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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존재의 증명: 비즈니스의 본질

"왜 내가 여기 있어야 하는가?"

by 김종혁 강사


"왜 내가 여기 있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모든 기업이 자신에게 던져야 할 가장 근본적인 화두입니다. 단순히 매출과 마진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그 시장 생태계 속에서 자신이 그 위치에 존재하는 이유를 명확히 증명해내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도태되기 마련입니다. 개인도 마찬가지겠죠?


오늘 교육에서 한 교육생께서 던진 질문이 제 귀에 계속 맴돕니다. "이미 견고하게 구축된 밸류체인 속에서 우리가 새롭게 진입해 '높은 마진'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겉으로는 단순한 시장 진입 전략에 관한 질문처럼 보였지만, 사실 이 물음 속에는 비즈니스의 본질을 간과하는 착각이 숨어 있었습니다. 비즈니스의 존재 가치는 '내가 얼마나 높은 마진을 취할 수 있는가'가 아닌, '고객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가'에서 출발하겠죠. 특히 B2B 시장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고객사가 직면한 불확실성, 비효율, 리스크라는 고통(Pain Point)을 해소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할 때, 비로소 시장과 고객은 그 중간자의 존재 이유를 흔쾌히 인정하고 돈을 지불할 겁니다.


14년간 기업교육 생태계에 있으면서 어쩌다 한번씩 목격하게 되는 어이없는 현실이 있습니다. 이 시장에 넘쳐나는 수많은 교육 기획사, 에이전시, 중개 플랫폼 중 일부가 사실상 '존재의 이유'가 전무한 채 운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강사와 기업 사이에 끼어 '연결'만 해주고 커미션만 챙기곤 합니다. 교육이 시작되기 전 고객의 니즈도 모르고, 강사에게 제대로 전달도 하지 않고, 교육 현장의 준비도 안해주고, 참가자들의 반응과 몰입도를 직접 확인하지도 않고, 교육 후 실질적인 효과 측정과 피드백도 수집하지 않고, 자신들의 가치를 "우리는 좋은 강사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한다"는 단순한 정보 비대칭성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엔드유저와 콘텐츠 제공자 사이의 정보가 투명해지는 디지털 시대에 이런 얕은 중개 역할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없겠죠.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중간자들은 대개 빠르게 사라지거나 대체되곤 하더라구요.


이런 문제는 비단 기업교육 시장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모든 산업의 대리점, 유통사, 에이전트, 중개인, 플랫폼 기업들은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저 "우리가 중간에 있으니까 우리를 통해야 한다"는 식의 관성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진정한 중간자의 가치는 단순한 '연결'이 아닌 '문제 해결'에 있겠죠. 제조사와 소비자 사이에 있는 유통업체라면, 단순히 물건을 옮기는 것을 넘어 재고 관리의 효율성, 물류 최적화, 지역별 특성화된 마케팅 전략, 접점 감소, 편리함, 소분화, 지불수단의 다양성 등 양측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솔루션을 제공해야 합니다. IT 솔루션을 중개하는 파트너사라면, 단순히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비즈니스 맥락에 맞는 커스터마이징, 구축 후 안정적인 유지보수, 지속적인 기술 교육 등의 가치를 더해야 하겠죠. 물류 업체라면 단순한 운송을 넘어, 전체 공급망의 가시성 확보, 국제 규제 대응, 리스크 관리 등의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들 모두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고객에게 명확하게 주장하고, 내색하며, 끊임없이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것도 일회성이 아닌, 비즈니스 관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왜 당신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언제든 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반도체 물류든 기업교육이든, 모든 비즈니스는 결국 '왜 내가 여기 존재해서 돈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은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가 될 수 없습니다. 이윤은 가치 창출의 결과물이지,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거짓 가치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가치 없이 중간에서 수수료만 챙기는 기업들은 입지를 잃어갈 것입니다. 과거에는 정보 비대칭성을 이용해 중간 마진을 취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고객들이 매우 매우 똑똑해졌습니다. 그들은 묻습니다. "당신이 중간에 있음으로써 우리가 얻는 가치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결국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반면, 고객의 문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자신의 문제처럼 해결해주는 기업들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될 겁니다. 이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더 이상 '수수료'가 아닌 '가치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인식됩니다. "나는 누구의 어떤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해주는 존재인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존재의 이유'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의 유일한 길입니다.


당신의 존재가치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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