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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침이와 호돌이네 Mar 29. 2022

고추 재배법

<귀농 귀촌인을 위한 실전 텃밭 가꾸기> 중에서

고추는 다년생 식물이지만 추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므로 한해살이풀처럼 키운다모종을 심는 시기는 늦서리 피해가 없는 5월 초순이 좋으며줄 간격 80~120cm, 포기 간격 45cm로 심는다고추는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므로 웃거름도 2~3차례 줘야 한다특히 비바람에 약하므로 지지대를 세워줘야 한다고추는 병충해도 많으므로 빨간 고추를 수확하려면 필히 방제를 해야 한다


토양 산도에는 민감하지 않으나 약산성 토양(pH6.0~6.5)을 좋아하며연작 피해를 줄이려면 3년간 돌려짓기를 해야 한다그 외에도 우리 집은 꽈리고추나 오이고추도 한두 포기씩 심는데재배법은 일반 고추와 동일하다단 품종이 다른 고추들은 멀찌감치 떨어뜨려 심어야 한다가까이 심으면 꽃가루가 서로 섞여 이상한 품종의 고추가 열린다.     

역 사다리꼴 지지대를 세우고 고추를 키운다. 고추 크기에 따라 옆줄을 설치해준다

텃밭 농사를 짓는 집 치고 고추를 심지 않는 집은 없다. 고추는 일 년 먹을 양념을 마련하기 위해 심기도 하지만, 한여름 동안 풋고추나 먹겠다고 몇 포기만 심는 분들도 많다. 몇 포기만 심는 가장 큰 이유는 고추는 방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해마다 밭이랑 두 곳에 40포기 내외의 고추를 심는데, 그 정도면 우리 식구 일 년 먹을 고춧가루를 만들 수 있는 양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노지 재배의 경우, 고추는 한 포기당 마른고추 반 근 정도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집은 일 년 먹을 고춧가루용으로(김장과 고추장 담그는 것 포함해서) 대략 20근 정도가 필요한데, 역으로 계산하면 고추 40포기만 심으면 가능하다는 말이다.


고추는 밭 재배 작물 중에서 소득이 높은 작물에 속한다. 하지만 소득이 높은 만큼 재배도 힘들고, 또 무더운 한여름에 빨간 고추를 수확하고 건조시키는 일이 그리 만만치만은 않다.  

   

1) 심는 시기

고추는 특히나 추위에 약한 작물이므로 냉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가급적이면 늦게 심는 것이 좋다. 고추는 모종값도 비싼데 기껏 심었다가 냉해 피해라도 입으면 다시 심어야 한다. 우리 집은 보통 5월 초순에 모종을 심곤 했는데, 최근에는 5월 5일이 지나서 늦서리가 온 적도 있으므로 앞으로는 더 늦게 심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정식 시기를 늦출 수만도 없으니, 해마다 5월이 되면 날마다 날씨 예보를 보며 언제 모종을 심을지 고민을 한다. 


그런데 주위 분들을 보면 4월 중순만 되어도 벌써 모종을 심기 시작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도 마음이 조급해진다. 처음에는 급한 마음에 남들 따라 일찍 모종을 심기도 했는데, 몇 차례 냉해 피해를 입은 이후로는 5월 초순이 될 때까지 참고 기다린다. 시간도 많고 성격도 급한 농사꾼이 5월이 되기까지 기다렸다가 모종을 심는다는 것은 웬만한 인내심 없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참고> 텃밭 농사를 짓는 경우, 고추는 모종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만들어 놓은 모종을 구입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고추는 모종을 키우는데 3개월이나 걸리고, 재배환경을 맞추어주기도 어렵다. 더구나 해마다 개량되어 나오는 종자값도 매우 비싸다. 그래서 대량으로 고추를 재배하는 전문농가들도 고추 모종만큼은 전문적으로 모종을 키우는 분께 위탁을 한다.   

   

2) 밭 만들기

고추밭을 만들 때에는 거름을 듬뿍 줘야 한다. 고추는 거름을 워낙 좋아하는 다비성 식물로 밭을 만들 때 퇴비뿐만 아니라 비료도 섞어줘야 한다. 고추밭에서 여름 내내 엄청난 양의 고추를 수확하고 싶으면 그만큼 거름도 많이 줘야 한다. 


