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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혁 강사 Oct 13. 2023

기본중의 기본 '품질'

B2B마케팅의 주요기준 : 품질? 도덕성!

<직접 그린 삽화>

소비자를 대상으로 상품, 서비스를 공급하는 B2C 비즈니스도 품질은 매우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이지만 B2B 비즈니스의 경우, 그 중요성은 한층 더 부각이 됩니다. 부품과 소재, 장비, 공구, 운영 소프트웨어, 컨설팅등 B2B 비즈니스에서 공급자가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혹여 문제가 생기면 생산단계에서 생산중단이나 납기지연 혹은 재작업에 막대한 추가비용이 소요되고, 품질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치사슬의 다음 단계 고객에게 최종 상품을 납품했을 경우, 모든 부가가치가 총합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반품이나 교체비용, 법적 문제와 손해배상에 관련된 문제는 B2C와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야기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B2B품질문제 발생의 사례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① 삼성 갤럭시 노트7 화재

삼성 갤럭시 노트7 (출처 - 삼성전자 홈페이지)

2016년 8월19일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은 원래 순서대로 기기명을 작명했으면 갤럭시 노트6이 맞는데, 갤럭시 S7과 이름을 맞추기 위해서 '갤럭시 노트7'로 기기명을 정했습니다. 곡면 글래스와 엣지 디자인, 뛰어난 성능의 AP, 고용량 RAM, 확장성등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이 제품은 출시된지 6일이후 부터 폭발 및 화재발생 사고가 속출하기 시작했습니다. 9월로 접어들면서 미국과 대만, 호주등 해외에서도 폭발화재 사고가 이어졌습니다. 미연방 항공청에서는 갤럭시 노트7의 항공기내 소지를 금지하려고 하기도 했습니다.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2016년 9월2일 1차 리콜을 진행했고, 10월1일 품질개선품을 재출시했지만 동일한 폭발증상으로 다시 2차 리콜을 진행했습니다. 10월11일엔 갤럭시 노트7의 단종을 발표하고 품질개선한 신제품으로 전량 교체해주기로 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삼성전자는 무려 2조 5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손실을 입었습니다.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야기가 많았지만 중국 DONGGUAN ITM ELECTRONICS에서 제조하여 삼성SDI에서 수입한 배터리 문제였다는 설이 가장 유력해보였는데 삼성SDI가 수입한 배터리와 일본 TDK그룹 계열사인 중국 ATL에서 생산하여 납품한 배터리 모두 문제가 발생했으며 원인은 복합적이라는 했습니다. 국가기술표준원의 조사결과, 배터리 모서리에 대한 설계문제에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발생한 배터리의 음극판 눌림현상과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화재발생의 개연성이 가장 높다고 했습니다. 만약 삼성전자의 설계에 문제가 없었는데 배터리 제조사가 임의로 설계를 변경하거나 자체 품질관리를 제대로 못한 문제가 치명적인 Root Cause(근본원인)로 갤럭시 노트7의 삼성그룹 역사상 최대의 품질이슈를 발생시켰다면 해당 배터리업체는 납품한 배터리 금액이 아닌 스마트폰 완성품의 매출, 판매기회 손실, 삼성브랜드 브랜드 하락등 어마어마한 손실액을 배상해야 했을 겁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배터리 화재사건 발생이후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나섰습니다. 부품수급과 공급사 관리, 자체생산 프로세스까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품질관리 전담조직을 새롭게 만들고 대응하여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습니다. 품질이슈가 발생하면 솔직하고 투명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② 소니 배터리 리콜사태 

 소니 본사 (출처 - 소니 홈페이지)

