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아니 퇴직을 하길 정말 잘했다.
1. 다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알게 된 것
첫 번째, 공부가 쉬워졌다.
강의를 1.5배속으로 들어도 내용이 머릿속에 박히고, 기본서를 속독해도 금방 이해된다. 요약노트는 보고서를 작성하듯 깔끔하게 정리한다. 힘들었던 공무원 생활에 단점만 있었던 게 아닌가 보다.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공문서로 일을 처리하는 직업이다. 따라서 공부하는 능력이 고도로 발달된 것 같다.
두 번째, 내 순 집중력은 하루 8시간까지이다.
그 이상은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아마도 직장 업무시간에 맞춰진 것 같다. 8년 전 최초 임용시험을 준비할 때는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공부했는데, 지금은 8시간만 넘어가도 좀이 쑤신다. 집중력은 비슷한 것 같다. 반면, 이해하는 능력은 8년 전 보다 월등해서 지금이 공부를 더 잘하는 것 같다.
세 번째, 나는 공부를 좋아한다.
직장에서 일하던 시간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훨씬 편하다. 아마도 내 취미인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과정과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사를 공부할 때는 직접 독립투사로 빙의되는 감정이입법을 쓰기도 하고 사회를 공부할 때는 경제학 효용의 관점에서 저녁 메뉴로 라면과 김밥을 고민해 본다. 특히 생각과 경험을 이론으로 마주할 때 재미를 느낀다.
2. 휴직 후 생긴 변화
첫 번째,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눈뜨자마자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니 힘이 세지고 정신이 맑아짐을 느낀다. 땀 흘린 후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맞는 상쾌한 바람은 불안한 감정을 싹 날려준다. 온종일 활동적으로 움직여도 피곤함을 덜 느끼는 것 같다.
두 번째,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암 수술 후 회복 중인 어머니를 가까이 모시고자 어머니가 모아두신 돈으로 인근 분양권을 매입하였다. 적지 않은 프리미엄을 주는 것이 걱정되었지만 저평가되었다는 확신이 있었다. 매입 직후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여 수익률이 연봉을 초과하였다. 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하지 못했을 선택이다.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고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결과이다.
세 번째, 가족을 챙긴다.
매일 저녁 아내와 공원을 산책하며 그간 속에 담아두고 하지 못했던 말들을 나누었다. 내 아픔을 핑계로 유산한 아내를 챙기지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부모님께도 자주 연락 드리며, 아버지의 주택 건축 감독, 어머니의 재가복지센터 허가 등 아프셔서 밀려있던 일들을 대신 처리해 드리고 있다.
휴직, 아니 퇴직을 하길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