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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ㅈㅐ즈애플 Mar 22. 2021

스타벅스에 대한 이해

‘벤티 아메리카노….’

 

어제 점심부터 들었던 생각이 저녁까지 끊이질 않아 오밤중에 차를 끌고 스타벅스에 갈 뻔했다. 하지만 ‘어차피 내일 마실 거니까’ 하는 생각으로 꾹 참았다. 캐나다에서 회사생활과 학교생활을 병행하는 나는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회사에 미리 양해를 구했지만 일하는 중간에 수업을 듣는다는 건 쉽지가 않다. 강의 듣고 필기하는 와중에 나를 찾는 일이 꽤나 자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방지 하기 위해선 최대한 집중력을 끌어 올려 중요하고 급한 일을 오전에 미리 끝내 놔야 한다. 그래야 방해하는 사람 없이 마음 편히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오전에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나면 정작 수업 시간에는 지쳐 멍하니 있게 된다. 결국 풀 파워 초사이언 모드를 하루 종일 유지해야 하는 오늘, 벤티 아메리카노는 필수 아이템이다.

 

아침 댓바람부터 눈곱만 떼고 운전해 스타벅스에 갔다. 도착해 보니 엄청 많은 자동차가 드라이브 스루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와, 대박!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내 (정확히 내가 주식 투자한) 가게가 이리도 장사가 잘된단 말인가? 다들 스타벅스 커피 안 마시면 하루가 안 돌아가고 뭔일이 생기기라도 하는 거야? 모야~ 하는 생각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하하하!

 

차 안에서 기다리는 시간도 룰루랄라 신이 났다.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내 차례가 왔는데도 "Welcome to Starbucks! What can I get for you?" 하며 날 맞이하는 알바생을 보니 흐뭇하고 사랑스럽기만 했다. 오구오구! 귀여운 내 새끼! 코로나라는 역병으로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어도 나의 비즈니스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는 내 새끼가 너무 대견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마음이 다 찡했다.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짠돌이지만 고생하는 내 새끼한테 주주 아저씨가 용돈을 안 줄 수 없지! 커피값에 두둑한 팁을 얹어 결제했다.

 

“Thank you sweetheart!” (kiss kiss)

 

화이자, 모더나 등 다국적 기업의 백신 덕분에 코로나가 종식될 거라는 기대 심리로 미국 주가가 전체적으로 올랐다. 덕분에 스타벅스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그냥 괜히 오른 걸 알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나 장사도 잘되는데! 올라야지 암암 그취 그취!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종목 추천을 부탁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은 한결같다. 당신이 좋아하는 식품 또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 투자해 보시라! 3분 카레를 햇반에 부어 먹는 걸 즐긴다면 오뚜기나 CJ. 한국판 캐러멜 마키아토 맥심 커피가 짱이다 싶으면 동서 식품. 현대 차를 타봤더니 기가 막히게 잘 나간다 하면 현대 차앱등이다 싶으면 당연히 애플. 아니다, 삼성폰이 튼튼하고 최고야 하면 삼성자신의 기호와 소비성향에 맞게 투자하면 된다.

 

나는 본능적인 걸 좋아한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본능을 건드리는 그런 것. 전날 밤, 자기네 커피를 마시고 싶어 미춰 버리게 만들어 놓고서 다음 날 눈뜨자마자 달려가게끔 하는 커피 회사는 스타벅스가 처음이다. 재밌는 건 스타벅스는 커피뿐만 아니라 문화를 팔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스타벅스 하면 씁쓸하고 묵직한 아메리카노 말고도 둠칫둠칫 재즈 음악과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곳에서는 왠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맥북을 열고 글을 써야 할 것만 같다. 분위기에 취해 사람들과 미학과 철학에 관해 얘기해야 할 것만 같기도 하다. 이런 기분이 드는 건 나뿐인가? 나의 본능과 문화적 허영심을 마구 건드리는 너! 우째 투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하지만 나는 건물주가 안 부럽다. 내 사업파트너는 스타벅스니까.

 

스타벅스 주가야 제발 더 올라,학자금 대출의 늪에서 날 꺼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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