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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혁 강사 Oct 16. 2023

납기, 納期, Delivery

B2B마케팅의 주요기준

제조업체의 고객사를 만나 협상을 하다보면 꼭 나오는 쟁점들이 있습니다. '가격', '결제조건', '납기'등이 대표적이죠. '가격'은 보장하는 물량에 따라 Voulme Discount를 적용하면 달라질 수 있고, '결제조건'은 해외고객인 경우 EXW (Ex-Works : 공장인도조건), FOB(Free on Board : 본선인도조건), CIF(Cost, Insurance and Freight : 운임, 보험료 포함 인도조건), DDP(Delivered Duty Paid : 관세 지급 인도조건) 며칠이냐로 많은 고민과 협상을 진행하면 되는데, '납기'는 정말 영업담당이었던 필자에겐 큰 골치거리였습니다. 혼자만 잘 한다고 되는 일이 절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직접 그린 삽화>

A라는 제품 100개를 중국 상하이에 있는 고객사에게 전달하는 일반적인 납기를 4주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견적서를 보낼땐 Delivery나 Lead time 항목에 4weeks (4주)라고 명기할 겁니다. 그런데 영업소통시 고객사의 구매담당은 당연히 최대한 빨리 달라고 할것이고 또한 건별로 납기를 단축해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사가 3주로 요청한다고 했을때 영업담당 입장에서는 더 많은 오더를 짧은 주기로 받아 할당된 영업목표를 달성하여 보너스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고, 회사입장에서는 빨리 배송해주면 입금을 받는 시점도 빨라지기 때문에 나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생산현장에서는 골치아픈 일들이 벌어지겠죠.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해서 빠르게만 생산하는데 주력한다면 품질저하 문제, 생산비용 증가, 생산인력의 안전, 생산장비의 고장등 여러가지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야기될 것입니다. 


필자가 모 중소기업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을때 4주가 일반적인 납기지만 생산은 대개 2주내에 완료되기에 생산진행 상황에 신경쓰지 않고 있다가 납기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비일비재했었습니다. 그러면 상사에게 굉장한 욕을 먹었죠. "영업사원이라면 당연히 생산라인에서 자기 제품이 어떻게 생산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지 컴퓨터에서 ERP 현황만 확인하면 돼? 공장에 내려가서 진짜 상황을 확인해야지! 생산이 밀리면 같이 붙어서 만들던가..." 이렇게요. 당시 저는 '계획대로만 생산을 진행한다면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인데 왜 넉넉하게 준 생산일정도 제대로 못 맞추는 걸까?' 라며 그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있으면 수시로 생산라인에 내려가서 돌아가는 상황을 확인해봤죠. 그러다가 발견한 제품의 주요 생산지연 원인들을 찾았습니다. 끊임없이 하달되는 긴급생산 오더들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은 국내 대기업고객을 담당하는 고참 국내 영업사원들 제품이었는데, 테스트나 시급한 품질개선품이 아닌 일반제품도 1주일에서 2주일만에 생산을 시키고 있었고, 고참 해외 영업사원들의 테스트용 긴급생산 오더 또한 끊임없이 하달되어 생산라인의 다른 제품생산을 수시로 방해하고 있었습니다. '우선순위'의 문제였습니다. 생산현장이 영업에게 휘둘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품질문제, 납기문제등 여러가지 이슈들이 발생하고 있었죠. 

<직접 그린 삽화>

당시 생산당당이 휴식시간에 담배를 피면서 투덜거리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제기랄 애초에 생산계획대로 생산하면 문제가 없는데 허구헌날 테스트제품, 긴급제품이라면서 난리치니까 미치겠네. 김과장님, 고속도로보면 막힐때가 있잖아요? 왜 그런지 아세요? 끼어들기 하는 차들이 많이 생기니까 그래요. 생산에도 계획에 없이 끼어드는 놈들 때문에 이런 문제가 계속 생기는 겁니다." 진짜 딱 맞는 비유였습니다. 교통사고나 일반도로 같은 신호대기, 병목현상같은 원인들이 없이 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히는 '유령체증'현상과 똑 같았습니다. 함께 잘 달리고 있던 차량중 한 차량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며 속도를 줄이거나 차선을 변경하면 뒤따르던 차들도 브레이크를 잡게 되고 그 뒤의 차들은 결국 멈추게 되는 거죠. 이런 부서간 충돌을 새의 눈으로 위에서 조망해보면, 적은 물량의 테스트 제품이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출증가로 이어지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영업의 입장과 지금 생산물량을 증대시켜 수익률을 개선하려는 생산관리의 입장이 충돌하는 현상일겁니다.  


B2B영업담당은 공기(工期)와 납기(納期)를 반드시 구분해서 인식해야 합니다. 공기(工期)는 공급업체가 내부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간입니다. 일부 기업은 영업담당들이 생산계획의 입안에도 참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생산제품별 우선순위와 현장의 생산능력, 업무량등을 감안해서 공기(工期)를 확인하고, 검사, 포장, 출하, 운송, 통관등의 절차와 일정까지 감안해서 최종 납기(納期)를 계산해야 합니다. 국내영업이라면 공장에서 출하될때 바로 영업사원이 직접 차에 실어 몇시간만에 고객사 담당자에게 배송해줄수도 있지만 해외영업 담당이 공기(工期)와 납기(納期)를 구분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납기내에 배송을 못했다고 필자에게 직접 비행기로 가지고 오라며 호통치던 해외고객사 담당자의 화난 목소리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직접 작성한 다이어그램>

기업간 거래인 B2B영업담당으로 일을 해보면 소통과 조율, 협상에 익숙해야 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겁니다. 벤더사의 영업담당은 고객사의 구매담당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의 구매, 생산, 연구, 품질등 다양한 DMU(Decison Making Unit)를 상대하게 될것이고, 벤더사 내부에서도 연구, 생산, 품질등의 부서들과 소통, 조율, 협상을 수시로 진행해야 합니다. '납기관리'업무는 벤더사의 규모에 따라 답당하는 부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규모회사라면 생산부서에서 설계, 조달, 생산, 검사, 납기관리까지 담당할 수 있고, 생산관리나 남기관리 업무가 영업관리로 넘어오는 경우도 있으며 여러 영업부서와 여러 공장 및 생산조직이 있다면 납기관리만 전담하는 조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영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납기관리까지 신경쓰게 하지 말고 영업에만 전념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좋겠죠? 어느 조직에서 담당을 하든간에 '납기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공급사 내부의 여러 공정에 대한 정보를 먼저 입수하고 판단해서 대응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영업사원들이 무리하게 납기약속을 하지 않게끔 생산공정의 표준시간과 기준일정을 공유하여 타당한 납기약속을 하게 해야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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