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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ㅈㅐ즈애플 Mar 16. 2021

주식에 대한 이해

  

캐나다 어느 시골 마을의 고기 공장에서 야간에 기계 고치는 일을 했었다. 그 당시, 교포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녀는 근처 주립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녀는 내가 영주권 취득 후 대학에 가길 내심 바라는 눈치였다. 때마침 고기 공장 생활에 지쳐있었다. 군대에서는 더러운 일과 위험한 일 둘 중에 뭐가 하고 싶은지 선택권을 줬다. 하지만 고기 공장에서는 그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었다. 모든 일이 더럽고 위험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되고 싶었다. 30년 넘게 고졸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나도 고상한 유학생처럼 스타벅스 커피 마시며 과제라는 걸 하고 싶어졌다. 

 

이런 생각을 말하자 그녀는 자기가 도와주겠다며 대학교 1학년 때 공부했던 기본 경제학 교과서를 빌려줬다. 이걸 미리 공부하면 대학교 수업이 어떤지 맛볼 수 있고 나중에 대학교에 가서 교양 경제학을 들을 때 학점을 받기도 쉬울 거라 했다. 책 내용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인터넷도 안 되는 시골이라 딱히 할 일이 없었기에 책을 더 집중해 읽을 수 있었다. 퇴근 후 틈틈이 기본 경제학책을 읽고 모르는 건 표시해뒀다가 주말에 여자친구를 만날 때 물어봤다. 그녀의 친절한 가르침 덕에 대학 공부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렇게 그녀로부터 대학교 1학년 수준의 경제학을 배웠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화폐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한다는 사실이었다. 화폐가치 하락. 생각할수록 와닿는 말이다. 초등학생 때만 해도 5천 원이면 짜장면 두 그릇을 시켜 동생과 내가 함냐함냐 먹을 수 있었다. 그랬던 짜장면이 중학교 때는 두 그릇에 7천 원으로, 지금은 만 원이 필요하다. 내가 아무리 더럽고 위험한 일을 하며 돈을 모아도 나중엔 그 돈의 값어치가 이런 식으로 떨어지다니. 나이 먹어서 짜장면 한 그릇 값에 벌벌 떨며 입맛만 다시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즈음 고기 공장에서 일한 지 1년 차가 되었다. 매니저는 다닌 지 1년이 됐으니 월급의 5%를 연금에 붓기 시작하면 회사도 그에 맞춰 5%를 부어 준다고 말했다. 아니, 왜? 내가 묻자 그게 법이고 복지라고 했다. 캐나다의 연금은 내가 5%, 회사가 날 위해 5%, 총 10%를 매월 적금처럼 저축하면 나라가 은행 대신 이자를 얹어주는 건가? 매니저는 아니라고 했다. 그 돈은 안전한 주식, 소위 말하는 펀드에 투자 적립돼 내가 은퇴할 때쯤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띠딩! 그렇지! 정부가 돈이 어디서 나서 이자를 얹어준단 말인가? 회사와 내가 알토란 같이 돈을 모아 저축한다 해도 화폐가치는 매년 떨어지니 지금의 천만 원이 내가 은퇴할 20년 뒤 천만 원의 값어치는 못 한다. 돈이 불어 불어 20년 뒤 2천만 원 정도 만들어져야 화폐 하락을 겨우 방어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회사와 내가 합심해서 부은 연금이 은행에 넣어지는 것도 정부에서 이자를 주는 것도 아닌 주식에 투자되는 게 이해가 됐다. 20년 뒤 원금을 최소 두 배 이상 만들어줄 수단이 주식 말고는 없지 않은가. 주식이 나의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걸 깨달은 그때, 처음으로 주식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이 엄청난 걸 왜 나만 모르고 있었지? 알고 보니 다들 알고 있었다. 나 빼고 다, 모두다. 

 

그래서 결심했다. 주식을 직접 해보기로. 더럽고 위험한 일을 해가며 모은 내 돈의 화폐가치를 무너트리려는 이 자본주의에 맞서 직접 싸우기로.

 

나와 나의 돈을 지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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