 반 정도 시기는 1살 반정도부터 시작되는 최대노력(maximum effort)의 욕구가 아주 강한 시기입니다. 자기의 신체노력을 최대한 테스트해보려 한다고 할까요? 그뿐인가요… 모든 걸 스스로 하고 싶어 하죠.


이즈음엔 꽤 잘 의사 소통할 수 있고, 많은 일들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하기엔 아직까지 역부족인 시기이기도 해요. 그렇다 보니 혼자서 열심히 하다가도 잘 안되면 완전 생떼를 부리며 널브러지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고요. 컨트롤불능의 시기입니다.


출발하는 날 우리 가족은 도쿄집에서 오후 1시 30분에 비행기를 타기 위해 9시에 집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현관문을 나설 때 알았죠… 아… 이거 문제가 좀 크겠는데?

왜냐하면 아들이 큰 여행 가방을 보고 자기가 그걸 맡아서 밀겠다고 했기 때문이에요.

그것도 작은 쪽이 아니고 아들이 직접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큰 크기의 가방을 자기가 밀겠다는 거예요.


바닥에 조금이라도 삐져나온 곳이 있으면 계속 부딪쳐서 멈추기를 한 100번은 한 것 같아요.

아들은 우리가 가방을 만지지도 못하게 하더라고요. 너무 시간이 걸리니 시간 때문에 조금 밀면 그걸 또 원래 자리로 되돌려서 자기가 밀고 오는 아들… 완전히 멘붕이었습니다.


잊지 마세요… 우리 부부는 옆에서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고 질문을 하는 다섯 살짜리 딸과 아직 거동을 못하시는 5개월 아기를 데리고 다른 짐들을 들고 이동하고 있었다는 걸요… ㅎㅎㅎ


거기다 비행기가 한 시간 반이나 지연이 되어버려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땐 도로 정체가 심각한 퇴근 시간이었어요. 아직 언제 화장실을 갈지, 얼마나 참을 수 있을지 모르는 다섯 살 딸을 데리고 택시를 타는 건 너무 무모했기에 일단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까지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거의 저녁 8시가 다 되어 서울역에 도착한 우리는 정말 너무 피곤했어요.

IMG_3793.JPG 서울역 앞에서 가방을 끄느라 낑낑대는 아들의 모습


그러나… 그날 비행기에서도 낮잠도 자지 않은 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행가방을 끌고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결의에 넘쳐있었고, 택시를 타러 가는데 다시 한번 점자 블록에 걸려서 낑낑대고 있는 모습… 그게 뇌리에서 잊히지 않아요.


오랜만에 갔더니 모든 게 너무나 생소하고 낯설어서 힘들었던 2022년 한국방문… 이때의 아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귀엽기도 하고 힘들었던 기억도 있어 웃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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