1990년대 일본출장에서 돌아오신 아버지께서 선물로 사주신 소니 워크맨은 진정 최첨단 전자기술의 정수였습니다. 원기둥 형태의 일반적인 1회용 건전지가 아닌 껌같이 생긴 납작한 모양의 재충전가능한 배터리를 넣는 얇은 카세트 플레이어는 버튼을 누르면 안내음성도 나왔습니다. 소니는 1990년 세계최초로 리튬이온 전기개발에 성공해 1991년에는 대량양산에 돌입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6년초부터 소니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노트북에서 과열과 화재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2000년대 중반 유행했던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라는 제품을 아시나요? HDD, 리튬이온 배터리에 작은 LCD화면이 결합되어 이동중에도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전자기기였습니다. 필자도 해외출장시 '아이스테이션'이라는 PMP제품을 잘 사용했었는데 어느 순간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면서 과열되며 해당기기가 고장난 적이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 특히 이러한 배터리 문제가 많이 발생했었습니다. 소니는 델 410만개, 애플 180만개, 도시바 83만개, 히타치 30만개,후지쯔 30만개등 전세계 다양한 노트북 제조업체에 배터리를 납품해왔습니다. 그 배터리에서 문제가 발생해 대대적인 리콜을 시행할 수 밖에 없없죠. B2B로 납품한 배터리 부품에서 발생한 품질문제는 어떻게 배상을 하면 될까요? 발생 초기 소니는 배터리 교환, 배송비용, 교체관련 인건비등 2억 3천만달러 정도만을 배상하려고 했지만 노트북 제조업체들은 최대 성수기인 성탄절 직전 발생한 품질문제로 인해 소니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다른 노트북 제조사에게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고 고객불만으로 인한 소비자 이탈, 브랜드 가치저하등 간접적인 비용까지 배상을 요구해 그 금액은 8억 5천만불까지 상승하였습니다. 해당 배터리를 장착한 소니의 자체 노트북 '바이오'도 800만대 이상 리콜하였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손해외에도 엄청난 기회손실등의 피해를 함께 입게 됩니다. 이로 인해 신용등급도 하락했으며 소니그룹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③ 다카타 '죽음의 에어백' 

<직접 그린 삽화>

2010년, 필자의 아버지, 어머니, 아내 이렇게 3명이 서울시내에서 함께 기아 오피러스 차량에 탑승해서 이동하고 있을때 음주운전을 하던 차량에 의해 측면을 충돌당했습니다. 당시 아내는 왼쪽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차량과 충돌하던 그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습니다. 앞과 옆의 에어백이 빠르게 펼쳐지면서 앞자리에 계시던 부모님의 머리가 창문에 부딫히는 순간에 충격을 완화시켜줘서 크게 부상을 입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에어백은 1951년 미국의 해군 어뢰기술자인 존 헤트릭이 차량사고시 어린 딸과 대시보드를 몸으로 막으면서 에어백의 아이디어를 떠올려 발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의 에어백 제조사 '타카타'는 일본 사가현에서 1933년 설립되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낙하산을 제조하여 공급하며 성장했습니다. 1959년 스웨덴 볼보에서 발명하여 무상으로 배포한 안전벨트 기술을 활용하여 사업의 방향을 자동차 부품회사로 전환했으며 에어백 개발에도 매진해왔습니다. 1989년, 미국정부의 에어백 설치 의무화를 기회로 타카타는 사업을 크게 확장하게 됩니다. 에어백이라는 제품은 금속용기내에 알약의 모양으로 압축된 분사제가 사고시 순간적으로 팽창하여 공기주머니를 만들어냅니다. 초기의 분사제는 나트륨과 질소의 화합물인 아지드화나트륨이라는 독성화학물질이었는데 에어백 전개시 차량 탑승객들에게 화학물질로 인한 화상이나 호흡기관 피해를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이에 타카타는 1998년 차세대 혁신기술로 인체에 무해한 비(非) 아지드 화합물인 '테트라졸'이라는 물질을 개발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테트라졸은 생산비용이 비싸 타카타의 이익을 감소시켰기 때문에 이익률을 개선시킬 저렴한 분사제를 개발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질산암모늄'이었습니다. 이 물질은 2020년 8월 레바논의 베이루트 항에서 원자폭탄 유사한 버섯구름을 만들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 물질입니다. 폭약에 사용되는 물질을 분사제로 활용하면 분사제 비용을 90%나 절감할 수 있었던 겁니다. 2004년부터 타카타의 에어백을 장착한 자동차에서 에어백이 폭발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2014년 미국 교통안전국은 타카타 에어백을 장착한 모든 차량에 대하여 리콜을 실시합니다. 전세계적에서 이 품질문제로 사망한 사람이 16명에 이르고 리콜규모는 1억대를 넘어갔습니다. 안전보다는 이익을 선택했던 에어백 제조사 타카타는 벌금, 손해배상금과 리콜비용으로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고객의 안전보다는 자사의 이 이익에만 집중했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④ 포드 핀토 사례

