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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혁 강사 Mar 22. 2023

B2B유통에서 '갑질' 잘 하기!

Power,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갑을은 십간의 첫번째 갑(甲)과 두번째 을(乙)을 의미하는데 계약서를 쓰다보면 주도권을 가진 쪽이 '갑', 그 반대쪽을 '을'이라고 합니다. 필자는 종종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어느정도 해본 30대 중후반의 직장인들이 조직의 힘과 위치를 이용한 '갑질'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으로 생각하기도 한다는 점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90년대에 대학과 군생활,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직장생활에서 필자가 경험했던 여러가지 갑질을 Z세대가 보면 무슨 후진국의 말도 안되는 일처럼 보일 겁니다. 이번 섹션에서는 주로 B2B영업, 유통에서 발생 가능한 영역에 촛점을 맞춰보겠습니다.


우선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로 좁혀서 보겠습니다. 누가 '갑'일까요? '제조업체'가 '갑'일까요? '유통업체'가 '갑'일까요? 동물의 세계에서 눈빛만 교환해도 누가 높은 위치에 있는지 바로 서열이 정해지는 것처럼 B2B비즈니스 관계에서도 명함만 교환하면 누가 갑인지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반드시 매출과 회사의 규모로만 결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 시점에 상대방이 필요한 능력이나 자원을 가지고 있느냐로 결정이 난다고 봅니다. 이것을 B2B유통에서는 'Power'라고 합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일도 강제로 억지로라도 하게끔 만들어내는 능력이죠.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방이 원하는 자원을 소유하고 그것을 통제하는 것 입니다. 2010년 센가쿠(尖閣)열도에서 중국인 선장이 일본해경에 연행되었던 사건으로 일본과 중국사이에 긴장이 높아지던 시기에 중국은 일본이 가지지 못했던 막강한 자원이 있었습니다. 바로 '희토류'였습니다.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되던 희토류의 일본수출을 통제하며 'Power'를 사용했고 일본은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B2B유통에서 힘이 필요한 이유는 한쪽의 극단적인 이윤추구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아무런 제약없이 B2B유통이 운영되면 유통업체, 대리점은 끊임없이 마진을 극대화하려 할 것 입니다. 예전과 비교해 최근 한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은 몸집이 불어나 막강한 'Power'를 갖게 되었습니다. 제품 공급업체들에게 영향력을 쉽게 미칠 수 있겠죠?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제조업체의 힘이 막강해지고 유통업체간의 경쟁이 극심해지면 제조업체의 '갑질'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쌍방은 상호의존성을 가지고 한쪽의 이기적인 이익 극대화를 막고 그 유통채널 전체의 공동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선일 것 입니다.


효과적인 '갑질'을 위한 'Power'의 종류에 대해서 같이 알아보겠습니다.


1. 강압적인 힘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 대리점에 쓰는 강압적인 힘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시장확장이나 매출성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시장정보, 고객정보도 기꺼이 공유하지 않는 대리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돈을 지금보다 못벌게 만들면 됩니다. 수익성을 낮추는 거죠. 다른 대리점에 비해 공급하는 제품의 가격을 비싸게 만들거나 계약갱신시 기존의 마진율이나 커미션 비율을 낮추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겁니다. 대리점 입장에서 수익성을 개선시키려면 시장점유율을 올려 매출을 증대시키거나 제조업체에서 공급받는 제품의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수익성을 제한하는 갑질은 굉장히 곤혹스러울 것 입니다. 또 다른 강압적인 힘의 사례는 대리점에게 계속 제공되어 당연하고 익숙하게 느껴왔던 혜택을 줄이는 것 입니다. 상품을 진열하기 위한 도구와 장비&설비, 대리점 직원을 위한 교육서비스, 판매장려금, 광고지원금, 전시회 참가지원금, Back Margin등이 여기에 해당되겠습니다. 당연히 받아왔던 혜택이 줄어들면 이 또한 큰 압박으로 다가올 것 입니다. '배달지연'도 잘 드러나지 않는 교묘한 '갑질'이라는 사실은 모 대기업의 영업담당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대리점을 관리하는 그 30대 영업사원은 50대 대리점 사장이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예의바른 태도로 여러가지 피치못할 이유를 들면서 배달순서를 제일 뒤로 미루는 방법을 써서 굴복시킨다고 합니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위협은 '거래중단'이겠죠? 한 제조업체의 제품의 판매비율이 높을 수록 대리점의 압박강도는 커질 겁니다.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강압적인 힘'은 되도록이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칼은 칼집에 있을때 제일 무섭다고 합니다. 다른 모든 수단이 실패한 마지막 순간에 써야할 '강압적인 힘'을 가볍게 사용해버리면 쌍방의 관계를 어마어마하게 악화되어 돌이키기가 힘들겁니다. 다만 게임이론중 모두가 협조해서 같은 행동을 취하면 이익을 본다는 '코디네이션 게임'처럼 강압적인 힘을 써서라도 변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결과를 확실히 만들어낸다면 장기적으로 오히려 그렇게 압박해준것을 감사하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일본에서 플로피 디스켓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 관행을 스마트폰 앱으로 받겠다고 하는 것 정도가 이런 사례가 될수도 있겠죠?  


