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블레이키 앤 더 재즈 메신저스 [Just Coolin']
아트 블레이키와 그의 그룹이 어떤 음악을 선보여 왔는지 구태여 설명해야 하나 싶다. 여기에는 그들의 음악이 여전히 많은 재즈 팬들에게 사랑받으며 플레이리스트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반백년이 훌쩍 지난 시대의 유산에 아직까지 찬사를 보내고 있냐는, 그러니까 재즈가 혁신이 아니라 과거의 연대기를 아직까지 되새김질하고 있다는 시선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즈가 우리에게 주는 영감은 단순히 음악을 들을 때뿐만 아니라 작품이 어떤 시간적·음악적 맥락 위에서 만들어졌고 그것과 조응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때 더욱 극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는 연주자 개인의 음악적 변화를 포착하는 것 이상으로 예술을 여전히 진행 중인 동적 대상으로 위치시키는 행위다. 그렇기에 조금은 구태의연하더라도 아트 블레이키와 이번 앨범 [Just Coolin’]을 보다 잘 물어보고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얘기를 나아가보자.
1954년 피아니스트 호레이스 실버가 퀸텟 앨범을 녹음한다. 이때 퀸텟 멤버는 아트 블레이키를 포함해 케니 도햄(트럼펫), 행크 모블리(테너 색소폰), 더그 왓킨스(베이스)였는데, [Horace Silver Quintet], [Horace Silver Quintet Vol. 2]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두 장의 10인치 음반이 이후 1956년에 12인치 음반으로 합쳐져 재발매 됐을 때 비로소 재즈 메신저스의 이름이(Horace Silver and the Jazz Messengers) 나오게 된다. 이들이 곧 재즈 메신저스의 초기 멤버들인 것이다.
이후 재즈 메신저스라는 이름은 아트 블레이키가 사용하게 되고, 그의 정체성과 나란히 하게 됐다. 1950년대 중반부터 1990년에 재즈 메신저스가 아트 블레이키의 사망과 함께 종착역에 다다르기까지 수많은 연주자가 그곳에 몸담았다.
[Just Coolin’]에서의 멤버는 그중에서도 매우 잠깐 유지된 조합으로 리 모건과 바비 티몬스, 행크 모블리, 그리고 최근에 세상을 떠난 지미 메리트가 함께 했다. 1959년에 발매된 라이브 앨범 [At the Jazz Corner of the World]와 정확히 같은 멤버인데, 루디 반 겔더 스튜디오에서 [Just Coolin’] 녹음을 마치고 나서 불과 5주 후의 무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크 모블리의 ‘Hipsippy Blues’, ‘Just Coolin’’, ‘M&M’등 라이브의 세트리스트와 스튜디오 앨범이 몇 곡 겹친다. 또한 하드 밥 메신저의 정수를 들려준 [Moanin’]의 녹음과 시기상 근접하기도 하다. 이렇듯 [Just Coolin’]은 아트 블레이키 앤 더 재즈 메신저스가 음악적으로 가장 주목받던 시기에 녹음한 앨범이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Moanin’]에 비해 조금 힘을 뺀 느낌이다. 바비 티몬스와 아트 블레이키가 리듬을 끌고 가는 방식도 보다 부드럽고 가볍다. 하지만 아트 블레이키의 연주상 임팩트는 여전히 잘 작동하여 바비 티몬스와 함께 멜로디를 잡아주고 다이내믹의 볼륨만 줄어들었을 뿐 하드 밥의 질감은 여전하다. 오히려 더 편한 앙상블을 만들어 낸다. 열기를 조금 식히고 유연한 템포와 스윙으로 능숙한 재즈 메신저스만의 어법을 선보인다.
행크 모블리와 리 모건이 전면에서 (늘 그랬듯이) 곡을 스피치하고, 지미 메리트가 안정감 있게 뒷받침 해주면 곡 전체를 장악하는 건 역시 아트 블레이키다. ‘Hipsippy Blues’ 등 행크 모블리의 곡을 연주하는 리 모건에게는 그 영향이 수년에 걸쳐 본인의 리더작에서 드러난다. ‘하드 밥 시대’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던 리 모건이 1972년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그 시대는 홀연히 흘러갔지만 아트 블레이키는 그보다 좀 더 남아 시대의 증인을 넘어선 메신저로 우리를 부르고 우리에게 응답했다. 조금 늦었지만 그동안 전해지지 않았던 메시지 하나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열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