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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ㅈㅐ즈애플 Mar 18. 2021

자본주의 사랑꾼에 대한 이해

랩퍼 드레이크는 미래 와이프를 위해 에르메스 버킨백을 취미로 사 모은다고 한다. 천만 원 단위부터 시작해서 비싸게는 억 단위까지 호가하는 버킨백을 미래 와이프를 위해 모으기 시작하다니! 그야말로 자본주의 세상의 로맨티스트 끝판왕이다. 버킨백은 남자인 내가 봐도 확실히 이쁘다. 전 세계를 샅샅이 뒤져 찾은 최고급 가죽으로 프랑스 장인이 한땀 한땀 정성스레 바느질해 만들었다니 고가인 게 이해가 된다. 하지만 버킨백은 돈만 많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뉴욕커 여자의 일상을 다룬 미드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면 알 수 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사만다가 버킨백을 사러 에르메스 매장에 갔다가 대기 기간만 5년이라는 말을 듣고 무슨 가방 하나 사는데 그렇게까지 기다려야 하냐며 따지자 점원이 말한다.

 

"it's not a bag. it’s a Berkin." (그냥 가방이 아닙니다, 버킨입니다.)

 

‘버킨’이라는 이름만으로 특별한 이 백을 뭉탱이로 수집하며 미래 와이프를 기다리다니! 랩퍼의 사랑 방식은 달라도 뭔가 남다르다. 캐나다 사는 듣보잡 한남충인 나는 드레이크만큼 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미래 와이프에 대한 사랑은 뒤지지 않는다. 드레이크는 버킨백으로 사랑을 스웨깅한다면 나 또한 미래 와이프를 위해 나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스웨깅 하고 있다. 그건 바로 LVMH 주식을 사 모으는 것!

 

LVMH는 우리가 아는 가방 루이비통의 LV! 한 번쯤 마셔본 샴페인 모엣샹통의 M! 그리고 전 세계 1위 코냑 헤네시의 H! 이 네 가문이 모여 탄생한 초대형 럭셔리 브랜드 그룹 회사다. LVMH는 루이비통 말고도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패션 쪽으로는 벨루티, 펜디, 셀린, 지방시, 디올, 마크 제이콥스. 보석 및 시계 쪽으로는 불가리, 테거여, 티파니. 술로는 아드벡, 돔 페리뇽, 모엣 샹동, 헤네시. LVMH 주식을 모아간다는 건 저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을 직접 사진 않아도 간접적으로 소유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

 

아니지, 제아무리 럭셔리 제품이라도 시간이 흐르고 먼지가 쌓일수록 값은 결국 떨어진다. 그에 반해 LVMH의 주식은 사람들이 럭셔리 브랜드에 열광하는 한 매년 조금씩 떨어지는 화폐가치를 비웃으며 회사의 값어치와 함께 오를 터이다. 럭셔리 브랜드가 계속해서 인기 있을지 어떻게 아냐고? 스티브 잡스도 말하지 않았나. 

 

"50년 뒤에도 애플의 아이폰이 계속 인기를 누릴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신네 모엣샹통 샴페인은 사람들이 계속 찾을 거 같네요."

 

까다로운 잡스마저 인정한 모엣샹통을 바로 내(가 투자한) 회사 LVMH에서 만든다. 이런 LVMH 주식을 계속해서 모으는 나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한 진정한 사랑 스웨거 아닌가? 

 

LVMH 주가가 오를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 미래 와이프와 이걸 밑천으로 결혼할 생각에. 지금 내가 35살이니까 아무리 늦어도 5년 뒤에 결혼한다 치면 그때쯤 LVMH 주식은 적어도 2배는 돼 있겠지. (여러분들은 절대 이런 위험한 상상하며 주식 사지 마세요!) 그럼 그걸 적당히 팔아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떠날 거다. 첫날밤 찰랑찰랑 밤바다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미래 와이프와 모엣샹통 샴페인을 마셔야지. 그리곤 밤하늘 별을 보며 둘만의 앞날을 그리다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우리 회사 럭셔리 브랜드 백을 바칠 거다. 물론 그 안에는 그동안 그녀를 위해 짠돌이처럼 아껴 모아온 LVMH 주식 증서가 있다.

 

미소 짓는 그녀에게 속삭이듯 말해야지.

 

"자본주의가 낳은 사랑 스웨거! 나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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