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노다메
노다메는 인도에서 만난 내 여자 사람 친구다.
내가 처음 인도에 갔을 때만 하더라도 내 나이가 너무 어려 나와 동갑내기 친구는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두 번째 인도에 갔을 때부터 내 나이 또래가 종종 보였다. 그중 하나가 노다메다.
노다메는 일본어를 굉장히 잘했고 만화책 노다메 칸타빌레에 나오는 주인공 노다메와 똑같이 생겼다. 만화 속 노다메처럼, 내 친구 노다메 역시 말이 정말 많았고 마음씨는 착했다. 그리고 날 많이 좋아해 줬다. 한번은 지독한 감기로 숙소에 콜록대며 누워있었는데
내가 살았나 죽었나 확인하러 왔다며 귤을 잔뜩 사갖고 왔다. 먼 길을 걸어 걸어왔을 노다메가 당시 너무 고마웠다. 또 인도에서 마지막, 헤어지기 전에는 자기는 인도여행이 끝나면 일본에 워킹홀리데이로 갈 거라며 자기 카메라를 나한테 주며 사진 많이 찍고 여행작가의 꿈을 이루라고 했다.
그 뒤 인도에서 스웨덴으로 가 여행하다 노다메한테 이메일을 보냈다.
돈 벌러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싶은데 너 있는 일본에서 신체 검사받고 지내다 가면 안 되냐고 물었다. 노다메는 아직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지만 내가 일본에 오기 전까지 최대한 빨리 방을 구할 테니 일단 오라고 했다. 그 후 일본에 가기 전날 노다메한테서 또 한 번 이메일이 왔다. 방을 구하긴 했지만 룸메가 생겼으니 룸메한테 잘 보일 선물 사 오라는 이메일이었다.
면세점에서 노다메와 노다메 룸메한테 줄 선물로 마스카라를 산 뒤 내가 좋아하는 향수를 온몸에 뿌리고 비행기를 타 일본에 갔다. 도착해서 보니 일본은 모든 게 놀라웠다. 영어가 한 글자도 안 보였고 굉장히 깔끔했으며 뭔가 화려했다. 겨우겨우 헤매서 오사카역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너무 넓어 또 한 번 놀랬다.
만나기로 한 장소가 애매해 한참을 빙글빙글 돌았다
돌고 돌다 마지막에는 쬐금 울먹거리면서 노다메에에에~~ 하고 염소처럼 부르는데
저 멀리 노다메가 내 일본어 이름인 우미를 외치며 나를 불렀다. 너무 반가워 눈물이 다 났다.
그날부터 노다메, 나, 룸메, 우리 셋은 좁아터진 원룸, 진짜 방 하나 없는 원룸에서
셋이 먹고 자며 일본 영화 같은 동거를 했다. 매일 밤 이불 깔기 전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누가 누구 옆에서 잘지를 정했는데 처녀 총각 셋이서 한방에 지내니 지금 생각해 봐도 별거 아닌 하나하나가 다 즐거웠다.
시간이 지나서 그 룸메는 날 좋아했는데 한번은 노다메가 맥도날드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룸메랑 나랑 집에서 뽀뽀하다 노다메가 갑자기 돌아와 당황스러운 적도 있었다. 본 건가 못 본 건가.
한국에 내 여자친구와도 서로 아는 노다메가 혹시라도 말할까 봐 며칠 잠도 못 잤다.
그래도 월세도 생활비도 한 푼 거절한 노다메 덕분에
일본에서 편히 먹고 자고 교토에서 태어나 처음 벚꽃 구경도 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항상 시험이 끝날 즈음 지던 벚꽃을 군대까지 다녀와
한참을 지나고 일본에서 보다니.
너무 감격스러워 옆에 있던 노다메한테 남들 할 때 못한다고 해서, 늦었다고 해서 꼭 나쁜 건 아닌 거 같다고 속삭였던 기억이 난다.
호주로 가던 마지막 날 배웅하는 공항에서 룸메와 나는 펑펑 울었지만
노다메는 안 울었다.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며 울긴 왜 우냐고 곧 또 보자고 했다.
노다메는 항상 그랬던 애였다.
몇 년 뒤 노다메와 한국에서 자주 만나긴 했지만
나는 다시 프랑스에 갔고 그 후 캐나다로 왔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어느 날 카톡 노다메 아이디에는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적혀 있었고
나는 아무런 메시지를 보낼 수가 없었다.
시간이 또 한참 지난 지금
늦는 게 나쁜 게 아닌데도 먼저 떠난 노다메가 너무 보고 싶다.
노다메, 그때 나 룸메랑 뽀뽀한 거 봤으면서 모른 척 해줘서 고마워.
한국에 있던 여자 친구한테 말 안 해준 것도 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