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거서워서도 그리 가벼워서도 안 되는 두 글자
퇴직을 고민 중인 공무원에게 힘내라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참아보라는 말은 그들을 더욱 깊은 고통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그들은 불안장애,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적인 아픔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잠시나마 직장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이해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직장에서의 역할과 주변의 기대 혹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마음의 병을 키워갑니다. 퇴직을 원하지만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고, 돈은 없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용기는 사라져 죽을 만큼 힘들어도 그만두지 못하고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갑니다. 결국 거대해진 마음의 병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사회로 내팽개쳐지거나, 우울감이 극에 달하면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가기도 합니다.
공무원이 퇴직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인터넷에 ‘공무원 퇴직’을 검색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검색을 해봐도 조직의 불만만을 털어놓거나, 퇴직을 이뤄낸 생각이 생략되거나, 이후의 삶을 준비해 나가는 과정이 세밀하게 표현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공무원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일과 퇴직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이 담긴 책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주변에 퇴직에 대해 물어볼 사람이 있을까요?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임용고시를 거쳐야 하고, 최저임금에 수렴하는 봉급을 받으므로 많은 저축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습니다.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 능력인 행정을 다루기에 이직 또한 어렵습니다. 그리고 평생직장으로 이미지가 중요해 동료들과 퇴직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격려의 말보다 실질적인 퇴직의 경험담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퇴직을 겪으며 느낀 감정들, 생각이 불러온 행동, 행동으로 만들어진 신념을 공유하여 퇴직을 고민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용기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퇴직의 절차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한 장의 사직서만 작성하면 됩니다.
하지만 정작 ‘퇴직’이라는 두 글자의 의미를 분해해 보면 인생의 전반을 돌아봐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 안에서 불편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고 가슴속 깊은 곳에 묻혀있던 꿈을 찾습니다. 생각을 끊임없이 가다듬고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마침내 용기로 무장하여 현실과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퇴직이라는 것은 결국 새가 알을 까고 나와 날개를 펼치듯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새로이 도약하는 과정입니다.
대퇴사 시대인 요즘, 퇴직이라는 두 글자가 너무 무거워서는 안 되지만 그리 가벼워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아픔을 뒤로한 채 국가에 헌신하고 계신 공직자분들을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