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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혁 강사 Oct 07. 2023

가격은 무조건 싸야할까?

B2B 상품의 전체 가치와 연계한 가격전략

가격제안. 언제나 고민되는 이슈입니다. 무조건 싸게 들어가야 할까요? 아니면 비싸게 들어가야 할까요? 저렴한 가격만으로 결정된다면 지구상의 모든 상품은 'Made in China' 로만 가득차야 하겠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2023년 가을, 아이폰 15가 출시되었습니다. 출시초기 발열문제와 내구성 이슈가 논란이 되고 있죠? 이런 아이폰을 구성하는 부품을 크게 분류해보면 OLED 패널과 반도체, 카메라, MLCC (Multi Layer Ceramic Capacitor 적층세라믹콘덴서), 배터리등이 있습니다. OLED 패널의 공급사인 삼성 디스플레이와 고객사인 애플의 가격협상을 상상해봤습니다.



* 당신은 삼성 디스플레이의 B2B영업사원입니다. 아이폰16의 제조사 애플과 8,000만개의 OLED 디스플레이 판매 협상중입니다. (OLED 디스플레이 개당 공급 희망가격 : 10만원 )


* 경쟁사 LG 디스플레이는 9만5천원에, BOE는 9만원에 공급제안을 했다는 사실을 애플의 구매담당이 알려주며 공급가 할인 압박을 하고 있는 거이 현재 상황입니다. 


*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공급가를 할인하시겠습니까? 만약 할인한다면 얼마나 할인하시겠습니까?


<직접 그린 삽화>

애플의 구매담당은 끊임없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공급가 할인압박을 해오고 있습니다. 아이폰 16의 전체 물량은 1억2천만대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데 수용 가능한 가격을 제시해주면 전체 물량의 70%인 8,400만대 정도를 보장해주겠다고 하고, 제시하는 가격에 따라 현재 논의중인 삼성 디스플레이 70%, LG디스플레이 20%, BOE 디스플레이 10%의 공급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10만원에 8,400만대를 납품하면 8조 4,000억원인데 9만5천원에 납품하면 7조 9,800억원 (-4,200억원)이고, 9만원에 납품하면 7조 5,600억원(-8,400억원)입니다. 이번 가격협상으로 어마어마한 금액이 왔다갔다 하죠. 일반적으로 영업을 오래하신 분들은 이런 어마어마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부분 물량에 따른 가격할인(Volume Discount)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데 여기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상품 가치(Value)의 총합은 여러가지 요인으로 달라지는데 공급가격을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옳을까?


맞습니다. 간단하게 B2B상품의 가치(Value)를 크게 '기본 가치', '생산성', '품질개선', '매출개선', '관계'의 5가지로만 분류해서 알아보겠습니다. 


1. 기본가치

기본중의 기본은 공급 '스펙(Spec)'일겁니다. 고객사가 제시하는 '스펙'에 부합하지 못하면 견적 및 테스트를 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겁니다. 그 다음이 '공급가격'입니다. 이 '공급가격'은 아래 제시되는 다양한 가치에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동일하다는 기준으로 가격을 제시하면 안되겠죠? 기업교육 강사를 한가지 예로 들어보면 강사의 스펙컨텐츠, 강의력이라는 가치(Value)는 강사별로 상이한데 강의료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것과 동일하겠죠? 그리고 '규정준수'가 있습니다. 2022년 5월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아이폰용 OLED 생산물량이 급격하게 감소했습니다. 그 이유는 생산 수율개선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BOE가 배짱도 좋게 고객사인 애플의 동의도 받지 않고 OLED 패널의 박막 트랜지스터 회로선폭을 임의로 넓히는 설계변경을 했던 겁니다. 이로 인해 BOE의 수천만대 디스플레이 패널공급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최근 아이폰 15의 발열현상이 TSMC에서 생산한 3나노 공정의 AP로 의심받고 있는 것 처럼 여러가지 다양한 부품이 조합되어 만들어지는 스마트폰에선 아주 사소한 설계변경이라도 어마어마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애플에서는 굉장히 분노했을 겁니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지키지 않아 생긴 문제였죠. 


2. 생산성

같은 부품이라 할지라도 생산성을 더 강화시켜 고객의 비용을 감소 시켜줄수도 있습니다. 생산 자동화 시스템에 더 적합한 부품이어서 인건비를 감소시켜 줄수도 있고, 생산인력의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감소시켜 시간당 생산성을 개선시킬수도 있습니다. 최근 넷플릭스로 시청하고 있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넷플릭스 TEXMEX / 출처 : 넷플릭스>

멕시코에서 텍사스의 엘패소로 고물 자동차를 싸게 사서 옮겨와 멋있게 복원한후 판매하는 TEXMEX라는 시리즈입니다. 외장, 내장, 엔진, 판매, 운영등을 담당하는 6명이 2개월간 이룬 총수익 164,000불에 대해 파티를 하며 축하하는 자리에서 다들 만족스러워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엔진과 내장을 담당하는 제이미는 표정이 안좋았습니다. "시간당 작업량을 생각하면 절대 흑자라고 할 수 없다. 주7일 쉬는 날 없이 38도 넘는 날씨에 야근도 계속 이어진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와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일하고 있는데 이 수익으로는 부족하다. 문제도 많이 발생해서 너무나 힘들고 번거롭다." 라고 합니다. 엔진과 내장을 담당하는 제이미가 1주일내내 야근까지 하며 노동력을 갈아넣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계속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이미의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감소시켜 시간당 생산성을 개선시킬 수 있는 장비가 있다면 개선되는 생산성과 장비의 가격, 운영비용으로 비교하면 정량적으로 구매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겠죠. 


