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의 앉기 쇼
우리 아기는 잠을 못 자는 아이다.
8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3시간 이상 한 번에 잔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낮이건 밤이건 상관없다. 잠들어도 금방 깬다. 달래기도 쉽지 않고, 재우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내가 달래려고 아무리 어루고 달래고 안고 둥가둥가 해봐도 소용없다. 달래는 게 아니라 지쳐 잠들 때까지 안고 있는 것에 가깝다. 그나마도 잘 안 통한다.
출산휴가 20일, 연차 몇 개를 모두 써봤지만 빠른 속도로 자라는 아기의 성장에 맞춰 육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아내는 내가 출근해야 하고 회사에서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며 자신을 희생해서 혼자 밤을 꼴딱 새웠다.
참 고맙고 미안했다.
6개월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엄마에 대한 애착이 확실히 생긴 듯했다. 내가 안으면 잘 안 달래져도 엄마가 안으면 금방 울음을 그쳤다.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서운했다. 아빠는 언제쯤 이 아이에게 진짜 아빠가 될 수 있을까.
7개월이 지나면서부터는 새로운 난관이 시작됐다.
아기가 스스로 앉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아직 혼자 힘으로 다시 눕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자다가도 갑자기 벌떡벌떡 일어나서 앉아버린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오열한다. 다시 눕지 못해서, 아니 정확히는 넘어지는 것에 가까운데 그래도 잠들지 못하고 계속 운다.
심한 날은 두 시간 넘게, 거의 세 시간 가까이 울어댔다.
정말 힘들었다. 무기력함을 느꼈다.
주말에는 내가 새벽에 잠깐 일어나서 아내와 교대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달래면 안 달래지는 것 같아서 더욱 힘들고 무기력했다. 그래도 가까스로 진정하고 잘 자면 다행이었다. 안심됐다. 잠든 얼굴은 참 많은 것을 이야기해줬다.
'아빠, 나도 힘들어.'
등센서까지 생겼다. 간신히 재워서 침대에 눕히면 바로 깨버렸다. 결국 아기띠를 메고 앉아서 재우곤 했다. 한 시간 이상 그 자세로 있기도 했다. 허리는 아팠지만 우리 아기가 평화롭게 자는 모습을 보면 그 정도는 참을 만했다.
그런데 이번 주 화요일, 생후 231일 되던 날, 기적이 일어났다.
처음으로 10시간을 내리 통잠을 잔 것이다.
그동안 며칠간 나노 단위로 수유와 목욕 시간을 설계하고, 아무리 울어도 새벽 수유를 멈추고 재우고 달랜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아기가 여전히 자고 있었다. 혹시나 싶어 호흡을 확인해봤다. 다행히 규칙적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진짜 10시간 잤네?"
"응, 진짜 잤어."
그동안 3시간 자면 긴 편이었는데 10시간이라니. 마치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아침에 깨어난 아기는 평소보다 훨씬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잘 먹고, 잘 놀았다. 역시 사람은 잘 자야 하는구나. 어른이나 아기나 마찬가지였다.
생후 231일. 우리 아기가 처음으로 보여준 통잠의 기적.
그동안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밤마다 혼자서 깨어 우는 아기를 달래고, 재우고, 또 깨고, 또 달래고. 그 무한 반복의 나날들. 내가 옆에서도 제대로 도와주지 못했던 그 시간들.
아직 한 번뿐이다. 앞으로도 계속 잘 잘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아기도, 우리 부부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육아는 정말 하루하루가 다르다.
오늘 밤도 우리 아기가 푹 잘 수 있기를. 그리고 아내가 조금이라도 더 편히 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