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템포 - 강정부 님

템포를 놓치지 않은 채로 고민하는 공간

by 조원용

조원용의 콜 앤 리스폰스 2화


<콜 앤 리스폰스>는 재즈에서 연주자들이 서로의 프레이즈에 반응하며 연주를 주고받는 ‘콜 앤 리스폰스’라는 개념에서 출발했습니다. 재즈를 중심에 두고,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을 운영하거나 삶을 꾸리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품고 있는 재즈에 대한 생각을 듣습니다. 공간과 삶 안에 재즈가 어떤 결로 스며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재즈를 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을지 탐색합니다. 이 주고받음이 같은 시대에 재즈를 듣는 이들과 공명할 수 있는 하나의 프레이즈가 되길 바랍니다.

이번에는 창원의 ‘템포’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사운즈 펍’이라는, 한눈에 봐도 음악을 중심으로 한 이 공간은 담백함이 기본값입니다. 메뉴판에 적혀있듯 잘 모르는 걸 모른다고, 좋아하는 걸 잘 안다고 이야기하는 태도가 이 공간을 편안하게 느끼도록 만들어 줍니다. 지역에서 지역을 잇는, 그리고 들을 거리와 먹을거리, 볼거리를 아우르며 낯설고 반가운 만남을 모색하는 템포의 주인장 강정부 씨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템포라는 공간과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 서른넷이 된 강정부입니다. 고등학교까지는 제주도에서 살았고, 대학과 직장 생활을 하면서 창원에 정착했습니다. 5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작년 4월에 템포를 오픈했습니다. 준비는 마음잡는 것까지 포함해서 6개월 정도 걸렸어요.

처음 템포를 머릿속에 그렸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초기에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없었어요. 가본 공간들에서 요소를 하나씩 떠올렸죠. 큰 스피커 두 개, 턴테이블, 앰프 같은 장비들. 다만 콤팩트한 공간을 생각했어요. 원래는 회사를 퇴사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회사를 퇴근하고 운영하는 공간을 의도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작은 평수, 가능하면 통창이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공간을 구한 뒤에 인테리어를 고민하자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넓은 공간을 계약하게 됐고, 계약 직전에야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던 것 같아요.


직장과 병행한다는 계획은 지금 상황과 다른 것 같은데요, 전환의 계기가 있었다면요.

회사 업무가 늘어나면서 제가 맡아야 할 프로젝트가 많아졌고, 앞으로 맡게 될 일들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고, 잠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하고 싶던 일이었으니 잠시 멈추고 가게 준비에 집중해 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그 결정에 대해 중간 평가를 한다면.

후회합니다. 많이요. 다만 선택한 뒤의 후회이기 때문에 감당하고 있습니다. 병행했다면 또 다른 방식으로 힘들었을 겁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제가 받은 느낌은 ‘짜임새가 있다’였습니다. 좋다더라는 것을 모아놓은 게 아니라, 본인이 실제로 좋다고 느낀 것들이 모여 있는 공간 같았어요. 수집 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요.

원래 수집을 좋아합니다. 옷, 소품, 책, 음반 등 관심이 가는 것들을 계속 모았어요. 옷을 특히 좋아했기 때문에 음악에 관련된 것보다 옷에 관련된 서적이 더 많기도 했고요. 이곳이 사운즈 펍이지만 음악과 직접 관련 없는 소품이 배치되는 것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악으로 밀도 있게 채워진 공간도 좋지만, 다른 결을 시도해 보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왜 이 공간을 음악으로 묶어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막연히 40~50대가 되면 레코드 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트는 행위 자체가 좋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공간을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술을 파는 게 아니라 음악을 판다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다만 실제로는 육체노동이 큰일입니다.


‘사운즈 펍’이라는 명칭을 선택하신 이유는요?

LP뿐 아니라 CD, 스트리밍 등 다양한 매체를 열어두고 싶었고, 하나로 규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나로만 뾰족하게 하기에는 자신감도 없었고요. 그리고 ‘바(Bar)'라는 말이 너무 많이 소비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최근에는 카페 앤 바, 카페 앤 펍처럼 경계가 되게 희미해지기도 했죠. ’바‘는 조주 기술이 강조되는 느낌이고, ’펍‘은 조금 더 맥주 한 잔 마시고 탁, 내려놓는 이미지가 연상돼서 조금 더 편안하게 응대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막 1년이 되어가는 시점입니다. 그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해오셨는데요.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것들을 하고 싶었어요. 너무 고이는 사례들을 많이 보기도 했고, 우리끼리는 즐겁고 좋지만 일회성을 끝나는 느낌을 받는다거나 매번 기획하는 사람들끼리만 기획하고 즐기는 사람들끼리만 즐기는 게 좀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서울 등 다른 지역이랑 계속 커넥션을 유지하고 싶었고, 다행히 가게 창업 전에 인연들이 좀 있었어요. 물밑 작업을 한 거죠. 이를테면 준비할 때 오디오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오디오를 잘 아시는 선생님께 물어보고, 턴테이블은 디제잉을 하시는 분에게 여쭤보고 싶어서 모자이크 레코드숍에 근무하던 병호 씨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고요. 그 인연이 닿아서 개업 첫날에 그분을 게스트 디제이로 모셔서 공연한 게 시작이 됐어요. 그다음에는 평소에 좋아하던 이태훈 기타리스트나 잔물결, 페이퍼 리버라는 창원 기반의 밴드의 합동 공연도 했고요. 김일두 씨도요. 이외에도 거창한 협업보다는 개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요리를 좋아하는 지인이 하루 맡아서 요리를 하기도 했고, 외국에서 살다 온 분이 현지 음식을 소개하기도 하고요. 수익성보다는 재미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못할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프로그램과 팝업을 진행하셨는데, 그 사이에 템포가 어떤 식으로 향해 가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부분도 있을 듯해요.

