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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혁 강사 Oct 05. 2023

가격협상에만 집중하시나요?

View Point 별 비즈니스 협상전략

독자 여러분들은 B2B 기업간 거래의 영업경험을 가지고 계신가요? 개인간 협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필자가 예전 경험을 다시 떠올려보겠습니다. 선배인 영업팀장을 보좌하며 쥬니어로 참여한 경우도 있고, 생산담당 임원과 함께 참여한 경우도 있고, 제가 선배입장에서 팀원 혹은 대리점 영업사원을 대동하고 협상에 참여한 적도 있습니다. 협상에 참여하기 전에 해당 제품의 제조원가인 재료비과 제조경비에 판매관리비인 물류비용, 광고&마케팅 비용, 커미션, 영업접대비용, 영업사원 임금등을 세밀하게 계산해서 판매원가를 산정하고 여러 경로로 입수한 기존에 납품하고 있는 경쟁사의 가격도 추정합니다. 영업경험이 별로 없을땐 이 정도만 준비해서 해외출장길에 나서죠. 해당국가 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끝낸 후 큰 캐리어와 샘플들을 챙겨 택시를 타고 고객사로 향합니다. 접견실 건물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출입카드를 받고는 휴대폰과 노트북에 보안 스티커를 붙이죠. 그런 다음 고객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고 기다림이 이어집니다. 협상 책에 나오는 것 처럼 일부러 오래 기다리게 하는 고객 담당자는 별로 없었습니다만 대개 바쁜 업무때문에 30분 정도후에 접견실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접견실에서 기다리며 노트북을 열어 관련자료 중 숙지할 내용들을 보고 있으면 담당자가 들어옵니다. 잘 지내고 있냐? 반갑다. 요즘 회사분위기는 어떠하냐? 경쟁사 사정은 어떤가?등 여러가지 비즈니스 관련 스몰토크를 툭툭 던지면서 오프닝을 합니다. 그러다가 테스트 결과에 대한 내용을 고객사 담당자가 노트북을 펴서 프로젝트에 연결해서 보여주죠. 솔직 담백하게 괜찮은 테스트결과였다면서 얘기해주는 담당자도 있고, 사소한 내용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며 협상의 주도권을 먼저 잡으려는 고객 담당자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올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긴장되기 시작하죠.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스펙을 다시 확인한 후 본격적으로 가격협상에 들어갈겁니다. A라는 제품의 공급사 판매원가는 150만원이고 고객사가 현재 B 경쟁사로 부터 공급받는 가격은 200만원 이라고 가정하고 대화를 시작해보겠습니다.



◆ 고객사 : 이제 오늘의 주요토픽으로 들어가볼까요? 어느 정도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 공급사 : 어느 정도 가격을 원하시나요?

(서로 먼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진 않으려고 합니다.)


◆ 고객사 : (현재 가격에서 20% 할인되는 160만원이면 충분하지만 네고를 감안해서 더 높게 Aim-High전략을 씁니다. 그렇다고 너무 얼토당토하지 않은 가격을 제시하면 안됩니다.) 140만원 정도면 내부에서 논의가 가능합니다.  


◇ 공급사 : (국내 대기업에 공급되는 가격인 140만원이라는 가격에 안도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140만원이면 진짜 당사의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입니다.  말도 안됩니다. 한국 고객사에 납품되는 가격도 이 가격보다 훨씬 높습니다. 


◆ 고객사 : (여기서 공급사가 한국 고객에게 납품하는 가격이 140만원 정도라는 정보를 아느냐 모르냐가 중요 ) 그래요? 그러면 귀사의 국내(한국)고객에게는 어느 정도 가격으로 납품하고 있나요?


◇ 공급사 : (웃으며) 다른 고객의 정보를 공유하면 안되는 것 아시잖아요. Wang 팀장님께만 특별히 말씀드리겠습니다. 160만원 정도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이건 절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시면 안됩니다. 


◆ 고객사 : 그래요? 그 가격이면 현재 우리가 B사에서 납품받고 있는 가격보다 비싼데요.


