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13. 이 일 너무 재밌지 않니?

저도 재밌습니다. 선배님.

by 일생

내 옆에서 일하는 선배는 경력 15년 차 행정직 공무원으로 곧 사무관(5급) 승진을 앞두고 있다.

선배와 함께 일하다 보면 일을 대하는 태도가 나와 정반대라 깜짝 놀라곤 한다.


한 번은 함께 출장을 나가서 실적이 없어도 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닌가.

선배가 열심히 하니 나도 마지못해 일하는데, 옆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한다.


"일생아. 이 일 너무 재밌지 않니? 나는 너무 재밌어."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나는 그 일을 수십 번 하면서 단 한 번도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점심시간에 다른 팀의 문서를 읽는다던가,

(나는 다른 팀의 일에 관심이 없었다.)


복도를 걷다 옆 부서에서 소리가 나면 멈춰 서서 무슨 일인지 듣는다던가,

(나는 다른 부서의 일에 관심이 없었다.)


본인은 정작 일이 없는데 야근하면서까지 내 일을 도와준다던가.

(나는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이 없었다.)


이렇게 일하다 보니 선배는 우리 기관의 사소한 일도 모르는 것이 없다.

과장님조차도 중요한 일은 형의 의견을 듣고 수용하는 편이다.

당연히 평판도 좋고 진급도 빠르다. 그러니 곧 사무관이다.




대부분의 공무원이 사무관을 꿈꾼다.

처음에는 사무관이라는 자리가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진급해서 올라가는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선배처럼 일을 사랑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일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 수십 년 인고의 시간을 버텨낼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한평생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던 선배와 팀장님과 과장님이 존경스럽다.


적어도 이 일을 하는 동안에는 선배처럼, 팀장님처럼, 과장님처럼 일을 사랑하자.


나는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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