포드 핀토 (출처 - https://car.info)

2023년 10월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유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에 1973년 제4차 중동전쟁때 처럼 이스라엘의 최대 명절인 '욤키푸르'에 맞춰 대대적인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1973년 당시 아랍지역의 산규국들은 석유를 감사하고 유가를 인상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국가들에게는 수출물량을 제한하여 석유파동 (1973 Oil Crisis)이 발생했습니다. 이 석유파동으로 인해 저렴한 유가에 맞춰 배기량에 신경쓰지 않고 대형으로 자동차를 제작하였던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큰 타격을 받았고, 튼튼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혼다의 '시빅'같은 소형 자동차를 제조했던 일본의 메이커들은 전무후무한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말씀드릴 미국 자동차 제조사 포드의 '핀토'는 석규파동 직전에 출시되었던 모델입니다. 1950년대 독일의 폭스바겐에서 제조한 '비틀'이 미국에 진출하여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 폭스바겐은 1,000개 이상의 대리점에서 연간 50만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며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었습니다. 이에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들도 긴장하기 시작했고 GM 또한 VEGA라는 소형자를 출시하자 포드는 최대한 빠르게 경쟁력있는 소형차를 출시하여 그 시장을 교란하려 했습니다. 이익률이 높은 대형차 시장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소형차를 첫차로 구매하는 고객은 대형차를 구매할때도 같은 브랜드를 선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습니다. 900kg을 넘지않고, 가격은 2천불이하 라는 기준을 가지고 2년이내에 출시한다는 목표로 포드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설계의 안정성보다는 빠르게 시선을 끌수있는 디자인에 주력했습니다. 결과물은 대단했습니다. 1970년에 출시된 '핀토'는 경쟁차량인 폭스바겐의 비틀보다 넓은 실내공간에 연비는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그러나 인기리에 팔려나가던 '핀토'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1978년 후미를 충돌당한 핀토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고, 그 유가족이 포드에게 소송을 하는 과정에 연료탱크의 결함이 드러났던 겁니다. 연료탱크가 차량 후미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충격을 막을 설계는 하지 않았던 겁니다. 따라서 충돌시 연료탱크가 쉽게 발화하여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던 겁니다. 마치 2차세계대전 당시 안전성보다는 가벼운 무게, 기동성에만 중점을 두고 설계했던 일본 미츠비시의 제로센 (AM6) 전투기 같았습니다. 제로센 전투기는 조종사를 보호하는 콕핏의 장갑판을 설치하지 않고 연료탱크 내부에 합성섬유와 고무를 덧대 화재나 폭발의 취약성을 낮추는 비용도 절감해 저렴한 생산비용, 뛰어난 선회능력과 상승력, 장거리 항속능력을 보유했지만 대전말기에는 경쟁력을 상실해 카미카제의 자살공격기로만 활용되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메르카바'전차는 승무원들의 안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료탱크와 엔진을 전면부에 배치하고 내부에 공간격벽을 두었습니다. 포드 '핀토'의 설계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부분이죠? 포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료탱크의 폭발을 방지하는 부품 1개를 장착하는 비용이 11불이었는데 이것을 포드가 판매한 1,250만대의 차량에 설치하는 총비용은 1억 3,750만불이었습니다. 이 부품을 장착하지 않았을 시  사망자 1명당 소송비용 20만불과 부상자 1명당 소송비용 7만불을 각각 예상되는 180명의 사망자와 180명의 부상자로 계산해보면 총비용은 4,860만불이었습니다. 이는 부품을 장착하는 총비용 대비 35%밖에 되지 않았죠. 그래서 포드는 연료탱크 폭발방지장치를 부착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로 포드는 피해보상금 250만불, 벌금 350만불에 징벌적인 추가벌금 1억2,500만불을 내야했으며 판매량과 브랜드이미지도도 바닥으로 떨어지고 위에 상술했던 튼튼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일본의 소형차에게 시장을 넘게주게 되는 흑역사를 만들었습니다.


