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를 발견하는 사람

재즈 보컬리스트 노마 윈스턴 - Outpost of Dreams

by 조원용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작사가인 노마 윈스턴이 6년 만에 ECM에서 앨범을 발매했다. 그는 이번에 영국의 재즈 피아노 연주자이자 오르간 연주자 킷 다운스와 듀오를 선보였다. 윈스턴의 런던 공연에서부터 함께하게 된 킷 다운스와의 호흡은 나이와 시간의 차이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었고, 이들은 후술할 여러 아티스트들에 대한 헌사와 다양한 음악들에 이야기를 덧붙이며 앨범을 완성해 나갔다.


노마 윈스턴은 음악에 가사를 덧붙이는 것은 그 음악이 이미 가지고 있는 얘기를 찾는 것에 가깝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그는 가사를 쓰는 게 아니라 발견한다. 또한 가사는 하나의 의미로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호성을 안고 있고, 그 모호성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게 자신이 하는 일이라고 노마 윈스턴은 말했다.

이는 칼라 블레이의 ‘Jesus Maria’에서 두드러지는데, 킷 다운스만의 피아니즘으로 녹여낸 인트로가 끝나고 흘러나오는 노랫말은 노마 윈스턴이 직접 쓴 것으로, 이전에 칼라 블레이가 썼던 것과는 다르다. 이 판단은 블레이의 동반자인 스티브 스왈로우의 이야기에 힘입었다. “당신(노마 윈스턴)의 말을 사용해요.” 영국의 피아노 연주자 존 테일러에 대한 헌사인 ‘Fly The Wind’는 그가 ‘Wych Hazel’이라는 이름으로 녹음한 곡에 가사를 더해 불렀다. 킷 다운스는 원곡이 지닌 경쾌한 호흡을 존중하면서 노마 윈스턴이 이야기를 꺼낼 자리를 마련한다.

‘Rowing Home’의 경우 스칸디나비아 민속 음악인 ‘Ro Hamåt’에 가사를 덧붙인 건데, 이처럼 음성 언어로 다시 태어나는 음악들은 그간 기악으로 들려준 파동과는 확연하게 다른 것을 들려준다. 이뿐만 아니라 킷 다운스가 쓴 곡에 노마 윈스턴이 가사를 더한 곡들도 심상한데, 앨범의 첫 곡 ‘El’는 킷 다운스의 딸을 위한 곡이다. 은근하게 퍼지는 건반의 잔향과 정적이지만 에너지를 머금고 있는 킷 다운스의 타건은 진심이라는 단어가 아니면 표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여기에 메탈릭하면서도 깊은 음역대까지 도달하는 노마 윈스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꾹꾹 눌러 담은 타건과 곡 말미에 스캣과 가사가 어우러진 목소리는 악기와 음성이 민낯으로 서로를 마주한 순간과 같다.

‘The Steppe’는 아직은 황무한 초원을 그리는 것처럼 윈스턴의 가사 없는 음성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점차 생기를 그려내는 듯한 킷 다운스의 타건 위에 한 마디씩 이야기를 새긴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꿈의 변두리’(앨범 제목인 [Outpost of Dreams])를 읊조린다. 이처럼 멜로디에 숨어있는 가사의 가능성을 찾는 노마 윈스턴의 깊은 시선이 우리 옆에 놓여있다. 거기에는 킷 다운스가 그리는 꿈결 같은 피아니즘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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