팝업이나 행사를 할 때 평소와는 다른 활기를 느끼긴 했어요. 그래서 커뮤니티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사랑방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역 내 예술 하시는 분들이나 그런 걸 꿈꾸는 사람들이 템포에서 뭔가를 해도 좋고요. 그게 아니라면 제가 이런저런 인연이 있으니까 저를 통해 이야기를 꺼내 놓거나 관계를 쌓고 싶으신 분들이 와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활로인 것 같아요.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지점이 있다면요.

사람들이 음악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게 공간 자체나 대화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음악은 예상보다 덜 주목받더라고요. 그리고 일부러 조금 숨어 있는 공간을 지향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제 본보기가 서울이어서 여기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있었는데 제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창원에 10년 동안 살았으니까 사정도 알지만요.

그럼에도 창원에 이 공간을 만드신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 도시에 10년을 살았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외하면 창원도 작은 도시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런 곳에 제대로 된 레코드 바라는 공간이 한 군데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카페 같은 곳들은 있지만 그곳들은 청취가 중심이기보다는 커피나 대화가 중심이었던 것 같고요. 그래서 여기서 터를 잡고 계속하면 뭔가 되겠다, 터줏대감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외에도 전주도 고심했는데 거리가 멀고 이곳과는 다른 도시였어요. 서울, 대구, 부산 모두 이미 즐길 만한 공간이 있다고 느꼈고요. 거기에서 내가 경쟁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있었어요. 창원에서는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으니까 내가 늘려봐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공간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좀 있었죠.

처음엔 좌석을 적게 두고 여백을 살리고 싶었어요. 공간을 낭비하고 싶었던 거죠. 대신에 다인석의 필요성을 느껴서 소파를 뒀지만 대화가 커지고 음악 집중도가 떨어지더라고요. 소파 위치가 음악 듣기에 가장 안 좋은 위치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소파를 뺐다가 이후 다인용 테이블을 들였습니다. 책을 읽는다거나 작업을 하는데 집중할 수 있는 편한 자리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서요. 아직 지켜보는 중이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 같아요.



메뉴판이 인상적이에요. 모르는 걸 모른다고 얘기하고 아는 거를 좋아한다고 권할 수 있는 기백이 좋았습니다.

맥주는 좋아하고 잘 알지만 위스키는 잘 몰랐습니다. 공부할 시간도 부족했고, 차라리 모른다고 밝히자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손님들도 긴장을 풀고 직접 선택하시기도 하면서 좋은 아이스브레이킹이 되기도 해요.


오디오 시스템을 소개한다면요.

앰프는 데논의 PMA-2500NE, 스피커는 JBL L65입니다. 빈티지 앰프는 고장 우려가 있어 튼튼한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L65는 부산에 있는 전자상가에서 직접 들어보고 구매했어요. 재즈, 보사노바랑 잘 어울린다고 느끼고요. 처음에는 두 대의 스피커를 널찍하게 배치했는데 스피커가 길게 떨어져 있다 보니까 스테레오 음원을 재생하면 너무 튀더라고요. 그게 아쉬워서 무지향 스피커인 하이브 원을 추가로 구했어요.

사운드적으로 신경을 쓰시는 게 느껴졌어요. 댐핑이 강하거나 저음이 웅장한 종류의 스피커를 사용하시는 건 아니기도 하고요.

제가 지향하고 좋아하는 소리가 멜로디라서 몸을 때리는 소리는 조금 줄이는 것 같아요. 공간이 개방감이 있어서 더 그런 것도 있고요. 울리는 소리를 잡고 싶기도 했습니다. 소리가 깔끔하게 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공간을 운영하는 입장도 있지만 음악을 트시는, 그러니까 디제이의 입장도 있으실 것 같아요. 주로 어떤 음악을 트시나요.

