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떠남은 삶의 일부이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Loving and leaving the good life)>는 스콧 니어링이 세상을 떠난 지 8년 후에 헬렌 니어링이 쓴 책이다. 이전에 소개한 책들이 ('조화로운 삶'과 '조화로운 삶의 지속') 자립적이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생활방식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지극히 사적인 관점에서 (헬렌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 글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좀 더 솔직한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기로 했지만 그들이 버몬트의 황량한 지대를 찾아 정착해야 했던 이유는 바로 가진 돈이 거의 없어서였다. 그 당시는 대 공황기로 부동산 값이 매우 쌌지만, 뉴욕 근교에 정착하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더구나 값싼 깊은 시골의 땅도 절반은 저당을 잡힌 채 구입해야 했다. 도시로 되돌아갈 여지를 남겨놓지 않았기에 그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하지만 그런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 속에서 그들은 오히려 만족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애써온 삶은 땅과 그 위에 있는 모든 것들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먹을 양식을 기르고 살 집을 지으며, 필요한 나무를 베고, 자신의 생활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는 돈이 거의 필요 없었고 쓸 일도 없었다. 물건을 살 돈이 없으면 우리는 손수 만들거나 그냥 없이 지냈다.'
'날마다 자연과 만나며 사는 것, 발아래 땅을 느끼는 것, 소음과 소란스러움에서 떨어져 사는 것이 매우 만족스러운 일 임을 발견했다. 나는 간소한 집에서 토속음식으로 지내며 낡은 옷을 입고 필요 없는 소유물을 버리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들은 절반쯤은 자급자족할 수 있는 생활의 기반을 마련했지만 그래도 필요한 약간의 돈을 마련하기 위해 단풍나무 수액을 졸여 사탕과 시럽을 만들어 판다. 이 경험을 담아 <사탕단풍 책>을 썼는데, 그 책 출간을 위해 펄 벅 (P. Buck) 여사 부부가 버몬트를 방문하게 된다 (펄 벅 여사의 남편이 출판업을 하고 있었다). 펄 벅 여사는 그들의 사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아 책으로 쓸 것을 권유한다. 그래서 출간하게 된 책이 바로 <조화로운 삶>이다. 그들이 사는 모습이 방송을 타고 알려지자, 그 삶의 방식을 보고 배우고자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그 사람의 영향력이 강의실에서 가르치는 것을 넘어 더 많은 것에 미치도록 점점 커지고 있었다.... 버몬트에 처음 정착하던 무렵부터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보려고 틈틈이 사람들이 찾아왔는데, 나중에는 무리를 지어 왔다.'
헬렌은 스콧을 만나기 전에, 신지 학회의 회원으로 '크리슈나무르티'와 교제를 한다. 하지만 그들이 영적인 권력자로 누리는 멋진 생활 속의 (스스로 일을 해 돈을 벌지 않고 상류 생활을 누리기만 하는) 모순과 함정을 알고는 불안해한다. 그러다가 스콧을 만나, 그의 고결함과 비전(세상에 기여하는 삶)을 보고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된다.
그래서 기꺼이 풍요로움을 버리고 스콧이 자신을 붙잡아 주기를 바란다. 헬렌은 자신의 자질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처음으로 공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추운 겨울날 온수도 나오지 않는 빈민가에서 살기도 한다. 그녀는 스콧에게 '나는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도 삶의 진정한 힘과 접하기를 원합니다'라고 편지를 썼다. 스콧이 새 책 집필을 위해 도와줄 수 있는지 헬렌에게 편지를 보내자, 헬렌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스콧에게로 간다.
스콧을 '모범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면, 헬렌은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말한다.
1930년대 미국 사회적 분위기는 정숙한 처녀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서는 남자와 같이 살지 않았다. 하지만 헬렌이 스콧과 함께 살기 시작했을 때, 스콧은 아직 부인과 이혼하지 않은 채 별거 중이었다. 그들은 스콧의 전 부인이 죽은 후에야 결혼을 한다. (아무리 자유로운 영혼이라고는 하지만, 유복하게 자란 다 큰 처녀가 21년 차이의 별거 중인 유부남을 만나 동거를 하고, 오지로 들어가 땅을 개간하고 농사를 지으며 궁핍하게 살아간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그녀 부모의 심정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그들은 무신론자로 죽음에 대한 개념도 남다르다. 스콧은 친구에게 '죽음'에 대하여 이렇게 편지를 썼다.
'많은 사람이 죽음을 끝으로 생각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죽음은 변화지. 낮에서 밤으로 바뀌는 것과 비슷하게, 언제나 다시 또 다른 날로 이어지지. 두 번 다시 같은 날이 오지 않지만, 오늘이 가면 또 내일이 오네.'
나이 98세가 되어 기력이 급격히 떨어지자, 스콧은 자신의 힘이 아주 사라지기 전에 죽고 싶어 한다. 그래서 100세가 거의 되었을 때, 자신의 의지에 따라 단식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스콧은 헬렌과 53년을 함께 살았고, 100세가 된 지 3 주일 후에 메인에 있는 집에서 숨을 거둔다. 스콧은 조용하고 여유 있게, 의식을 유지한 채 사랑하는 친구들에 둘러싸여 죽는다.
스콧이 죽고 헬렌은 혼자 남아 꿋꿋하게 메인의 집을 꾸려 나간다.
'나는 내 삶을 꾸려갈 수 있다. 나는 의기소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스콧이 아직 여기 있는 것처럼 살려고 애쓸 것이다.'
'잃음은 우리가 경험하는 사랑에 뒤따라오기 마련인 한 부분이다.... 가을이 여름 뒤에 오듯 사별은 결혼에 이어서 온다.'
스콧이 죽고 12년 뒤인 1995년에, 헬렌은 91세의 나이로 고통사고로 죽는다. 그녀는 혼자서 운전을 하다가, 늘 다니던 익숙한 길에서 나무에 부딪혀 죽는다. 아무도 그 사고를 본 사람이 없으므로 그 사고가 의도된 죽음인지는 알 수가 없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서 그녀는 다음과 같이 끝을 맺는다.
'내가 스콧에게 주고, 또 그이에게서 받은 사랑, 그리고 내가 아는 수많은 여성, 남성들과 주고받은 사랑은 이 세상에서 여전히 진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사랑은 원천이자 목표이고, 완성의 도구이다..... 사랑에는 끝이 없으며 영원히 언제까지고 계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랑과 떠남은 삶의 일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