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다 됐어요. 잘 써요.
“선생님. 사물함이 고장 났어요. 사물함 고쳐주세요.”
중학교에 부임한 후 내게 부여된 첫 번째 임무다.
잠금 고리가 있는 나사를 분해해서 새것으로 교체한다. 다시 조립한 후 문을 여닫으며 잠금이 잘 되는지 몇 번이나 확인해 본다.
“자, 다 됐어요. 잘 써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인사하는 학생의 미소가 너무 예쁘다.
단순한 일이지만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순수한 보람이다.
학교에 오니 잡다한 일이 많다.
아침에는 꽃에 물을 주고, 분리수거를 한다. 낙엽을 쓸고 거미줄을 치운다. 가정통신문을 인쇄한다. 고장 난 곳을 고친다. 가끔 막힌 변기를 뚫기도 한다. 회의감이 들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밝게 웃는 모습을 볼 때면 스트레스가 씻은 듯 사라진다. 오후에는 학교를 한 바퀴 둘러보며 아이들에게 불편한 문제는 없는지 살펴본다. 한 달 정도 일해 보니 어렵지 않다. 내 일이 아이들에게 도움 된다는 생각에 행복하다.
건축과에서 건축허가를 처리하는 일.
시설과에서 공공시설을 건축하는 일.
감사실에서 처분서를 작성하는 일.
그리고 중학교에서 아이들의 사물함을 고쳐주는 일.
누가 이 일들의 가치를 논할 수 있을까?
분명 같은 공무원이다.
하지만 분명 다른 공무원이다.
전에는 주어진 환경에 끌려다니며 마지못해 일했던 공무원이었다면,
이제는 주도적으로 일하며 일 자체에 순수한 보람을 느끼는 공무원이다.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다본다. 파란 하늘 아래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주변을 살펴본다.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다. 마음이 편하다. 나도 일에 집중한다.
나의 퇴직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완벽하지 않다. 아직도 불안장애와 강박증은 남아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마주하기 싫은 내 모습과 당당히 맞서 이겨낸 지금이, 머릿속으로만 존재하던 생각을 현실로 만든 지금이 자랑스럽다.
나는 퇴직으로 인생을 배웠다.
마음을 비우고 내 일에 전념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꿈꾸는 길을 간다.
마지막으로, 처음에는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 노력했는데, 이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아하는 일인 것 같다.
그러니 오늘 하루에 충실하자. 온전한 하루를 살자.
[일생] 온전한 하루를 살자.
내 이야기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저는 2023년 9월 1일 지방직 7급 공무원을 퇴직하고, 교육청 9급 공무원으로 다시 임용되었습니다.
지금은 중학교에서 학교 건물을 관리하며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저는 자아실현을 위해 두 개의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으며,
다음으로 ‘공인중개사’의 꿈은 가족들의 부동산을 도맡아 관리하고, 투자모임에서 설립한 부동산 법인의 창립 주주로 참여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집필이 끝나면 당분간은 법인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주주로서의 활동을 진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겸직허가를 받아 온라인에서 보고서를 판매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 두 분은 일상생활을 하시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회복되셨습니다.
최근에는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네요. 아 참,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 너무나 큰 행복이 찾아왔는데요.
아내가 딸아이를 임신했어요. 심장박동 소리가 우렁차서 태명을 ‘콩닥이’로 지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직, 이사, 임신 등 인생에서 손꼽을 수 있는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네요.
저는 지금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신은 감내할 수 있는 시련만을 주신다고 했던가요?
안 좋은 일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사라지고 이제는 좋은 일만 생기네요.
너무나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힘든 일들이 몰려올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도 이겨낼 겁니다. 무섭지 않아요. 한 번 해봤으니깐요.
저는 지금 출근도, 퇴근도 기다려지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