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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침이와 호돌이네 Jan 28. 2021

귀촌 - 집 지을 때 한 번쯤 고려해야 할 것

나는 집에 큰돈 투자하고 쪼들리며 살 마음이 조금도 없다

시골에서 살려면 아마도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집을 구하는 일이다. 집은 새로 분양하거나 이미 지은 전원주택을 구입할 수도 있고, 기존 시골집을 구입하여 수리하는 방법도 있다. 또 시간도 많고 능력도 되시는 분은 본인이 직접 지을 수도 있다. 물론 우리 집처럼, 일단 시골의 아파트에 살며 시간을 갖고 집을 짓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각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어느 방법이 좋다고 딱히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만약 새로 집을 짓는다면 한 번쯤은 고려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 봤다. 물론 내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상당히 주관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집 짓기를 처음으로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내 경험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귀촌하여 짓는 집은 몇 년 만 살다 떠날 집이 아니다. 어쩌면 늙어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는 삶의 공간일 수도 있다. 그만큼 집은 우리 부부가 늙었을 때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집 크기는 부부만을 위한 공간이면 충분하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30평이다. 그런데 이 집을 지으면서 "왜 그렇게 작게 집을 짓느냐?"라는 말을 많이도 들었다. 그 당시는 커다란 전원주택이 유행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아마도 시골로 이주하면서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 망해서 시골로 온 것 아니거든!' 그래서 사람들은 전원주택이라고 하면 당연히 커다란 이층집을 지었고, 마당에는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잔디를 깔았다. 또 주말이면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고기를 구워 먹었다. 비싼 고급차로 마을 길 다 막아놓고.   

  

큰 집을 짓는 이유도 명확했다. 이다음에 자식들이 결혼하여 가족들을 데리고 오면, 최소한 온 식구가 함께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시골에 살다 보니 그런 일은 거의 벌어지지 않는 것 같다. 요즈음 젊은 세대가 일 년에 몇 번이나 시골집에 와서 자고 가겠는가? 또 그 몇 번의 방문을 위해 꼭 큰 집을 지어야 할까? 어차피 남겨지는 것은 부부 두 사람뿐인데. 

     

큰 집에서 살 때 감수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보면, 일단 집이 크면 청소하기가 힘들어진다. 만약 2층이라도 있으면 더 힘들어진다. 더 중요한 것은, 겨울이면 난방비가 엄청 나온다. 지금도 많은 시골 사람들은 난방은 최소로만 하고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보낸다. 

         

집은 단층으로 지어야 한다.  

   

외관상으로 볼 때, 집은 이층으로 지어야 멋있다. 단층집은 왠지 모르게 초라해 보인다. 그러나 실용성 측면에서 보자면 이층은 노인들이 사용하기 힘든 공간이다. 땅값이 엄청나게 비싼 도시에서는 땅의 효용을 높이기 위해 이층으로 집을 짓는다고 하지만, 땅값이 싼 시골에서는 굳이 이층으로 집을 지을 필요가 없다. 무릎이 아파서 이층에는 일 년 내내 올라가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처음에는 집을 이층으로 설계했었는데, 그 말을 듣고 단층으로 변경했다. 나에게는 멋보다는 실용성이 더 중요했다.   

  

집은 단열을 확실히 해야 한다.  

   

예전에는 추위에는 약해도 더위에는 강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추위도 더위도 못 참겠다. 나이 드니 작은 환경변화에도 민감해지는 것 같다. 집은 여름에 덥지 않고 겨울에 춥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집 지을 때 단열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집 지을 당시에 단열재로 사용하는 금액은 그리 크지가 않다. 그러나 나중에 단열공사를 추가로 하려면 비용이 몇 배로 늘어난다.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같은 평수라고 하더라도 단순한 사각형 구조일수록 외벽의 면적은 작아진다. 외벽의 면적이 줄어들면 그만큼 열 손실도 줄어들고, 공사 자재와 시공비도 줄어든다. 소위 단열성능이 좋은 패시브 하우스 치고 외형이 복잡한 집은 없다. 요즘은 성능도 좋고 값도 싼 단열재도 많이 있다. 

    

시골에 지은 주택은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다. 그래서 시골의 농가주택들은 지은 지 10년쯤 지나면, 매매 시 건물 가격을 거의 인정받지 못한다. 집에 큰 금액을 투자하면 그만큼 하락폭도 클 수밖에 없다. 시골의 주택이나 땅은, 도시의 아파트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마을의 집들과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고급 주택에 살게 되면 마을 주민들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다. 위화감에 쉽게 다가서려는 마을 주민들도 거의 없다. 그런 집은 주중에는 내내 문이 닫혀있고 사람 그림자도 잘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뒤에서는 마을 주민들 수군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올 테고.   

  

끝으로 한 가지 덧붙인다면, 우리 부부가 쉽게 시골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동네 분들과 쉽게 동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리 부부가 집을 지을 때 (집의 상당 부분을 우리 부부가 직접 지었다), 순식간에 온 동네에 소문이 났다고 한다. 그리고는 수시로 동네 분들이 염탐을 하러 오셨다. 도시에서 온 젊은 부부라고 하니 과연 어떤 인간(?)들인지 확인하고 싶으셨나 보다. 아마도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쌀쌀맞은 외지인의 모습을 예상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꼴이 영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하는 모습이 측은하고 안쓰럽기까지 했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나 저들이나 별반 다를 게 없네!’라고 생각하신 게 틀림없다. 그래서 순식간에 우리 부부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지신 것 같다. 그분들이 우리에게 건넨 첫 말씀은 "뭐 도와줄 일이 없느냐?"였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나는 집은 가급적이면 작고 소박하게 짓기를 권하고 싶다. 

     

만약 앞으로 다시 집을 지을 기회가 있다면, 지금보다도 더 작게 지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 ‘인생 후르츠’에 나오는 노부부처럼, 나이 들어서는 원룸에 사는 것도 크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아내야 극구 반대하겠지만. 아내는 방 두 개짜리 집이 양보할 수 있는 마지막 마지노선인 것 같다.  

   

그동안 살아보니 우리 부부에게는 작더라도 따뜻한 집이 최고다. 이 정도 크기면 됐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나는 집(건물)에 큰돈 투자하고 돈에 쪼들리며 살아갈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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