특히 고추는 추비를 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수확을 하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밑거름뿐만 아니라 웃거름도 매달 1회 정도로 8월까지 지속적으로 줘야 한다. 텃밭 농사를 짓는 경우에는 NK비료를(웃거름용으로 보유 중인 비료가 그것뿐이니까) 웃거름으로 주지만,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분들은 다양한 기능성 비료를 때맞춰 준다. 


처음에는 고추의 키를 키우기 위해 질소 위주의 비료를 많이 주지만, 어느 정도 키가 커지고 나면 그때부터는 마디가 짧고 굵게 자라도록 유도해야 한다. 고추는 수확을 하면서도 계속 꽃이 피므로 때때로 꽃의 분화를 돕도록 인산칼슘을 엽면시비 해주는 게 좋다. 나는 일주일 간격으로 아미노산 액비와 인산칼슘을 교대로 엽면시비를 해준다. 고추 포대에 씌어 있는 비료 성분은 N-P-K 비율이 15-6-8로, 고추는 상대적으로 질소를 많이 필요로 한다.  

   

3) 모종 심는 법

모종을 심기 위해서는 먼저 비닐이나 부직포에 간격을 맞춰 구멍을 뚫어야 한다. 그 다음에 끝이 약간 뾰족한 물건으로 꾹 눌러 흙에 홈을 판다. 나는 홈을 파는 도구를 나무로 만들었다. 대부분의 모종을 심을 때에는 구멍을 깊게 뚫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고추는 키가 커서 초기에 바람에 많이 흔들리므로 조금 깊이 심는 게 좋다. 그리고 모판에서 모종을 뽑아 구멍에 넣고 물을 구멍에 충분히 주어 뿌리가 흙에 활착이 잘 되도록 해준다. 끝으로, 물이 땅속으로 스며든 이후 구멍이 보이지 않도록 흙으로 가볍게 덮어준다. 가볍게 흙을 덮어주는 게 중요한데, 흙이 젖어 있을 때에는 절대로 꾹꾹 눌러주면 안 된다.


참고로, 모판에서 모종을 뽑을 때에는 미리 물을 뿌려 모종을 푹 적셔 놓고, 나중에 작은 포크를 사용하여 모종을 뽑으면 쉽게 빠진다.  

   

고추 모종 심는 법

4) 재식 거리

고추는 대개 45cm 포기 간격으로(우리 집 텃밭의 이랑 간격은 180cm임) 한 줄로 심는데, 가급적 널찍하게 심어야 바람이 잘 통하고 병충해 발생이 줄어든다. 요즘은 더 넓은 줄 간격(2m 간격)으로 심는 분들도 종종 보곤 한다. 면적은 같은데 수량만 많이 심는다고 수확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간격이 넓으면 고추가 크게 자라고 수확량도 당연히 늘어나게 마련이다. 


고추는 초기에 키를 충분히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첫 방아다리(고추 줄기가 Y자로 분화되는 지점) 아래에서 발생하는 곁순은 모두 제거하는 게 좋다. 또 처음 열리는 고추도 떼어주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 곁순은 보이는 대로 바로 제거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제거하는 것이 생육에 더 좋다고 한다.

 

곁순을 전혀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아랫부분의 분지가 너무 많아 복잡해지고, 윗가지의 자람은 더디어진다. 키가 작으면 고추가 빨리 열릴지는 몰라도, 덩치가 커져야 나중에 수확량이 늘어난다.     

빨갛게 익은 고추를 먼저 골라 따낸다

5) 병충해

고추는 병충해 피해가 큰 작물이다. 텃밭에서 풋고추를 수확할 목적으로 고추 몇 포기만 심는다면 방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그것도 7월 정도까지만 수확이 가능하다), 빨갛게 익은 고추를 수확하려면 꼭 방제를 해줘야 한다. 특히 고추는 바이러스에 의한 병 피해가 큰 데 제일 무서운 것이 탄저병이다. 탄저병은 비가 올 때 빗물에 섞이거나 또는 빗물에 튀긴 흙을 통해서 많이 감염된다. 


그래서 고추의 병 피해는 장마 이후에 급속도로 나타나며, 그 확산 속도도 매우 빨라 한 번 감염되면 순식간에 밭 전체로 확산된다. 판매를 목적으로 고추를 재배하는 분들은 보통 1주일에 1회 방제를 하고 있으며, 장마가 긴 해에는 햇빛만 보이면 수시로 방제를 한다.      

