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학기를 남겨둔 마케팅 인턴이 독일 교환학생을 떠난 이유
어린 시절 다른 나라들을 알게 되면서부터 내 꿈은 해외여행이었다. 답답한 집안이 싫어서인지 막연히 해외에 대한 환상 때문인 건지 외국은 나에게 환상의 나라 같았고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는 가장 멋있는 일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들에게 '가고 싶은 여행지'를 발표하는 시간에서 운명처럼 유럽, 그중에서도 이탈리아를 선택한 순간 그때부터 나의 인생(에서 제일가고 싶고 제일 좋은) 여행지는 유럽이 되었다. 한마디로 천년의 이상형이 생겼다. 이탈리아에 대해 알아보았던 시간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유럽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환상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
유럽 중에도 이탈리아가 끌렸던 이유는 아무래도 미술 때문이다. 어릴 적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나에게 다양한 미술 작품이 모여있는 유명 박물관, 뛰어나고 유명한 조각품, 궁전 같은 길거리 건축, 그림 같은 유럽 전역의 자연 풍경은 꼭 이루고 싶은 꿈 그 자체였다. 어릴 때부터 확고히 가지고 있던 터라 대학생이 되면 무조건 유럽여행이나 교환학생을 가게 될 줄 알았다. (마치 중학생 때 인서울은 하겠지~...라는 마인드)
환상은 머리가 했지만 실현은 발바닥이 하는 일이란 걸 꿈에도 모르고... 스무 살 재수생활로 대학교는 밟지도 못하고 공부만 했었고 스물한 살이 되고 대학교에 들어갔지만 500만 원의 전재산을 들고 유럽여행을 다녀올 패기도 그럴만한 집안 사정도 허락되지 않았다. 또한 잘못된 나의 정보력으로 교환 학생을 다녀오려면 3천만 원은 필요한 줄 알고(이래서 정확한 정보 찾기가 중요하다.) 엄두도 못 내고 교환학생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코로나 학기로 시간마저 훌쩍 지나 어느덧 4학년.. 마케터를 희망하던 찰나, 마케팅 인턴은 한번 하고 졸업이 하고 싶어 휴학을 했다. 그때 한 휴학으로 나에게 교환 학생에 대한 마음이 되살아 날 줄 꿈에도 모른 채로 말이다.
휴학을 하고 처음으로 들어간 인턴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었다. 작은 스타트업이었지만 집과도 가깝고 능력 있는 마케터 사수님들도 많아서 마케터로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인턴을 시작할 당시 나의 태도는 무엇이든 물어보면서 최대한 많이 배우고 가자!!라는 의욕뿜뿜 신입이었다. 그렇기에 팀원들과 대화하는 것도 즐겁고 근무하는 8시간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동기인턴과 다른 마케터 분과 점심식사를 하던 중 인턴 이후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그저 학교로 복학하고 남은 두 학기를 채우고 마케터로 취업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동기 인턴이 ‘교환 학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저 멀리 접혀있던 교환학생에 대한 꿈이 작게 펄럭이던 순간이었다.
마침 같이 밥을 먹던 팀원분도 독일 교환학생 경험자셨고, 자기는 교환학생을 무조건 추천한다면서 대학생 때 해볼 수 있는 정말 좋은 경험이라고 꼭 가보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막연히 외국으로 수업 들으러 가는 걸 교환학생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팀원분께 룸메이트와 같이 밥을 해 먹고 시간이 남으면 다른 나라로 여행 가고, 영어로 말해보는 경험 등 구체적인 일화들을 들으니 교환학생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결정적으로 내 교환학생 꿈을 접게 된 비용에 대한 문제였는데 한 학기 비용을 조심스레 여쭤보니 내가 생각한 금액의 절반도 안 되는 비용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견고한 두려움이 깨지자 기쁜 동시에 너무 부끄러웠다. ‘그토록 가보고 싶었으면서 찾아볼 생각조차 안 해보다니.' 당연하게 내려놓았던 과거의 내 마음이 참 아깝게 여겨졌다. 아무런 기대도 없이 시작한 이 스몰 토크를 통해 가능성을 보았고 새로운 도전을 행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는 것이 큰 행운이었다.
교환학생이란 선택지를 마주한 이후에도 인턴을 하면서 해외 경험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이곳에서 내가 마케터로서 시도하고 가져야 할 생각들은 대학교에서 배운 마케팅 이론들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것이 많고 경험이 많이 없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우리 옆 부서에는 외국어 학습지를 판매하는 브랜드가 있었는데, 외국어 학습지인 만큼 일본, 미국, 유럽, 중국 등 다양한 나라 언어를 사용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공동 라운지를 사용하다 보니 그 직원들과 마주칠 일이 있었는데 다른 언어로 서로 소통하는 모습이 멋있었고, 외국어를 할 줄 안다면 나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일을 하면서 만약 외국어도 할 줄 모르고 외국 경험도 없이 졸업하고 취업하게 된다면 평생을 그리워하고 아쉬워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사회에 빠르게 취업한다고 하여 경력만 쌓일 뿐 해외를 다녀올 수 있는 경험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외국에 대한 두려움만 축적될 것 같다는 생각과 이 경험과 도전을 통해 내가 더 성장하고 성취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거라는 확신이 생겨 교환학생을 나가야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렇게 인턴생활을 하면서 졸업 전 교환학생을 다녀오겠다는 새로운 계획이 생겼고 3개월 뒤 좋은 인턴 연장 제안이 들어왔지만 완고히 거절할 수 있었다.
“팀장님, 저 교환 학생 가려고요. 독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