3. 품질개선

품질은 수명본연의 성능(품질)로 구분해보려고 합니다. 공급하는 제품의 수명은 긴 것이 좋을까요? 나쁜 것이 좋을까요? 수명이 너무 짧으면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떄문에 고객이 선택하지 않겠죠? 수명이 너무 길면 어떨까요? 15년 이상 사용하는 물걸레 청소기를 개발한 회사가 소비감소로 인해 생산을 중단하고, 정성을 다해 만든 식칼이 10년 이상의 수명을 자랑하는 바람에 식칼 제조사가 파산하고, 10년 이상써도 문제없는 타블렛때문에 해당 제품의 매출이 감소하기도 합니다. 일정 수명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품질에 문제가 생기는 타이밍을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한 제조사의 노하우아닐까요? 본연의  성능(품질)이란 PC는 속도와 용량, 디지털 카메라는 화소, 식당은 맛과 청결등 그 상품이나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Core Value 입니다. 스마트폰에 공급되는 디스플레이 제품의 소비자향 Core Value 는 뭘까요? 최근 출시된 아이폰 15의 홍보중 디스플레이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이나믹 아일랜드, 속속들이 스며든 색상, 구석구석 견고한 글래스'등이 있습니다. 애플이 2010년 아이폰4를 사용하면서는 LG디스플레이에서 만든 AH-IPS (Advanced High pergormance-In-Plane Switching)라는 홍보하기 어려운 디스플레이를 Retina(망막)이라는 마케팅 용어로 바꿔서 전면에 홍보하여 대박을 친 사례도 있죠. 당시 LG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아이폰4의 소비자향 성능(품질)을 크게 개선시켜 매출까지 증대시키는 가치를 제공했습니다.


4. 매출개선

공급되는 부품으로 인해 최종 상품의 매출이 개선되려면 어떤 가치(Value)를 제공해야 할까요? 스마트폰에 공급되는 디스플레이 모듈로만 좁혀보겠습니다. 접히는 플레서블 디스플레이 모듈이 공급된다면 스마트폰의 '디자인'이 변화할 것이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제품의 형태, 폼팩터(Form Factor)를 제공하여 매출이 상승할 수 있을겁니다.  초당 120프레임 이상의 주사율이라는 디스플레이의 성능을 제공한다면 게임을 즐기는 스마트폰 사용자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하게 되어 매출이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딩딩~딩딩 하며 돌아가는 '인텔인사이드' 짧은 인텔의 광고영상과 케이스에 붙어있는 '인텔인사이드'스티커 처럼 최종 소비자에게 노출되어 강화된 인지도를 보유했던 '인텔'처럼 삼성 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도 'LED made by Samsung'같은 B2B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면 '시장의 평판'을 개선시켜 매출이 상승할 수 있겠죠? 최근에는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ESG 브랜딩도 중요합니다. 가령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다양성을 인정하며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경영하는 삼성 디스플레이나 LG 디스플레이의 부품을 사용한다면 스마트폰 제조사의 최종 상품이 공정함과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게 되어 더 많이 판매될수도 있겠죠?


5. 관계

관계는 부품,소재나 장비공급업체같은 B2B벤더와 B2B고객사로만 한정하여 생각해보겠습니다. A공급사는 국내업체라 바로바로 연락해서 언제라도 쉽게 소통할 수 있는데, B공급사는 A공급사보다 수명과 품질 모두 좋지만 해외업체라 쉽게 소통하기가 힘들고 맞춤 서비스를 받기 힘들다면 어떨까요? 공급가가 비슷하더라도 A공급사를 선호할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B공급사가 전문성을 보유한 업계 전문가를 해당국가 에이전트로 소통채널을 새롭게 만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B공급사가 해외 탑티어 고객사에게 품질&납기문제없이 안정적으로 공급한 레퍼런스를 제공한다면 B공급사의 가격이 높더라도 B공급사를 선호할수도 있습니다. 기존에 문화적인 차이로 친밀감 없이 데면데면하던 사이를 영업력이 뛰어난 대리점을 통해 개선시켜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더큰 가치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이 방법의 위험성은 한 대리점이나 에이전트에게 너무 의존하면 가치사슬에서 이들과의 협상력이 낮아질수 있고, 그들이 경쟁사의 대리점 역할을 해버린다면 고객이 쉽고 빠르게 경쟁사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본사에서도 B2B 고객 (Account)과 꾸준히 관계개선을 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다시 맨앞의 사례로 돌아가서 삼성 디스플레이의 B2B영업사원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상성 디스플레이의 OLED 제품이 LG디스플레이와 BOE디스플레이의 제품과 모든 측면에서 가치가 동일할까요? 아닐겁니다. 공급사의 생산기술, 노하우와 물량등에 따라 공급원가는 당연히 다를 것이고, 고객사 입장에서 보면 신뢰도와 기업간 관계, 품질 안정성, 고객사 시스템 적합도, 납기, 생산효율성, 수명, 소비자향 품질, 평판등 모든 것을 종합하면 삼성 디스플레이 제품이 BOE 제품보다 최종 공급가가 개당 1만원이 비싸더라도 실제 가치는 삼성 디스플레이의 OLED제품이 개당 15,000원의 가치를 더 제공하기 때문에 가격을 인하하지 않더라도 고객사에겐 더 이익(+5,000원/개)이 될수도 있죠. BOE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기본 베이스가 삼성 디스플레이의 OLED 부품보다 15,000원이 저렴한 85,000원이어야 하고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상승시켜 생산비용을 낮추고 애플에 공급한다는 레퍼런스를 확보하려면 적자를 보더라도 더 낮은 가격으로 제안해야 할 수도 있겠죠?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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