◇ 공급사 : 당사입장에서는 귀사에 160만원으로 납품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해외고객이니 물류비와 관세, 현지 유통업체 마진등을 고려하면 최소 180만원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 고객사 : (180만원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살짝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제가 주장하는 140만원의 가격과 귀사가 주장하는 180만원의 가격은 차이가 너무 큰데요. 


◇ 공급사 : 그러면 Maximum 어느 정도까지의 가격은 받아들이실 수 있으신가요?


◆ 고객사 : (고민하는 표정으로 노트북의 엑셀시트를 검토하는 척하면서) 150만원이 Maximum입니다. 이 이상의 가격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배수의 진)


◇ 공급사 : (절대 안된다며 상을 엎어버리는 척을 할까 고민도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150만원은 당사가 귀사에 공급하는 판매원가 입니다. 이 가격으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고객사 : 그 공급가는 당사에 매월 어느정도 납품하는 기준에서 나왔나요?


◇ 공급사 : 전에 말씀주신 기준으로 하면 매월 총 소요량이 100개라고 하셔서 당사 점유율을 20%로 가정한 월20개를 기준으로 했을때 공급가 입니다. 


◆ 고객사 : 그래요? 50%로 계산하면 원가가 좀 떨어지지 않을까요?


◇ 공급사 : (속으로 살짝 기뻐하면서도) 공급원가에는 큰 차이는 없습니다. 


◆ 고객사 : (150만원+180만원의 절반은 165만원인데...) 그렇다면 우리가 크게 양보해서 155만원으로 해드리죠.


◇ 공급사 : 가격을 160만원으로 하고 다른 부분을 맞춰드리는 건 어떨까요?


◆ 고객사 :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공급사 :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드리겠습니다. 


◆ 고객사 : 현재도 물량공급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높은 Share를 보장해드리기도 힘들구요.


◇ 공급사 : 그렇다면 납기를 기존 1.5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해드리겠습니다.


◆ 고객사 : 원래 1개월 아니었나요? 납기는 1개월로 해야 합니다. 납기를 어기면 부과하는 '납기연체료'조항도 원래 다른 공급사들과의 계약에는 넣는데 그 조항을 안넣은 것은 귀사를 많이 배려해 드린 겁니다.


◇ 공급사 : 그리시다면 결제조건 '60 days after the date of arrival at buyer's warehouse' 귀사 창고에 도착한 2개월후 송금을 '90 days after the date of arrival at buyer's warehouse' 귀사 창고에 도착한 3개월후 송금으로 변경하는 건 어떠세요?


◆ 고객사 : (최근 회사에서 결제조건 변경지시가 많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흠.. 또 다른 부분 맞춰주실 수 있는 것 있을까요?


◇ 공급사 : (괜찮은 분위기라고 생각하면서) 창고가 3군데에 있죠? 저희가 여기 대리점에 안전재고 창고를 운영하며 그 3군데 창고에 안정적으로 재고를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떠세요?


◆ 고객사 : 좋습니다. 우리 계약에 AS 기간은 어떻게 명기되어 있었죠?


◇ 공급사 : 일반적으로 AS기간은 동일하게 1년으로 되어있습니다. 


◆ 고객사 : 그러면 결제조건 변경에 3개 창고에 안전재고 유지, AS기간은 2년으로 변경해주시면 160만원 공급가 받아드리겠습니다. 


◇ 공급사 : Sales Contract 계약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해주시면 가능합니다.


◆ 고객사 : Sales Contract 계약기간 변경은 힘듭니다. 양해해주세요. 


◇ 공급사 : 그러시면 결제조건 변경에 3개 창고에 안전재고 유지, AS기간은 1.5년으로 하고 교육비용과 업그레이드 비용은 무상으로 해드리겠습니다. 어떠세요?


◆ 고객사 : 좋네요. 오늘 미팅한 내용은 회의록 (Meeting Minute)로 금일내로 공유부탁드리겠습니다.


◇ 공급사 : 감사합니다. 바로 호텔에서 정리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 고객사 : 네, 아. 깜빡한게 있는데 최종 테스트 제품은 2개는 무상으로 보내주시는 것 맞죠?


◇ 공급사 : 물론이죠. 저도 마지막으로 여쭤보고 싶은데 있는데요. B사의 공급가격은 얼마입니까?