⑤ 미츠비시 자동차의 몰락

일본의 3대 기업그룹중 하나인 미츠비시는 1870년에 설립되어 일제시대에 강제징용된 조선인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며 일본군용 무기,장비등을 생산했던 전범기업입니다. 현대자동차는 1970년대 미츠비시 자동차의 엔진,차체를 라이센스 생산하고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디자인을 더해 '포니'를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필자가 90년대 일본 배낭여행을 했을때 일본거리에서 현대자동차의 '그랜저','갤로퍼','산타모'가 보여 엄청 반가웠는데 마크는 '미츠비시'여서 의아해 했었습니다. 그랜저는 미츠비시와 현대자동차의 공동개발 모델이었고, 나머지는 미츠비시가 개발했던 모델을 현대가 마크만 마꿔서 국내에 도입했던이었죠. 1990년 초반까지도 현대자동차는 미츠비시의 엔진을 자체개발 엔진 개발전에 계속 탑재해왔습니다. 그러던중 2000년 용기있는 미츠비시 직원 한명이 운수성에 품질문제 관련하여 내부고발을 하게 됩니다. 30년이상 품질결함을 은폐해왔고, 특히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생산된 차량들의 엔진, 브레이크, 클러치, 에어백, 바퀴축등 26곳의 치명적인 결함을 숨겨왔던 겁니다. 2002년 미츠비시에서 생산한 대형 트레일러 '더그레이트'가 달리던중 앞바퀴가 빠져 인도를 걷고있던 일가족을 덮치는 참극이 벌어져 모두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이 사고로 어머니는 현장에서 즉사하고 두자녀는 중상을 당했습니다. 1998년부터 이 사건까지 18번이나 앞바퀴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미츠비시는 볼트를 제대로 조이지 않은 현장인력으로 책임을 미루며 변명했습니다. 조사결과 이 결함들을 1996년 이미 인지하고 내부 대책회의까지 했지만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고 덮었던 겁니다. 비슷한 시기 미국 자동차제조사 포드에서도 타이어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었습니다. 1996년 초부터 포드 차량에 장착되었던 파이어스톤 타이어가 고속주행중 파열되면서 전복사고가 발생했으며 2006년까지 사고건수 770건에 사망자는 88명에 달했습니다. 이 품질문제로 인해 포드는 5억 4천만달러, 파이어스톤은 16억17천만달러를 리콜과 배상에 사용해야 했으며 이 두기업의 100년에 가까운 협력관계도 공중분해되었습니다. 다시 미츠비시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품질문제를 숨겨왔던 미츠비시 자동차는 도덕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으며 50%가 넘는 판매율 감소, 급증하는 적자, 협력관계의 청산, 구조조정으로 허덕이며 부침을 거듭하다가 2016년 5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인수되었습니다. 1970년대 신생기업이었던 현대자동차 그룹은 50여년이 지난 2022년 전세계 판매량 3위를 기록했고 추락한 미츠비시는 르노,닛산의 판매량까지 모두 합쳐도 한때 제자였던 현대자동차그룹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⑥ 제네시스 소음과 한국타이어 사례 

2013년 현대자동차에서 출시했던 2세대 제네시스는 폭스바겐 출신 '피터 슈라이어'가 디자인해 웅장하고 날렵한 느낌에 직관적인 조작편의성을 자랑했던 실내와 안락한 실내, 초고장력 강판을 경쟁차량보다 2배 가까이 사용하고 성능과 안전에도 그룹차원에서 엄청나게 신경을 썼던 차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차량을 운행하던 운전자들에게서 지속적으로 '소음'과 '진동'이 심각하게 발생한다는 클레임이 들어와 자체조사를 시작했죠. 자동차의 소음에는 엔진, 미션등에서 발생하는 '진동소음', 외부 공기흐름과 차체의 마찰로 발생하는 '풍절음', 도로와 타이어 사이에서 발생하는 '마찰음', 부품이 움직이며 발생하는 '이격소음'등이 있습니다. 그중 2세대 제네시스의 소음원인은 바로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마찰음이었습니다. 당시 OE(Original Equipment)로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던 신차장착용 타이어의 제조사는 한국타이어였습니다. Root Cause(근본원인)는 타이어 설계의도와 다르게 안쪽과 바깥쪽이 동일하지 않게 마모되는 편마모 현상이 생겼고 이로 인해 마찰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던 겁니다. 이 품질불량으로 인해 제네시스 신차용 타이어 공급사는 한국타이어에서 미쉐린과 컨티넨탈로 교체되었습니다. 기존 장착되었던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S1 노블2' 타이어는 전략 무상교체되었구요. 한국타이어는 타이어교환에 관련된 무상교체 비용부담과 B2B거래기회 축소 및 개인 구매자들이 직접 구매하는 (RE: Replacement )시장에서도 브랜드 가치저하등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⑦ 대진침대 라돈검출사례