 

<참조> 비 가림 재배나 빗물에 흙이 튀지 않도록 멀칭을 해주는 것도 병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고추에 자주 발생하는 병에는 역병이나 풋마름병(청고병)이 있다. 이들 병에 걸리면 아침저녁에는 싱싱해 보이다가도 낮에는 시들어버리며, 결국은 말라죽게 된다. 한 번 병이 발생하면 점차 주위의 고추로 전파되는데, 역병이나 풋마름병은 텃밭이 작아 돌려짓기를 하지 못하는 밭에서 자주 발생한다. 


역병이나 풋마름병이 의심되는 고추는 미련 없이 뽑아버려야 한다. 역병 방지를 위해 아인산과 수산화칼륨을 희석하여 엽면시비나 관주를 해주면 효과가 있다고는 하는데, 한 번 걸리면 회복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발병된 고추에 수차례 처방을 해 보았지만 완전히 회복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위의 처방은 병이 주변으로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고추 시듦병의 또 다른 원인은  완숙되지 않은 퇴비를 사용했을 때이다. 이 경우 초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나, 장마철 땅속에 수분이 많아지면 미완숙 퇴비와 만나 가스를 발생시키게 된다. 이 가스가 뿌리에 영향을 주게 된다. 땅속에 물이 많아지면 고추에 해로운 선충 및 미생물이 물을 타고 쉽게 이동하므로 병이 빠르게 퍼지게 된다. 


이외에도 고추의 병충해에는 진딧물, 나방류, 노린재, 총채벌레 등 온갖 종류의 해충과 바이러스가 들끓는다고 보면 된다. 고추에 농약을 뿌리지 않고서는 제대로 수확을 할 수 없는 이유다.


끝으로, 병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추는 수확 후 뿌리를 뽑아 말린 후 불에 태워버리는 것이 좋다. 고추 방제용 농약은 농약사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방제할 때마다 살충제(해충)와 살균제(바이러스)를 섞어서 뿌려준다. 

 

생리현상으로는 고추 끝이 말라서 비틀어지는 석회 결핍 현상이 있으며, 수분이 부족할 경우에는 아래서부터 자연 낙과가 되는 현상도 발생한다.    

  

6) 고추 수확하기

빨갛게 익은 고추는 골라 먼저 수확을 한다. 보통 3차례 정도 수확하면 끝나는데 두 번째부터 수확하는 고추의 질이 좋다고 한다. 고추는 수확하는 동안에도 계속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린다. 따라서 날씨가 쌀쌀해져 고추농사를 끝내야 하는 시점에도 파란 고추가 달려 있다. 


이때 짙은 파란색의 고추는 수확하여 고추 장아찌를 만든다. 약간 붉은 기가 있는 고추는 내버려둔 채 고추의 아래줄기를(뿌리 근처) 잘라주면 서서히 고추가 빨간색으로 물들어 먹을 수 있는 정도로 바뀐다. 짙은 파란색 고추는 빨갛게 변하지 않는다. 고추줄기는 굵어 전지가위로도 자르기 어려우므로 톱으로 잘라주는 게 좋다. 물론 뿌리를 뽑기는 더욱 어렵다.    

 

7) 고추 유인법

고추는 포기마다 엄청나게 많은 고추가 열린다. 고추가 얼마나 많이 열리냐 하면 비가 올 때면 매달린 고추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가지가 찢어져 버릴 정도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고추를 나무처럼 키워 한 그루에서 2천 개까지 수확하신다는 분도 있는데(자연농업 교육자료 중에서) 평범한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고추를 재배하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유인을 꼭 해줘야 한다. 고추 유인법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한 ‘작물별 지지대 설치법’을 참조하면 된다. 물론 어떤 방식을 사용할 것인가는 주어진 환경에 따라 각자가 선택할 일이다.

초기에 힘이 들어도 미리미리 적절한 방식으로 유인줄을 설치해주면 나중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여유로울 수 있다. 예전에 준비 없이 태풍을 맞아 다 쓰러져버린 고추를 세워주느라 고생했던 기억들이 새롭다.


P.S. <귀농 귀촌인을 위한 실전 텃밭 가꾸기>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모종 심는 시기는 중부지방 기준으로, 같은 중부지방이라고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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