◆ 고객사 : 170만원입니다. 


◇ 공급사 : (악수하며)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위의 가상대화는 필자가 커피한잔하면서 1인2역으로 상상하며 써본겁니다. 실감나시나요?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협상시 서로 가격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는 입장에서는 판매자의 첫 제시가격을 알고 싶고, 파는 입장에서는 구매자가 원하는 가격을 먼저 알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입니다. 첫 기준을 제시할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킬이 Aim-High 전략이죠. 싸게 사고 싶으면 떠 싸게부르고, 비싸게 팔고 싶으면 더 비싸게 부르는 거죠. 그러다가 고객사가 원하는 140만원과 공급사가 원하는 180만원이라는 첫번째 입장차이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때 자주 사용되는 전술이 가정법(假定法)입니다. 내가 만약 여러개 사면 얼마나 할인해주겠냐? 현금으로 사면 얼마나 할인해주겠냐? 빨리 공급해주면 비싸게 사줄수 있느냐? 같은 것들이 기본적인 가정법의 사례겠죠? 경험과 지식이 없는 상대방은 이러한 티키타카가 몇번 왔다갔다 하면 밑천이 쉽게 드러나버리며 협상에서 밀리는 입장이 되어버립니다. 

위 가상대화의 상대방은 어느정도 경험이 비슷한 40대 직장인 (영업vs구매)이 협상전에 여러 경로로 상대방의 대략적인 정보를 파악한 것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어설픈 협상전술을 쓰면 되치기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테이블 엎기, 몰아붙이기, 감정활용법 같은 것들은 쓰기가 힘들죠. 몇번 티키타카를 하게되면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인정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뜨거워지는 가격협상에서 관점 (View point)를 바꿔보는 시도를 하게 되겠죠?  공급사 영업사원이 '물량'으로 View point 바꾸기 시도를 하죠. 160만원에 더 많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주겠다. 이 시도는 고객사 구매담당이 필요없다고 잘랐습니다. 두번째 시도는 '납기'였죠? 이 시도도 노련한 구매담당의 물타기로 차단되었습니다. '원래 1개월 아니었나요?' 세번째 시도는 '결제조건'이었는데 여기부터 조금씩 먹혀들기 시작합니다. 안그래도 고객사에서 모든 공급사와의 결제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구매담당은 속으로 좋았겠죠. 결제조건을 고객사 창고 도착 2개월후 송금을 3개월후 송금으로 변경하는 시도였습니다. 공급사가 현금흐름에 큰 어려움이 없다면 좋은  협상관점 (View point) 바꾸기 시도가 될 겁니다. 이후로도 티키타카가 이어집니다. '결제조건 변경 받고, AS기간 연장'이라는 구매담당의 베팅에 그것 받고 '계약기간 연장'이라는 영업사원의 베팅이 이어집니다. 이후 조정에 들어가는 거죠. 가격은 160만원에 결제조건은 60일에서 90일로 연장, 배송조건 변경, AS기간 연장, 무상교육&업그레이드 비용으로 협상이 마무리 됩니다. 


공급사는 내심 원하던 160만원 공급가에 '대형 고객사 남품'이라는 레퍼런스 확보 잇점을 생각하면 결제조건, 배송조건, AS조건, 무상교육&업그레이드 비용은 크게 상관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고, 고객사는 현재 B경쟁사로 부터 공급받는 가격(200만원)보다 부려 20% 낮은 가격으로 새로운 해외공급사와 계약하게 되어 B사를 압박하여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겨 만족했을 겁니다. 비즈니스 협상에서는 먼저 상대방의 입장에서 회사내부의 압박, 개인적인 욕구, 대안등 다양한 니즈를 분석해야 하고, 협상의 잘 진행되지 않고 막히는 타이밍에서는 새나 드론처럼 수직으로 상승하여 협상의 관점 (View point)를 바꿔야 합니다. '납기'문제에서 관점을 '가격'으로 바꿔볼 수도 있고, '품질'문제에서 '납기'로 바꿔볼 수도 있겠죠. 비즈니스 협상에서는 얼마나 치밀하게 잘 준비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시뮬레이션을 미리 해보느냐가 정말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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