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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용 Jun 02. 2021

미래에 더 가까운 것은 행동이다.

시작되지 않은 행동을 생각이 이끌 순 없다.

 일이나 꿈에 대해 자기계발서가 전하는 얘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노력하면 이루어진다.’와 ‘너무 애쓰지 말기.’. 둘 모두 우리의 생각과 행위를 짓누르는 방식으로 지금껏 이어져왔다. ‘노력하면 이루어진다’의 경우 성공한 사람들의 기백을 낱낱이 분석하는 방식으로 어떤 노력들을 신성화했고, 그들 역시 보냈을 무기력과 공백의 시간은 노력의 결과(=성공)을 보여주기 위한 조력에 지나지 않았다. 혹은 성공의 당사자들이 직접 그 무용한 시간을 ‘극복’의 대상으로 쉬이 얘기하곤 한다. 이 말은 즉 ‘노력’이 성공에 닿을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며 그 외의 요인을 통해 성공을 바라는 것은 요행이라는 메시지이기도 할 테다.  


반대로 ‘너무 애쓰지 말기’에는 장강명 작가의 추천사에서처럼 묘하게 패배적인 분위기가 섞여있다. 이는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증언보다 불투명하며 구체적인 느낌이 덜하다. 그러므로 단순하게 애쓰지 말라는 얘기는 ‘성공’과 ‘성장’의 욕망이 흩뿌려져있는 사회 전반에 잊기 좋은 위로나 공허한 소리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책 [노력의 기쁨과 슬픔]은 어디에 속하는 걸까.  



행위


우선 이 책은 우리가 난생처음 들어보는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니다.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면에서는 ‘노력하면 이루어진다.’에 가까워 보이지만, 사실상 그것과 정확하게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음 행보가 어떻든 지금 자신의 위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미래를 위한 결단들은 전부 가상의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하되 조금씩 나아지기만 하면 된다.”_p.27


여기서 ‘노력’의 신화가 전달하는 「노력-목표 달성」의 수식 하나가 소거된다. 목표 같은 거 그냥 잊는 게 차라리 좋다는 얘기다. 이는 목표의식이 만들어내는 함정과도 관련이 있다.


“먼저 모든 각도에서 의견을 점검하고, 장점과 단점을 두루 살펴보면서 충분한 시간을 들인 뒤에야 선언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러한 반론은 사고의 영역에서야 참이지만, 행위의 영역에서는 거짓이다. 실생활에서 시간은 늘 부족하다.”_p.49


목표와 숙고는 행동으로 옮기기 전까지 오히려 망설임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이 과정에서 제대로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한다. 프랑스 철학자 알랭은 결심이 무의미하고, 생각은 시작되지도 않은 행동을 먼저 이끌 수는 없다고 말한다. 생각도 행동의 범주 안에서 필요한 만큼만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각이 만드는 확신과 행위가 만드는 확신에는 차이가 있다. 생각은 보통 자기 안의 범주에서 머무르지만 행위는 자신도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미래에 더 가까운 것은 행동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그냥 하기.


살면서 찾아본 적 없어도 수차례 마주쳤을 ‘1만 시간의 법칙’을 실제로 시도한 사람이 있다. 댄 맥롤린은 프로 골프 선수가 되기 위해 다년간 1만 시간의 법칙이 제시한 방법을 활용하여 노력했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삶을 바로잡기까지 오랜 시간을 흘려 보낸 지금 저는 우리의 힘으로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내가 바라는 세상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하는지의 문제입니다.”_p.85


우리가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하고 그럴 수 있다는 욕망이 오히려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댄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떤 ‘노력’을 통해서 극복하려고 했고, 그 흐름이 오히려 댄 스스로를 우울증과 고통에 빠뜨렸다. 그는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과거에 나는 노력해도 안되는 게 있다는 얘기가 일면 슬프기도 했다. 그리고 이 반례를 애써 외면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통제할 수 있는 것에 먼저 집중하고 나머지는 내 행위와 더불어 흘러가는 것에 맡기는 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아가고 있다. 내가 나인 지도 헷갈리는 시기에 이 책을 읽는 나의 노력은 아프고 기꺼웠다. 담담히 이날들을 얘기할 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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