독자 여러분들은 1990년대 초반 침대광고 멘트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기억나시나요? 대한민국 침대시장 점유율 1위인 에이스 침대의 광고입니다. 크게 히트를 친 광고덕분에 에이스 침대는 꾸준히 성장을 이어나갔습니다. 한국의 침대시장을 보면 참으로 오묘합니다. 에이스침대의 창업주인 안유수 회장이 2001년 장남에게는 '에이스 침대', 차남에게는 '시몬스 침대'의 경영권을 주고, 2002년에는 대진침대로부터 미국의 1위 매트리스 브랜드인 '썰타' 라이선스를 인수했습니다. 18년간 썰타의 국내진입을 막고 있다가 2020년 '썰타코리아'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에이스침대', '시몬스침대','썰타침대'의 국내 침대시장 점유율은 50% 넘어서는 독점수준입니다. 이런 안유수 회장의 침대왕국에 대항하던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대진침대'입니다. 1990년대 '소리없이 편안한 Z파워 스프링'이라며 코끼리라 밟고 지나가던 TV광고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대진침대'는 1959년 신성주 창업주에 의해 '대진스프링'이라는 사명으로 설립되었습니다. 1881년 설립된 미국의 침대제조사 '씰리'와의 기술제휴로 기술력을 확보하고, 미국 점유율 1위의 브랜드 '썰타'의 라이선스까지 확보하여 에이스 침대와 경쟁했습니다. 2002년 에이스침대 안유수 회장에게 '썰타'라이선스를 뺏긴후 백화점 매장에서도 철수하는 등 매출감소를 겪다가 2005년 세포의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피를 맑게하고 면역력 강화, 피로회복, 살균효과, 미용효과까지 준다는 음이온 효과를 침대 메트리스에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진침대는 음이온을 뿜어내는 음이온파우더인 '모나자이트'라는 히토류를 수입업체로 부터 공급받아 곱게 갈아서 매트리스의 안쪽면에 도포하여 코팅했습니다. 2011년 이 음이온침대를 구입해 자녀방에 설치했던 한 소비자가 7년이 지난 2018년 우연히 라돈측정기로 침대를 검사해본 결과 대한민국의 신축 공동주택 권고치인 200㏃(베크렐)의 10배가 넘는 2,000㏃(베크렐)이 검출되어 경악했습니다. 이 사실은 SBS에 제보되어 2018년 5월3일 SBS 8뉴스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게 됩니다. '모나자이트'는 세륨계 희토류 원소인 인산염 광물인데 방사능원소인 토륨과 우라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 물질들이 붕괴되면 방사능 기체인 '라돈'이 방출되는 것 입니다. 이같은 대진 라돈침대는 2005년부터 2018년까지 9만개 이상이 생산되어 시장에 유통되었습니다. 대진침대는 리콜조치을 한다고 했으나 매트리스 제작, 교환업무를 하던 천안공장의 문을 닫았습니다. 60년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던 대진침대는 본 사건으로 인해 치명타를 맞아 유명무실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당시 수거했던 라돈침대 480톤은 5년이 지난 2023년 현재까지 천안에 위치한 대진침대 본사앞에 쌓여있습니다. 


