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짧은 기록
연휴가 시작된 일요일 오후. 느지막하게 작업실에 와서 어제 택배로 받은 앨범들을 골라 들어봤다. 그러다 그간 무심코 지나친 앨범에서 좋은 곡을 발견했다. 존 콜트레인의 1961년 앨범 [Coltrane Jazz](Atlantic)에 수록된 발라드 'I'll Wait and Pray‘. [Ballads] 앨범 속 발라드처럼 매력적이고 보컬리스트 조니 하트만과 함께 한 [John Coltrane and Johnny Hartman]처럼 누군가의 중후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이토록 아름다운 발라드 곡이라니! 제목처럼 정말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며 기다리는 듯하다.
나는 좋은 재즈 연주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발라드 연주에 있다고 본다.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연주는 물론이고, 많은 이를 음악에 스며들게 하는 깊고 천천한 멜로디를 세우는 힘. 이 부드럽고 강한 끌림을 싫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내가 존 콜트레인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50년대 후반, 빠른 아르페지오와 패시지를 구사하면서 음들이 겹층을 이루는 ‘소리의 장막(Sheets of Sound)’과 1960년대 이후 단편적인 즉흥을 넘어서 초월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던 시기까지 존 콜트레인의 강력한 음악적 정체성은 강한, 혹은 영적인 힘을 담고 있었다.
그런 음악들 틈에서 더욱 빛나던 게 바로 그의 발라드 연주였다. 자신의 클래식 쿼텟 멤버들과 함께한 [Ballads]가 대표적인데, 기존의 모던 재즈에서 벗어나 더욱 분방한 재즈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위치한 이 쿼텟은 앨범에 실린 곡들을 그전에 연주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저 가벼운 토론과 리허설 이후에 이뤄진 녹음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앨범은 비슷한 시기 다른 연주에서 느껴지는 긴장감보다 덜하다. 느긋한 템포 위에서 주고받는 멜로디와 솔로가 은은하게 이어진다. 그럼에도 맥코이 타이너의 피아노는 멜로디를 유연하게 엮으면서 감출 수 없이 자주 반짝거린다.
[John Coltrane and Johnny Hartman]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존 콜트레인의 발라드 앨범이다. 나의 경우 조니 하트만을 [I Just Dropped By to Say Hello]라는 앨범으로 처음 알게 됐는데, 이토록 깊고 부드러운 보컬을 아직 새로 만나지 못했다. 존 콜트레인과 함께 한 앨범에서도 그 깊이는 여전하고, 클래식 쿼텟 멤버들 역시 [Ballad]에서의 연주가 훌륭한 리허설이 된 것처럼 2년가량의 시차를 두고 더욱 무르익은 연주를 들려준다. 이들의 곡은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나의 컬러링이다. 그리고 조니 하트만의 'In the Wee Small Hours of the Morning'은 내 알람이다. 이렇게 나긋한 목소리가 알람이 되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다. 놀랍게도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깨게 된다. 학습 효과라는 건 엄청나서 맥코이 타이너 피아노가 먼저 나올 때부터 눈이 떠진다. 세상에 좋은 것들이 참 많지만, 이 발라드들은 유독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