처음에 제 선호는 흑인 음악이어서 소울, 훵크, 디스코를 많이 틀었는데 아무래도 앉아서 즐기는 공간이기도 해서 이후에는 좀 더 차분한 음악들을 많이 틀었어요. 대화랑 섞이더라도 소음처럼 들리지 않고 목소리가 커지지 않는 음악이요. 다행히 제가 브라질 음악에 관심이 있었는데 보사노바가 딱 적절한 장르여서 그쪽으로 한창 수집 많이 하고 많이 들려드린 것 같아요. 멜로디가 중심이 되니까 트는 것도 재밌었고요. 동시에 제가 이 공간에서 가장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이니까 피로하면 안 되기도 하죠. 또 공간이 한산한 시간에는 재즈 위주로 찾게 되더라고요.


공간을 방문해서 틀어주시는 음악을 듣다 보면 저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종류의 보사노바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음악을 소개해 주고 계신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아무래도 리듬이 있는 음악을 좋아해서 처음에 브라질 MPB뿐만 아니라 월드 뮤직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퍼커션 같은 소리요. 또 플루트처럼 그때마다 꽂히던 악기에 집중해서 조금 다른 소리를 찾아봤어요. 서정적이나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음악들도 좋지만 디제이로서 활동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조금은 특색 있는 음악이나 앨범을 찾았던 것 같아요.


평소에 재즈를 많이 들으시나요.

가게 하면서 많이 듣게 됐어요. 퇴근길 차에서는 좀 쉬면서 가고 싶은데 음악 없이 가기에는 또 스스로가 좀 짠한 느낌이 있어서 재즈를 들으면서 가게 되더라고요. 재즈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것 같아요. 기분에 따라서도 다르게 들리고요. 연주곡의 경우에는 가사가 없으니까 제목이랑 또 다르게 들리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에롤 가너의 'Misty'인데, 저는 늘 거기서 사랑을 연상하고 들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되게 외롭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런 지점들이 재즈의 다른 매력인 것 같아요. 문학으로 따지면 시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음악이나 재즈를 듣고 경험하는 문화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스트리밍에서 알고리즘으로 추천해 주는 게 워낙 당연해져서 좋은 음악 듣기가 간편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새로운 음악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니까 청취자 입장에서는 좋은 소스들이 계속 들어오고, 취사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어요. 그럴 때 저는 오히려 더욱 편협하게 생각해요. 시덥지 않은 이유로 어떤 음악을 안 듣는다든지요. 보통은 비주얼이 좀 중요해졌다고 느껴요. 음악 자체도 좋아야 하지만 그걸 알리기 위해서는 비주얼이 큰 역할을 한달까요. 커버가 예쁘면 기분이 좋죠. 그런데 약간 반감도 생기는 것 같아요. 음악도 그렇고 책도 표지가 요즘 다 예쁘게 나오잖아요. 그런데 재판과 초판을 비교해 보면 그 당시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맛도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좋더라고요 저는.


재즈는 문화이기도 하죠. 앞으로 재즈를 어떻게 즐겼으면 좋겠는지요.

제가 재즈를 좋아하게 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아마 재즈를 처음 접하는 독자분들이랑 같은 입장일 수도 있어요. 하이브를 더 보고 싶어요. 작년에 리사 오노 공연에서 국내 아티스트들의 연주가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서 국내 연주자들의 공연을 찾아보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그분들이 실력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공연이나 좋은 음원을 찾아보면서 제 편견을 부수고 싶었고, 그런 연주자들이 라이브 할 수 있는 베뉴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삶을 되게 풍요롭게 만들어주기도 하니까요. 또 그런 공간이 늘어나려면 관심도 커져야 할 것 같아요. 수요가 있어야 공급도 늘어나니까요.


자본이 있으면 넓은 공간과 좋은 시스템, 인테리어 등 많은 걸 갖출 수 있죠. 그럼에도 자본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크고 멋진 공간에만 가는 게 아니라 좀 작고 불편한 공간을 부러 찾아가기도 하는 것처럼요.

저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업장의 일정한 톤. 규모가 크고 자본이 많이 들어간 공간은 누가 가도 좋을 수 있고 모든 걸 다 포용하는 공간이거든요. 대신 손님들이 느끼기에 불편한 부분까지 포용해 버리니까 좋은 것도 많고 불편한 것도 많은 공간인 거죠. 대신에 작고 영세하지만 고집 있는 공간들의 경우 거기가 불편한 사람들은 안 가게 되고 편한 사람들은 가게 디는 건데 그 과정에서 공간에 맞는 사람이 남는다고 생각해요. 불편함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면서 좋은 것만 남는 거죠.

템포를 어떤 공간으로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저도 지향은 뾰족하게 가고 싶어요. 그런데 뾰족하게 가는 게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시간이 지날수록 하고 있어서 조율을 잘 해 봐야 될 것 같아요. 아직 1년도 안 됐고, 계속 조율을 해보다가 타협할 수 있는 선을 지나게 되면 그만하게 되진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멸하더라도 좀 멋있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소멸하고 싶어요. 1년 뒤를 봐주세요. 변화의 과정을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달라질지 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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