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학기를 남겨둔 마케팅 인턴이 독일 교환학생을 떠난 이유
막상 교환학생 간다고 떠벌렸지만 알고 보니 준비할 것이 많았다. 당장만 해도 영어 성적이 필요했는데 나에게 있는 영어 성적이라고는 휴학하고 무지성으로 시작한 토익 점수 750점뿐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교환학생 합격 커트라인은 토익 850이었다. 딱 100점이 부족한 상태로 내 22학년도 2학기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내가 지원할 교환학생은 23년도 2월까지였고 아직 여유가 있는 상태이기에 호기롭게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게으름에 패배했다.
토익 딴다고 인강을 결제했지만 도저히.. 공부가 안되었다. 그냥 안 했다. 그렇게 9월을 날려버리고 10월이 돼서야 정신을 조금 차렸다. 내가 산 인강이 850점 달성 시 환급을 해주는 상품이었는데 기간 내에 완수하지 못하면 생돈을 날리게 되는데, 그 기간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고, 곧 있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을뿐더러 교환학생이 되기 위해서는 ’학점‘도 매우 중요해서 토익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점이 11월 내에 내가 토익을 끝내야 하는 이유였다. 그렇게 학교 공강 시간에는 토익을 풀고 집에 오면 저녁 먹고 스터디카페에 가서 밤 11시 혹은 새벽 1시까지 공부를 하고 집에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중간고사 준비를 위해 시험 2주일 전 본 시험이 830점이었고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한 번 더 토익 시험날짜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11월은 특히나 나에게 바쁜 한 달이었는데, 한 전공 팀플 과제에서 내가 팀장을 맡게 되면서 발표 준비와 피피티 제작, 새벽 3시까지 이어지는 회의 등을 통해 온 신경이 그쪽에 쏠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업과 고군분투하며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를 마음에 새기고 토익을 보는 중 중대한 마지막 팀플 발표와 기말고사 한 달 전 11월에 드디어 토익 860을 찍을 수 있었다..!! (남들은 일주일, 한 달 만에 한다고 후기를 올리건만, 나는 지겹게도 오래갔다. 애증의 토익 진짜 더는 안 보고 싶다..) 토익 공부를 하던 기세를 몰아 기말고사 준비 일주일 동안 6~12시간씩 공부를 했더니 코로나 시국에도 안 나온 4.29학점을 이번 4학년 1학기때 처음 받아볼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흐름을 타야 하나 보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다, 왜 나는 이렇게 몰아서 해야 할까, 과거에 이걸 했으면 좋았을 텐데, 좀 미리 할걸 하고 후회하고 자책하는 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1,2학년 때는 코로나 시국 때문에 놀지 못하는 대신 교환학생을 갈 수 있는 돈을 모을 수 있었다. 3학년, 휴학을 한 덕에 토익 공부를 해서 빠르게 성적을 만들 수 있었고, 인턴을 하면서 교환학생에 대한 꿈과 내 향후 직무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복학 이후엔 학교와 병행하며서 토익을 준비한 덕에 나를 극한으로 몰아보며 목표를 위해 내가 얼만큼 해볼 수 있는지 나를 알 수 있었다. 그때의 시간과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의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열망하고 도전하는 나로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돌이켜보면 필요 없는 경험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