2. 전문력

지식에 근거한 '전문력'은  '본사'나 '제조업체'가 대리점에 대해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제조업체의 대리점 관리담당은 몇몇 부장, 임원을 제외하면 대개 대리점 점주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적을 확률이 높습니다. 제품과 산업전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 대리점과의 관계형성과 협상에서 압박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따라서 제조업체에서는 대리점관리 영업사원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지속적인 교육투자를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제품에 대한 새로운 정보, 다른 시장에서의 성공사례, 경쟁사 분석정보, 새로운 마케팅&영업방식등 전문적인 지식에서 확실하게 압도적인 우위에 차지하고 경험도 빠르게 축적해야 대리점 점주들은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겁니다. 이렇게 축적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유통업체에게 착하게 마구마구 퍼주면 절대 안됩니다. 찔끔찔금 감질맛나게 조금씩 풀어서 중독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지식이 그들에게 확실한 퍼포먼스를 제공해야 하겠죠? 그러면 대리점들은 제조업체 영업조직, 영업사원들의 전문성에 의존하게 됩니다. 효과적으로 갑질할 수 있는 베이스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지식에 근거한 '전문력'을 유통업체에 제대로 사용하려면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과 상호간 신뢰가 필수입니다.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제조업체의 영업사원은 경험과 지식이 충만한 대리점 사장에게 여러가지 방법으로 엮여 본사에서 어느 순간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하수인이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회사에서의 입지에도 안좋은 영향을 받겠죠. 제조업체의 영업사원들은 기본적으로 제조업체와 대리점은 매출증대, 시장확대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같지만 제품공급가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선을 잘 지켜야 합니다.


3. 준거력 (영향력)

영어로는 Referent Power 입니다.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들에게 한국산 화학소재를 판매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당사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등에 막대한 물량을 납품하고 있는 레퍼런스 (Reference)를 가지고 있고 기존 공정개선을 위한 혁신적인 신기술이 적용되어 대체불가능한 소재라면 확실한 준거력(영향력)을 가지는 겁니다. 해외 전시회에서 구석에 작은 부스만 만들어 참가해도 방문객들은 줄을 설겁니다. 가장 좋은 적절한 유통파트너를 고르기 위한 행복한 고민을 시작해야 되겠죠? 반대로 레퍼런스가 별로 없고 신기술이라곤 하지만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소재라면 시장에서 미미한 준거력(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겁니다. 이때 활용가능한 방법은 시장에서 지배적인 유통능력을 가진 대리점을 통하거나 규모는 작더라도 '전문력'이 뛰어난 강소 유통업체를 찾아야 합니다. 이들과의 관계에서 이 제조업체는 '을'이 되는 겁니다.


명품 브랜드와 백화점의 관계를 보면 더 쉽게 이해가 될겁니다. '에루샤'로 지칭되는 르메스, 이비통, 넬은 한국시장에서 명품의 유통채널을 다양화하면서도 통제해서 고급스러움과 희소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만들고 있습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명품 매출의 비중이 높아지고 백화점 자체의 브랜드에도 막대한 영향을 받는 만큼 준거력(영향력)에서 치열하게 수싸움을 하고 있을 겁니다. 명품 브랜드와 백화점 누가 우위에 서게 될까요?


4. 법적인 힘

B2B유통에서 법적인 힘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영역에 대한 이견발생일 겁니다. 아프리카TV에서 스타크래프트 BJ로 유명했던 황효진씨가 2013년 론칭했던 '스베누'는 매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의류시장에 빠르게 진입했습니다. 3년만인 2016년 사업이 막을 내린 이유중 품질이나 디자인표절등의 문제는 차치하고 필자는 유통에 대한 문제가 가장 컸다고 봅니다. 정상적으로 계약한 대리점 채널이 아닌 다른 경로로 헐값에 제품을 풀어버렸던 겁니다. 이 사례는 회사대표의 도덕적인 해이와 불법이라는 극단적인 사례입니다만 종종 대리점과 계약한 시기와 지역에 다른 경로로 제조업체가 직접 동일한 제품을 유통하거나 대리점이 그 시기, 그 지역전용 판촉제품으로 할인공급받은 제품을 다른 지역에 판매한다든지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호간에 법적 계약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제조업체의 준거력(영향력)이 낮을 때는 기간을 길게 하고 싶을 것이고, 제조업체의 준거력(영향력)이 높아지면 기간을 짧게 하면서 대리점의 마진율을 조정하려는 강업적인 힘을 쓰고 싶어질 겁니다.


덤핑관세에 대응하거나, 제조업체의 특허를 보호하거나, 경쟁사의 특허를 무산시키거나, 상표권 주장 혹은 무산등 제조업체의 계약협상, 위험관리, 지적재산 보호, 분쟁해결등과 관련해 법무팀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 입니다. 법적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새롭게 생기고 있는 여러가지 기준과 관련 법률, 규정에 대해서 먼저 대비해야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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