⑧  고베제강 데이터 날조사건

1905년 설립된 '고베제강'은 일본철강업계 3위인 회사입니다. 2017년 8월 고객에게 납품한 금속소재의 품질이 기준이 미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내부감사를 진행했고, 9월 일부 알루미늄, 구리제품에만 국한되었다는 고베제강의 축소발표에 B2B고객사들은 작은 일로 치부하고 너그럽게 눈을 감아주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감독기관인 경제산업성에서 일본 제조업의 신뢰문제라고 보고 추가조사를 명령했고, 그 결과 드러난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10월8일 회장은 출장을 핑계로 발표회장에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10여년간 담당 현장직원들이 품질검사 기록을 조작했다며 현장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초반에 성실하게 대응하지 않아 공분을 사게 된 고베제강은 3일뒤인 10월11일 회장이 사죄하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여기 품질조작은 일본외에도 태국, 중국, 말레이시아등 여러 공장에서 생산한 알루미늄, 구리, 특수강등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되었고, 품질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물량품들이 납품된 고객사는 처음 발표시 200개사에서 520여개사로 급증했습니다. 고베제강이 제조한 알루미늄, 구리같은 금속소재는 여러 가치사슬을 거쳐 철도, 비행기, 차량등의 최종제품 제조에 사용되며 모든 부가가치가 최종적으로 합쳐지면 산업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필자도 당시 이 뉴스를 보고 자연스럽게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11월10일 고베제강의 발표한 개선방안 보고서의 요지는 '여러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부정행위가 이뤄졌고 이는 각 사업부 평가기준이 수익성 중심이었기 떄문에 품질관리에 소홀하여 현장 담당자들의 부정이 일어났다. 앞으로 잘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철강업계 1위인 일본제철 대비 생산량이 1/6정도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원료를 조달하는 비용도 더 높은 상황에서 제품수율, 생산성, 납기로 사업부를 압박하기 시작하여 품질데이터 날조라는 부정행위로 까지 연결되었던 겁니다. 장인정신을 중시하는 일본 특유의 제조문화인 '모노즈쿠리 (ものづくり)'를 중시해 현장에 과도한 권한을 주고 관행으로 넘어가던 행태 또한 본 사건의 주요원인중 하나입니다. 필자가 제일 이해가 안가던 원인은 특별채용 (토쿠사이 特採 )라는 관행이었습니다. 제조라인에서 불합격판정이 나더라도 납기가 급한 고객사가 사용하겠다고 하면 다시 특별하게 채용하여 생산완료후 납품하는 관행입니다. 본 사건이후 고베제강의 주가는 50% 급락했고, 일부 생산공장에선 국가인증도 취소되었습니다.  가치사슬의 마지막 고객 (End user)가 해당 금속소재로 만든 열차, 항공기, 차량에서 안전문제가 발생하여 고베제강의 제품이 근본원인(Root Cause)로 지목된다면 리콜과 손해배상, 기회손실, 브랜드 가치하락등 어마어마한 고지서를 나중에 받게 될수도 있습니다. 


