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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후에 비로소 삶이 보였다>를 출간하며

책을 출간했습니다

by 새침이와 호돌이네

예전부터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 3년 동안 450편 넘는 글을 블로그에 써 왔는데 책 출간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물론 책 출간을 염두에 두고 쓴 글도 아니었지만, 글 하나하나의 분량 역시 너무 짧았다. 내 글의 길이는 블로그 평균보다 상위그룹에 속하긴 했지만 책으로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분량이었고, 사진들이 많아 읽기에는 편할지 몰라도 책으로 편집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어쩌면 블로그는 그 성격상 취미 활동이나 상업적인 목적 또는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태생적으로 책을 만들기에는 쉽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누구든 블로그에 올라온 내 짧은 글들을 보고 과연 이런 글로도 책으로 만들 수 있을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브런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또 '브런치에 글을 쓰면 책을 출판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제법 책처럼 보이는 글을 썼던 것 같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5개월쯤 지났을 때 브런치 북 공모전이 열렸다. 그동안 써 놓은 글이 얼마 되지 않아 포기하려 했는데 아내가 옆에서 쿡쿡 찌르며 부추겼다. "한 번 지원해봐. 밑져야 본전이지 뭐!" 그래서 급하게 글 20개를 추려서 만든 책이 바로 <인생이란 원래 정답이 없는 거니까>였다.


그때만 해도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나도 책이란 걸 처음 만들었다고 (비록 e북이지만) 좋아하며 여기저기 자랑을 했다. 그런데 며칠 후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동안 내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쭉 보아왔는데 이번에 만든 e북을 보고는 책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제야 비로소 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셨나 보다.)


나야 반가운 마음에 당장이라도 책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래도 이미 공모전에 지원을 했으니 결과를 지켜본 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물론 공모전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기대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공모전에서는 보기 좋게 탈락했고, 난 바로 다음날 뻔뻔스럽게 출판사에 연락을 했다. "저 공모전에 떨어졌어요!" 그래서 올해 1월부터 책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귀촌표지입체.jpg

책 한 권을 만드는데 그렇게 많은 글이 필요한지 몰랐다. 사진을 빼고도 제법 두툼한 책이 되려니 (난 같은 값이면 조금은 두툼한 책이 좋다) 이미 브런치에 공개된 글 일부를 포함해서 80편 가까이 글을 써야 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흐름에 맞는 65개의 글을 골라내 목차를 정하고 책을 만들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출판사와 수도 없이 많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책 제목을 정하는 과정부터 표지 사진을 결정하기까지 정말 만만한 게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교정을 보기 위해 10번도 넘게 책을 훑었더니 일부 내용은 저절로 외워질 정도였다.


원래 이 책의 제목도 e북처럼 <인생에는 원래 정답이 없는 거니까>로 하고 싶었다. 이 제목은 법륜 스님이 하신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선택에 따른 책임이 있을 뿐'이란 말씀에서 따왔다. 인생에 정답이란 것은 처음부터 없었고 정해진 방향 또한 없으니 결국 내가 생각하는 인생이 나에게는 정답일 것이리란 말씀이시다. 다만 그 선택에 따른 책임 역시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어쩌면 이 말씀이 현재의 내 인생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생각에 더 애착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책의 내용이 '도시에서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다가 남들보다 빠른 40대 중반에 은퇴를 하고 귀촌하여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한 장년 남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목은 책을 읽기 전에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배제되었다.


내 뜻대로 살기 위해 선택을 했고 (은퇴와 귀촌),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시골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내 모습을 그 누구보다도 분명히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책 속에 이렇게 썼다.


“만약 그때 시골로 내려오지 않고 계속 직장에 다녔더라면 아마도 경제적으로는 좀 더 윤택해졌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내 인생이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도 않다. 어차피 별로 달라질 것도 없는 삶이라면 이렇게 내가 선택을 하고, 그 선택한 삶을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시간들이 오히려 썩 괜찮아 보이기까지 한다....

귀촌을 결심하고 시골에서 살아온 삶이 나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귀촌을 결심했을 때 난 분명히 나에게 다가올 미래를 알고 있었고, 그 미래를 선택했다. 내가 좋아서 한 선택에 따라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살아왔으니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이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인생이었는데, 시골로 오니 비로소 내 삶이 보였다.”


책 제목은 최종적으로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인생이었는데, 시골로 오니 비로소 내 삶이 보였다'를 인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말을 가다듬어 <귀촌 후에 비로소 삶이 보였다>로 책 제목을 정했다.


책 출간을 앞두고 때맞춰 '브런치를 통하여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라는 기쁜 소식이 찾아왔다. 그 기쁜 소식은 바로 내 글을 널리 공개해 주시겠다는 뜻밖의 제안이었다.


'브런치에 올리는 것과 비슷하게 귀촌 후 생활에서 느끼신 점과 귀촌, 전원생활, 전원주택 등에 관한 이야기를 부담 없이 써서 보내 주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보다 많은 독자들께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브런치에 올라온 내 글을 읽으셨나 보다. 그동안 구독자 수가 많지 않아 몇몇 분만 보신다고 생각했었다. 당연히 기쁜 마음에 수락을 했고, 지금은 네이버 팜(FARM)에 <윤용진의 귀촌일기>란 칼럼에 주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다. 아직 시작단계라 올린 글이 몇 개 되지 않지만 앞으로 잘리지만 않는다면 꾸준히 글을 쓸 생각이다. 다른 건 몰라도 끈기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다.


지난 3년 넘게 글을 써오면서 이따금 글 쓰기에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그만두고 싶은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남이 알아주든 말든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라 그만두지 못했다. 더구나 나는 그럭저럭 농사짓는 것 빼고는 딱히 잘하는 것도 없다. 그렇게 3년이란 세월을 살아왔는데, 갑자기 책을 출간하게 된 것 같다. 이렇게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신 W미디어의 박 대표님과 아그로플러스의 유 팀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도 내 인생이란 것은 특별히 달라질 것도 없고, 그저 지금처럼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농사를 지으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평범한 나날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내 인생에 딱히 불만도 없다.


출판사 대표님이 말씀하셨다. "요즘 책 읽는 분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아요. 책이 거의 팔리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어느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고 운명이 바뀔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거죠!"


만약 내 글로 어느 한 사람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가치는 없다!



책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걸어놓은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셔서 '미리 보기'로 보시면 책의 내용을 상세히 살펴보실 수가 있습니다.


P.S. 한국경제 신문에 책 소개 기사가 나왔네요. 참고 하세요.

[책마을] 농촌 생활, 낭만 아니라 '현실' : 네이버 뉴스 (naver.com)

세계일보에 나온 기사입니다.

시골로 ‘조기 은퇴’… 좌충우돌 정착기 - 세계일보 (segye.com)

농민신문에 나온 기사입니다.

[새책] ‘이른 퇴직’ 40대의 두번째 인생 - 농민신문 (nongmin.com)



귀촌 후에 비로소 삶이 보였다 - YES24

알라딘: 귀촌 후에 비로소 삶이 보였다 (aladin.co.kr)

귀촌 후에 비로소 삶이 보였다 - 교보문고 (kyobobook.co.kr)

싸니까 믿으니까 인터파크도서 - 귀촌 후에 비로소 삶이 보였다 (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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