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귀촌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새침이와 호돌이네 Oct 20. 2022

생강 농사가 대박 났다

<귀촌 일기 중에서>

"생강 만 원어치 (600g) 심어서 22킬로 수확했으면 성공한 거 아냐?" 오랜만에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와! 많긴 한데..." 아내가 말끝을 흐렸다. 내 잘난 체하는 모습에 뭔가 트집을 잡긴 해야겠는데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나 보다. 흐흐흐. 눈앞에 이렇게 생강이 수북이 쌓여 있으니 내가 아무리 얄미운 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최근 몇 년간 생강을 재배하면서 올해처럼 농사가 잘 되기는 처음인 것 같다. 물론 내 농사 실력이 늘어난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내년에는 또 어떻게 망가질지 모르니까. 하지만 생강을 심고 볏짚을 덮어준 이후로는 수확량에 다소 차이가 있을지언정 생강 농사를 완전히 망쳐버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올해는 유난히도 생강 잎이 푸르고 크게 자랐다.

내가 생강을 심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예전의 나는 텃밭농사를 지으며 말도 안 되는 규칙을 갖고 있었으니 투자 대비 수확량이 많지 않으면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그러니 농사를 시작한 초기에는 수확량이 별로 늘어나지 않는 마늘이나 쪽파를 심어 본 적이 없다. 한쪽을 심어 겨우 몇 쪽으로 늘어나는 생강도 밑지는 장사라는 생각에 심지 않았다. 아내는 이런 나를 보고 혀를 끌끌 찼지만, 고집불통인 나와 싸우기 싫어서인지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와 장에 갔다가 마늘이나 생강 가격이 꽤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득 수확량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실용주의 자답게 하루아침에 내 규칙을 확 바꾸어 버렸다. 앞으로는 수확량보다는 가격이 비싼 작물을 심기로. 그때부터 우리 집은 마늘과 생강을 심기 시작했다.     

생강 한쪽이 분화되어 이렇게 크게 자랐다.

생강은 다른 작물들처럼 보통 4월 말에서 5월 초순에 심으면 된다. 그런데 생강은 심은 지 45일에서 60일 정도가 지나야 싹이 튼다. 텃밭의 다른 채소들은 키가 부쩍 크고 수확할 때가 되어 가는데 생강은 싹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웬만한 성격으로는 기다리다가 숨넘어가기 마련이고, 정말 죽은 건지 흙을 파보고 싶은 유혹을 견디기 힘들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땅을 파봤다. 

     

그래서 생강은 눈을 틔어 심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니면 시장에서 종자를 살 때 이미 눈이 틔어 있는 생강을 구입하거나. 특히 밭에 생강을 심을 때는 어렵게 튼 눈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생강은 초기 성장이 느리긴 해도 재배하기 쉬운 작물인데, 밭에 심은 뒤에 습기를 유지하도록 볏짚을 덮어주기만 하면 별다른 병충해 없이 잘 자란다.      

텃밭에서 뽑은 생강. 왼쪽 끝에 있는 포크는 생강을 캘 때 사용한다.

생강은 종자를 보관하기가 어렵다. 종이상자에 담아 창고에 보관도 해보고 땅속에 묻어도 보았지만 겨울을 지나며 썩어버렸다. 전문가들도 일반 가정에서는 생강을 보관하기가 어렵다고 할 정도다. 그래서 요즘은 수확한 생강은 몽땅 먹어버리고 봄이 되면 종자용 생강을 따로 구입하고 있다. 

     

올봄에 생강 종자를 사러 장에 갔다가 운 좋게 전문가를 만났다. 직접 키운 생강을 팔러 나온 분이었는데 조금 친숙해지자 자신이 터득한 비법을 전수해주셨다. 

     

“종자로 쓸 생강이 아니라면 조금 늦게 캐세요. 서리를 한두 번 맞혀도 괜찮아요. 그 마지막 10여 일 사이에 생강이 20~30%는 커지거든요!”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씀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생강을 늦게 캐야겠다고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얼마 전 갑자기 날씨가 영하로 내려간다는 기상예보가 나왔다.  

    

“혹시 생강이 얼어 버리면 어쩌지?” 내가 직접 검증한 방법도 아니니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시험 삼아 한 포기를 캐보았는데 이미 큰 생강이 엄청나게 매달려있었다. 이 정도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더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리가 내리기 전에 생강을 몽땅 캐버렸으니 올해는 전수받은 비법을 확인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내 믿음이 없는 탓이니 검증은 내년으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생강 600g을 심어 22kg을 수확했으니 생강도 확실히 남는 장사다.

내 주위에 사시는 형님들도 우리 집 생강을 부러워하신다. “동생, 생강종자 구입할 때 내 것도 사다 줘!” 내가 좋은 종자를 구입해서 농사가 잘 된다고 생각하시나 보다. 내 주위에는 그렇게 나를 따라 생강 농사를 시작하신 형님이 세 분이나 계시다. 물론 내가 터득한 생강 재배법도 함께 전수해드렸고. 예상외로 내 주위에는 시골에서 오래 사셨어도 생강을 심어본 분들은 많지 않으신 것 같다. 

     

생강을 캘 때, 수많은 생강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사실 생강뿐만이 아니라 수확할 때는 뭐든지 다 좋기는 하다. 수확한 생강은 잠깐 물기를 말린 다음, 바구니에 담아 시원한 곳에 옮겨놓았다. 바구니 두 개에 가득 찬 생강의 무게를 재어보니 22킬로나 된다. 600그램이 22킬로가 되었으니 생강도 남는 장사가 분명하다.    

 

작년에 수확한 생강은 분말을 만들어 겨우내 차로 끓여먹었다. 아직까지도 생강분말이 남아 있다고 하니, 올해 수확한 생강으로는 효소도 만들고 청도 만들어봐야겠다. 이것저것 다 만들어 봐도 될 정도로 충분한 양이다. 바구니 가득히 넉넉하게 담겨있는 생강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롭고, 은은한 생강 향이 퍼져오는 것 같다.      


올해는 겨우내 따뜻한 생강차를 마음껏 마실 수 있겠지! 차 마실 때마다 아내에게 은근히 뻐기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골 산다고 다 건강한 것은 아니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