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저 그만두려고요.

저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by 일생

팀장님. 저 그만두려고요.
응? 갑자기 무슨 말이야.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 전혀 없었잖아. 무슨 일 생긴 거야?
아니요.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오래 생각하고 준비해 왔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뭔데? 꼭 그만둬야 하는 일이야?
예. 저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다.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복잡한 일들은 모두 내팽개치고 온종일 글만 쓰고 싶었다. 원치 않는 일을 하며 느끼는 고통을 잊기 위해 시작된 글쓰기는 금세 가장 의미 있는 하루 일과가 되어 퇴직을 주제로 어디까지 사고(思考)할 수 있는지 시험이라도 치듯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고, 생각이 정점에 달했을 무렵 오감이 마비된 채 오직 글귀만을 떠올리며 거리를 배회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는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6급으로의 진급을 1여 년 앞둔 시점에서 나는 왜 퇴직을 결심하게 되었을까?

거듭된 글쓰기로 인하여 내게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 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으며, 이는 곧 상대를 알기 전에 나만 알아도 승률은 절반이라는 뜻이다. 일이라는 것은, 나아가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면의 소리를 듣지 않고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가서는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없으며, 직업을 통해 얻은 직위와 명예는 언젠가는 내려놓아야만 한다.


퇴직으로 지금껏 쌓아왔던 경력은 잃어버렸지만 한 점의 후회도 없다. 어차피 나는 공무원으로서의 평생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세상으로 한 발짝 내딛는 것이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이제는 꿈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퇴직을 통해 나다움을 찾았으며, 강철 같은 내면을 갖게 되었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장면이 현실로 다가온 이 순간. 가슴이 벅차오른다.

머릿속은 온통 글쓰기로 가득 차 새벽에는 글을 쓰고 싶은 두근거림을 느끼며 눈을 뜨고, 밤에는 내 책이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꿈을 꾸며 잠에 든다.


행복이 이렇게나 가까운데 나는 왜 지금까지 스스로를 가둬두고 살았을까?

세상이 바뀐 것은 하나도 없으며, 나는 그저 좋아하는 일을 찾았을 뿐이다.


어쩌면 행복이란 좋아하는 일이라는 문제에서 찾아야 하는 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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