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 하다

아빠도 육아휴직 합니다

by Jay thinks 제이띵스

"여보, 나도 육아휴직 써볼까?"


8개월 동안 혼자서 모든 육아를 감당해 온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었다. 아내의 눈이 순간 커졌다.


"진짜?"

"응, 진짜 생각해 봤어."


사실 육아휴직에 대한 생각은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이 되고 나니 여러 고민들이 머리를 맴돌았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회사에서 뭐라고 하지 않을까?' '경력에 공백이 생기는 거 아닌가?'


다른 회사에 비해서는 꽤 있는 편이지만, 우리 회사에서 남성 육아휴직을 쓴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다. 선례가 많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이 컸다. 혹시나 동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까, 승진에 불이익이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8개월을 돌아보니 확신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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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3시에 우는 아기를 달래느라 잠을 못 자는 아내를 보며 나는 무력감을 느꼈다. 출근해야 한다는 핑계로 옆에서 곤히 잠을 잤다. 주말에 가끔 도와주는 것으로 아빠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아이의 성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디서 본 문구였는데 가슴에 콱 박혔다.


우리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었다. 어제까지 못 하던 걸 오늘 갑자기 하기 시작했다. 그 소중한 순간들을 나는 회사에서 놓치고 있었다. 아내만 그 모든 걸 혼자 감당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뉴스에서 본 통계가 용기를 줬다. 2024년 남성 육아휴직자가 4만 명을 돌파했다는 것이었다. 아직 전체 육아휴직자의 30% 정도에 불과하지만, 분명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무엇보다 깨달은 것이 있었다. 가족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는 것. 아내의 희생 위에 내 커리어가 있었다는 것.


"육아는 엄마만의 몫이 아니야. 나도 똑같이 책임져야 할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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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팀장님께 육아휴직 신청서를 제출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가족이 우선이죠. 잘 생각했어요."

동료들도 생각보다 응원해 줬다. 몇몇은 자신도 고민 중이라며 경험담을 들려달라고 했다.


육아휴직 시작일이 확정되고 나서 내가 제안했다.

"휴직하면 일주일 정도 여행 가볼까? 그동안 너무 집에만 있었잖아."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 제대로 된 여행을 한 번도 못 갔다. 아기가 너무 어렸기도 했고, 얼마 전 수족구를 앓은 뒤로 걱정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제 8개월이 되니 짧은 여행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았다.


"제주도 배로 가볼까? 아기랑 비행기는 아직 어려울 거 같아."

배를 타고 가는 제주도 여행. 시간표를 찾아보니 중간에 하루가 애매하게 비었다.

"그럼 남원에서 하루 쉬어가자."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도 신혼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기저귀는 몇 개나 가져가야 할지, 분유는 어떻게 타 줄지, 아기가 차 안에서 보챌 때는 어떻게 할지... 고려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였다.

"아기띠, 유모차, 체온계, 상비약..."

아내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가며 하나씩 챙겨갔다. 평소 여행 가방의 두 배는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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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은 다음 주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리 가족의 첫 여행도 시작된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 아기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배를 타는 것도, 호텔에서 자는 것도, 제주도의 바람을 맞는 것도 모든 게 처음이다. 아기에게는 거대한 모험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아내와 나, 우리 부부에게도 소중한 시간이 될 것 같다. 8개월 동안 육아에만 매진하느라 서로를 돌볼 여유가 없었다. 이번 기회에 가족으로서의 시간을 제대로 가져보고 싶다.


곧 시작될 육아휴직이 기대된다.


아내와 함께 아기를 키우는 시간, 아빠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우리 가족만의 소중한 추억들을 만들어갈 시간들.


더 많은 아빠들이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육아는 엄마만의 몫이 아니다. 아빠도, 사회도, 회사도 함께 만들어가야 할 소중한 가치다.


우리 아기와 함께 보낼 소중한 시간들이 곧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