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534호&『애린 왕자』최현애 편집자.
벌써 꽤 지났지만, 주변에서 한참 관심을 모으던 책이 있었다. 독자뿐만 아니라 SNS, 유명 북튜버, 출판인들 사이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된 바로 그 책, 『애린 왕자』다. 어린 왕자의 경상도 버전인 이 책은 독일 출판사 ‘Tintenfass’와 이팝 출판사와 협업하여 만든 책으로, 전 세계의 언어를 수집하는 ‘Tintenfass’ 의 125번 에디션에 수록된 후 한국에 들어왔다. 이팝 출판사의 최현애 편집자는 기획자 노트에서 밝히기를 독일은 수도인 베를린에서 쓰는 말이 아닌 북부 하노버와 그 주변 지역에서 사용하는 말이 표준어로 사용한다고 말한다. 수도가 아닌 곳의 언어가 표준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어문 규정’에 대한 강제성이나 통념을 깨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 말은 경상도 버전의 어린 왕자를 작업하는 데에 들었던 사투리에 대한 편견이나 원작 파괴 같은 자기 검열을 좀 덜어낼 수 있었다는 얘기이기도 하겠다.
언어의 위계와 중심과 주변부에 대한 끊임없는 위계 설정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글이었다. 그 다양성의 확보는 자기검열을 부추기는 여러 전제를 계속 건드려보는 것에서 비롯되기도 할 것이다. 『애린 왕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같은 글을 다르게 읽는 방법 하나를 얻은 것과도 같다.
“촌스럽고 시골말로 여기던 사투리와 어문 규정을 흩트리며 새로운 몰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어법과 문법의 모호한 경계에서 종종 의문이 가던 맞춤법과 로마자 표기법, 자주 헷갈리는 외래어 표기에서 초연해졌다. 한자어나 영어와 일본어식 표현은 최대한 덜 쓰려고 노력했고 기사에 쓰면 안 되는 부사를 거침없이 쓸 때마다 왠지 모를 희열을 느끼면서 말이다. 마치 콤플렉스가 없었던 것처럼.”_고향을 다시 세우는 말 – 『애린 왕자』 출간기, 최현애(도서출판 이팝 편집인)
우연치 않게 이번 기획회의에서 나와 관련한 내용이 실렸다. 서점에 대한 얘기인데, 마침 연재를 하고 계신 작가분이 운영하시는 서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고 그에 관한 내용이다. 낯선 경험이지만 어떤 뜻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기회는 귀하다. 개인적인 매너리즘을 이번 계기로 벗어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