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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귀촌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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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침이와 호돌이네 Nov 03. 2022

꽃게를 좋아하세요?

<귀촌일기 중에서>

“택배가 왔네!” 아내가 신이 나서 스티로폼 박스를 열었다. 박스 안에는 약간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꽃게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가을은 살이 꽉 찬 꽃게 철이라고 하던데 어쩌다 보니 올가을도 거의 다 지나가버렸다. 가을 꽃게의 감칠맛을 놓치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꽃게 주문을 내야 했다. 아무래도 내륙 한가운데 살고 있으니 싱싱한 해산물을 접하기가 어렵고, 어쩌다 TV에서 방송되는 살아있는 새우나 꽃게를 보게 되면 우리 부부는 이성이 마비된 채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물론 꽃게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냐만 나는 꽃게라고 하면 더욱 강한 집착을 보인다. 특히 별로 쓸모도 없어 보이는 꽃게 껍질에!      

싱싱한 꽃게만 보면 우리 부부는 이성을 잃어버린다. (사진출처: Pixabay)

내가 꽃게 껍질에 푹 빠져있는 이유는 바로 '키토산 액비' 때문이다. 키토산은 꽃게나 새우 껍질에 많이 포함되어있다는데, 농사를 시작한 이후 키토산 액비만큼 애지중지하는 농자재는 없다. 만약 텃밭이나 작은 규모의 농사를 지을 때, 손쉽게 만들 수 있으며 효과도 눈에 띄게 좋은 농자재를 딱 한 가지만 추천하라면 나는 주저 없이 키토산 액비를 꼽는다. 키토산은 모든 영양제의 입자를 잘게 부수어 농작물이 흡수하기 쉽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예전에 자연농업 교육을 받으며 '키토산 액비' 만드는 법을 배웠다.   

   

'게딱지만을 깨끗하게 씻어 말린 다음 가루로 빻는다. 불순물이 남아있으면 나중에 아미노산 냄새가 나므로 잘 제거해야 한다. 게딱지와 현미식초를 무게 1:10의 비율로 섞는다. 처음에는 기포가 발생하는데 며칠이면 용해가 끝난다. 이 용해액에 물을 1000배로 희석해서 쓰면 된다. 여기에는 칼슘도 많이 들어있어서 키토산 칼슘액비라고도 한다.' 

  

문제는 게딱지다. 게딱지만을 모아 액비를 만들려면 도대체 게를 얼마나 많이 먹어야 하나? 날마다 꽃게를 먹으라면 좋긴 하겠지만 지금도 부실한 우리 집 가계가 먼저 거덜 난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게딱지를 몇 년을 모야야 액비를 한 번 만들 수 있었고, 어렵게 만든 액비는 아까워서 부들부들 떨면서 조금씩만 사용을 했다. 

    

내가 꽃게 껍질에 집착한다고 해서 꽃게 먹는 것을 싫어한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쪄 먹는 꽃게의 맛이란! (사진출처: Pixabay)

몇 년 전에 인천에 사는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일 년에 한두 차례 서로 오가며 만나곤 했는데 그 친구가 시골로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 복잡한 도시로 가봐야 답답하기만 했으니까. 그때도 놀러 오라는 말에 농사일로 바쁘다고 핑계를 대며 미루고 있었다. “꽃게 먹으러 인천에 한 번 와라!” 친구가 유혹을 했지만 그 정도로 넘어갈 내가 아니었다. “다음에 먹지 뭐!”  

   

그 친구가 드디어 회심의 한 방을 날렸다. “나 꽃게 단골집이 있거든. 오면 꽃게 껍질 얻어 줄게!” 눈이 번쩍 뜨이는 말이었다. “정말?” 곧바로 커다란 고무 통을 차에 싣고 인천으로 달려갔다.    

 

수북하게 쌓여있는 게 껍질을 보며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모른다. 게딱지는 키토산 액비를 만들기 위해 따로 골라내어 깨끗이 씻어 말리고, 나머지는 몽땅 ‘키토산+아미노산’ 액비를 만들었다. 액비 이름은 그럴듯한데, 제조법은 커다란 고무 통에 게 찌꺼기를 전부 쏟아붓고 물과 미생물(EM)을 넣어 만들었다는 말이다. 남은 게 찌꺼기를 도저히 발라낼 재간이 없으니까. 그리고 2~3년만 기다리면 게 껍질이 저절로 녹아 값비싼 액비가 완성된다. 시간이 곧 돈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참 쉽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게 찌꺼기가 발효될 때 아미노산 냄새 (구린내)가 진동을 하니 고무 통을 멀찌감치 두어야 한다. 


게딱지를 식초에 넣어 만든 '키토산 액비'는 주로 엽면시비용(잎에 뿌려주는 것)으로 사용하지만, '키토산+아미노산 액비'는 나중에도 냄새가 조금은 남아 있으므로 관주용(땅에 뿌려주는 것)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왼쪽은 수시로 게 껍질을 넣는 통이고, 오른쪽은 완성된 액비를 담아두는 통이다.

왼쪽 '게 다리'가 빼꼼히 보이는 것이 1차 키토산 액비 통이다. 먹고 남은 게 찌꺼기는 무조건 다 여기에 넣는다. 수시로 넣기 때문에 항상 게 껍질이 보인다. 그리고 가을이면, 한해 쓸 양만큼 액비를 퍼서 오른쪽 통에 옮겨 넣는다. 물론 다음 해 사용할 때는 오른쪽 액비 통에서 꺼내 쓴다.

     

현재 나는 다양한 종류의 농자재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많은 농자재를 한꺼번에 만든 것은 아니고, 10년 넘게 농사를 짓다 보니 하나둘씩 늘어났다. 요즘에는 고추가 사람 키보다 더 크게 자란다는 영양제도 팔고, 한 번만 뿌려줘도 다수확을 보장한다는 농자재도 판다. 하지만 벌이도 시원치 않으면서 매번 값비싼 농자재를 사서 농사짓다가는 본전을 건지기도 힘들다. 특히 조그마한 텃밭재배의 경우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농자재는 가급적이면 돈 안 들이고 직접 만들어 사용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이 '키토산+아미노산' 액비를 준 이후 한 번도 마늘농사를 망친 적이 없고, 배추도 한 포기에 9.5kg까지 만들어 봤다. 만약 집에서 텃밭을 가꾼다면, 그리고 농사를 한두 해 짓고 말 것이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꼭 만들어 볼만한 농자재이다. 그 효과는 내가 직접 검증했으니까!

 

잘 아시겠지만 (특히 내 세대 분들은), 2~3년은 후딱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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