⑨ 컨테이너선 MOL 컴포트 침몰사례 

필자가 현업에 있을때 소량의 상품이나 급한 샘플은 DHL, TNT, UPS, FEDEX 등 국제택배업체를 사용했고 부피가 큰 중량화물은 컨테이너로 고객사에 보냈습니다. 이때 일반적으로 흔히 알고있는 전형적인 컨테이너 사이즈인 40피트(12.2m)컨테이너와 그 절반크기인 20피트(6.1m)컨테이너를 사용했습니다. 40피트 컨테이너는 FEU(Forty foot Equivalent Units), 20피트 컨테이너틑 TEU(Twenty foot Equivalent Units)라고도 합니다. 물류의 혁신을 일으킨 이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화물선을 '컨테이너선'이라고 하죠.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이 겹친 철판을 고온의 리벳으로 접합하여 만든 선체에 증기기관, 디젤기관을 탑재해 1950년대까지 전세계 조선산업을 지배해왔습니다. 그러던중 한반도에서 일어난 6.25전쟁에서 미국이 개발한 용접과 블록공법을 배운 일본이 세계 조선시장에서 점유율을 급격하게 늘려나갔습니다. 용접은 철판을 겹치지 않아 재료를 절약할 수 있었고, 제작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었습니다. 1990년 중반이후부터는 적기에 투자를 하지 못해 한국업체에 점유유을 잃었던 반도체산업과 마찬가지로 적기에 도크를 준비하지 못해 한국과 중국의 조선업체에 점유율을 잃고 밀려나고 있었습니다. 2008년 일본의 미츠비시 중공업은 신일본제철의 초고강도 강판으로 전장 316m에 8,110 TEU (20피트 컨테이너 8,110 적재가능한)의 대형컨테이너선 'MOL컴포트'를 건조했습니다. 이 선박은 2013년 6월, 컨테이너 4,293개를 싣고 싱가포르항을 출발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항을 목표로 항해중이었습니다. 아라비아반도 끝에 위치한 예멘에서 370km 떨어신 바다에서 갑자기 선박의 중심부에 크게 금이 가기 시작했고, 허리가 완전히 끊어져 분리된 상태로 선수부와 선미부가 따로 표류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선미부는 침몰하고, 선수부는 예인도중 화재가 발생해 전소되어 바다 깊이 가라앉았습니다. B2B 비즈니스에서 이러한 심각한 품질문제가 발생하면 동일한 조건에서 만들어진 Batch (배치: 한번에 만들어지는 일정량)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중에 기본이죠. 미츠비시 중공업에서 비슷한 시기에 건조된 MOL 컴포트의 자매선박들의 안전점검을 실시해보니 6척중 5척이 MOL 컴포트호처럼 선체의 중앙이 갈라지고 있었습니다. MOL은 선박과 고객들의 화물을 모두 사고로 잃어버렸지만 전손처리로 보험처리하여 손실을 만회했고, 보험사, 화주와 함께 컨테이너선을 건조한 미츠비스 중공업과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선체가 쪼개서 침몰한 이 충격적인 사건이 전세계로 퍼져나가 일본 조선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조선업이 타격을 받은 것은 이 한 사건으로 치부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게 상황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필자는 일본의 조선업계가 철저하게 고객의 요구에 맞춰 생산하는 조선산업에서 생산자의 협상력과 이익을 개선시키기 위해 규격화를 시도했는데 허브 투 허브 방식에서 포인트 투 포인트방식으로 바뀐 항공산업과 반대로 포트 투 포트 방식에서 허브 투 허브 방식으로 바뀌며 초대형화하는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한 전형적인 일본산업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⑩ 일본 PCB제조업체 사례

마지막 사례는 필자가 2010년 즈음 PCB 제조업체에 재직하고 있을때 만났던 업계 관계자에게 들었던 사례인데 사실검증이 안되었기 때문에 가상의 P업체라고 지칭하겠습니다. PCB란 Printed Circuit Board로 절연판위에 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을 인쇄하여 만든 '인쇄회로기판'입니다. 이 PCB중 반도체와 메인보드 기판을 연결해주는 PCB가 Package Substrate로 일반 PCB보다 훨씬 미세한 회로를 활용하여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반도체는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본의 P사(가명)는 모 반도체 제조업체(A사)에게 대량의 Package Substrate를 납품했고, A반도체 제조업체는 CPU를 만들어 컴퓨터 제조업체 D사에 납품완료했습니다. 그런데 D사가 소비자에게 판매한 컴퓨터에서 품질문제가 발생하게 되었고, 이에 D사의 조사결과 A사의 CPU가 Root Cause (근본원인)로 지목되었습니다. A사 또한 조사를 진행하여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본 결과 P사가 납품한 Package Substrate의 불량이 원인이었습니다. 기판의 구멍내부의 도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전기적인 연결성이 떨어졌던 겁니다. 이 품질문제로 인해 P사는 남품한 물량의 판매금액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거액 (수천억원 상당)을 A사와 D사에 배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B2B비즈니스에서는 가치사슬 앞단계의 공급자가 제공한 소재나 부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음 단계 그 다음 단계 고객으로도 문제가 더해져 심각성이 가중됩니다. 그 영향은 굉장히 복합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품질문제가 발생했을때 근본원인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설계의 문제, 장비의 문제, 소재의 문제, 운영의 문제, 작업인력의 문제등 명확하게 원인을 찾아 책임지게 결론을 짓는 사례는 50%이하 일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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