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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창범 Jan 18. 2016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실화에서 신화로 갈 수 있을까?

어떤 실화는 종국에 신화가 되기도 한다. 신화가 갖추어야 할 요건만 충족된다면 그렇다. 신화도 일종의 이야기이므로 잘 만들어진 스토리텔링의 방식을 따른다. 레버넌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로 만들어지고 주인공인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가 골든글로브에 이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신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할까? 약간 뭔지 모르겠지만 20% 부족하다. 일단 스토리텔링의 성공 공식을 한번 살펴보자.  


첫째, 탄탄한 구조 - 재미있는 이야기는 구조부터 다르다. 처절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주인공을 보면서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쥐고 영화에 몰입한다. 하지만 몰입 이후 영화관을 벗어나면 그냥 홀가분한 느낌만을 가질 것이다. 영화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분명한 메시지가 느껴지던가? 복수야 말로 생존의 조건? 메시지를 담지 못하는 구조;;;  이건 아니다.  

 둘째, 등장인물의 명확한 설정 - 주인공과 적대자의 캐릭터가 명확해야 한다. 이 부분은 톰 하디가 악역으로 연기한 존 피츠제럴드의 역할로 기대 이상이었다. 톰 하디의 능글능글한 언어구사에 매료될 정도였다.  

 셋째, 반전이 가져다주는 묘미 - 관객은 의외성, 어긋난 결과에 열광한다. 그런데 이 부분도 약간 애매하다. 이 영화에서 반전은 그 어디에도 없다. 죽을 놈은 죽고 살 놈은 산다는 정도;;;  
넷째, 비극을 이용한 공감대 형성 - 관객은 희극보다 비극적 소재에 더 공감한다. 수도 없이 죽을 뻔하는 주인공의 비극적 상황, 동료에 의해 아들도 죽고, 자신도 죽임을 당할 뻔한 상황이 비극적 요소를 더 한다.  

다섯째, 아이러니의 활용 - 관객은 알고 주인공은 모르는 아이러니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미안하게도 이 영화에는 아이러니가 없다. 혹평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좀 그렇다는 이야기다. 


다섯 가지 공식 중에 세 가지가 그저 그런데도 이 영화를 본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것은 장대하게 펼쳐지는 감탄스러운 자연과 극한의 생존조건 그리고 그 엄혹한 조건에서도 살아남아야 하는 인간 존재에 대한 생각들일  듯하다. 자연 그대로의 날 것은 아름다우면서도 공포를 가지고 있다. 감독은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피를 보는 느낌의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고 사실 어느 정도 성공했다.  


배신과 복수에 대한 이야기는 동물의 세계에도 있는 것일까? 오직 인간만이 느끼는 감정일까? 백인들은 인디언들을 동물 취급하지만 한 인디언 부족 추장은 끊임없이 자신의 딸을 찾기 위해 추격하고 죽이기를 멈추지 않는다. 영화 말미에서 피츠제럴드는 시니컬하게 고작 복수 때문에 그 먼길(4천 킬로미터의 여정)을 쫓아왔냐고 묻는다. 


신화가 될 뻔하다가 만 것이 이 지점인듯하다. 배신과 복수 이외에 다른 이야기가 빈약했다는 것. 물론 아들에 대한 사랑(추장의 딸에 대한 사랑)이 있긴 했지만 설득력이 약했다.


각색을 좀 더 주도면밀하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나 같으면 주인공의 아들은 좀 더 나이 어린 사람에게 맡길 것이고 그 외모도 혼혈의 느낌을 분명하게 주었을 것 같다. 존 피츠제럴드가 휴 글래스를 거의 죽음에 이르게 실신시킨 순간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고 황급히 도망가고, 아들은 인디언들에게  납치당하는 설정이었으면 어땠을까? 인디언들로부터 아들을 구출하고 집요하게 피츠제럴드를 죽이기 위해 쫓아가는 설정이었다면 아이러니에 대한 문제도 조금을 풀렸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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