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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Feb 05. 2021

떠나는 법, 몇 단계.

여행에서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기.


 알라딘 도서팀장 박태근은 어딘가로 떠나기 어려운 지금, 여행을 몇 단계로 나눴습니다. 그건 어떤 의미일까요? 여러 방식으로 우리가 떠날 수 있음을 얘기하는 것 같으니, 같이 들여다보면 좋겠습니다.

     

 그가 첫 번째 단계에 제시한 여행은 ‘모두가 당장 떠날 수 있는 여행’입니다. 바로 자신의 방을 여행하는 것인데요,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의 『내 방 여행하는 법』을 통해 이를 시도합니다.

     

“출간 당시 출판사가 소개 글에 붙여둔, 지금은 영 어색해진 문장 ‘해외여행마저 일상회된 지금, 여행의 의미를 다시 묻다’를 보니, 여행의 의미는 언제든 다시 물을 수 있고 물어야 하는 것이구나 싶기도 하다.”   

  

 처음 출간 의도와는 달라져버린 여행의 의미를 안고 가장 가깝고 익숙한 곳에서부터 시작해보자는 겁니다. 너무 익숙해져서 지나친 방 안의 물건과 기억들을 “새로운 이야기의 맥락에 배치하는 과정”은 여행을 다녀온 후 그걸 복기하거나 회상하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게 메스트르가 얘기하는 점입니다. 박태근 팀장은 “여행의 본질과 가능성을 동시에 파악”한 저자가 “드러난 것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는 여행의 의미를 제안”했다며 작금의 시대에 여행을 바라보는 시선을 짚어봅니다.     


 두 번째 단계 ‘아무도 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가지 않을 여행’에서는 첫 단계와 반대의 방향입니다. 바로 ‘섬’인데요, 『머나먼 섬들의 지도』에서는 “모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그 나라의 지도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섬들”에 대해 얘기합니다. 책의 저자는 오히려 이 주변성으로 인해 이 장소들이 “아름다운 공허의 매력”을 지녔다고 얘기합니다. 박태근 팀장의 말처럼 외딴섬들은 기존의 경로에서 벗어난 새로운 길을 찾는 우리에게 맞춤한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섬이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배제와 소외의 기투, 그 궤적을 넉넉히 받아들이는 대안의 의미 역시 지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지하철, 하수구, 동굴, 지하묘지 등 인간들이 지하로 위치시킨 것들에 대한 이야기 『언더그라운드』는 “드러내고 보고자 하는 욕망을 우선해온 여행의 방향을 뒤바꾸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물리적인 지하세계에 있는 터널과 동굴 쪽으로 시선을 돌릴 때, 우리는 현실을 이루고 있는 모든 보이지 않는 힘에 우리의 파장을 맞추게 된다. (…)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 볼 수 없는 것을 보기 위해 내려간다. 오직 어둠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빛을 찾아 그곳으로 간다.”     


 ‘소설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 세 번째 단계입니다. 다른 세계를 접하여 감각한다는 소설의 기본적인 속성을 구체화한 『소설&지도』를 소개합니다. “어떤 장소를 알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길을 잃어야 한다.” 책은 작품이 품고 있는 장소와 여로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우리의 길 잃음을 조감하는 기분이어서 생경하고 재차 들춰 보고 싶기도 합니다.     


 짧은 단계에 대해서는 말을 줄이고 마지막이자 중요한 단계에 대해 얘기해봅니다. 바로 ‘영원히 여행을 만끽하고 싶다면’입니다. 박태근 팀장이 가장 얘기하고 싶었던 부분이라고도 했지만, 제가 바라던 이야기 역시 이곳에 있었습니다. ‘공정여행’에 대해 소개한 『희망을 여행하라』입니다. 공정여행은 “지속 가능한 삶, 지속 가능한 여행”이고 “머무는 시간이 공동체와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입니다. 이는 책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니 ‘책임여행’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지점은 관광객과 여행자의 차이입니다. 책에서는 이 둘을 “구경하기 위해 여행하는 사람”과 “만남과 배움을 위해 여행하는 사람”으로 구분하는데요. 글쎄요, 여행객이 지닌 정체성이 이 둘로 완전히 나눠지진 않겠지요. 하지만 확실한 건 여로에서 우리가 분명 지나치거나 빠뜨린 게 있을 거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조금 찾아봤습니다.    

 

네팔을 여행 중인 한 사람이 따뜻한 물로 목욕하기 위해서는 세 그루의 나무가 소비된다. 히말라야 트레킹 그룹이 보름간 사용하는 장작은 지역 주민들이 6개월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관광 산업은 네팔 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네팔을 먹여 살리는 산업이다. 히말라야 원주민들은 관광 수입에 의존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그리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우리 돈으로 하루 4,000원가량을 벌기 위해 규정보다 무거운 짐을 지기 일쑤고, 자칫하면 고산병, 동상,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이들은 오히려 관광객들이 얼마 없었던 그 옛날의 삶이 훨씬 풍요로웠다고 회고한다.

조류를 탐방하는 한 생태 관광 프로그램에서는 새 둥지에서 새끼 새를 꺼내 탐방객이 직접 만져 보게 한다. 갓 부화한 어린 새를 저울에 올려놓고 무게를 재기도 한다. 곤충의 겨우살이 모습을 관찰하는 생태 관광 프로그램에서는 춥고 눈 쌓인 겨울에 돌이나 썩은 나무를 들어내기도 한다. 이 모두 생태 관광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공정 여행이 지구를 살린다   


 그저 어딘가에 다녀온 ‘좋은 추억’이나 ‘힐링’이 여행의 정의였다고 한다면, 언젠가 다시 맞이하게 될 우리의 여행이 조금은 불편해도 여러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것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여행 동안 머무는 장소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지속 가능함’을 위한 책임감과 예의를 갖출 수 있으면 합니다. 황현산 선생의 말처럼 그게 더 좋은 세계를 위한 연습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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