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시를 쓰면 좋겠어요

언제나 시인이었던 시인에게

by 김동현

당신은 친구가 시를 쓰기 시작해서 그렇게도 기뻐했지요. 나는 당신이 새로이 시를 쓰면 좋겠어요. 주머니 속의 신이 당신에게서 튀어나오기를 바라요. 송곳이 되어 씨줄과 날줄 사이를 비집고 나오시거나, 아예 액체가 되어 모두 적시고 담가 안팎의 구별을 없애버리시기를, 기원해요.


당신의 시집을 주문했어요. 이번 쇄는 몇 권 안 남은 것 같더군요. 알라딘에는 등록이 안 된 것 같고, 교보문고에선 품절이에요. 20년 만에 다시 찾은 예스24에서 간신히 발견했어요. 당신이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이라고 했던 인세라는 돈이 두 권만큼 입금될 거예요.

저는 인세라는 게 참 중요한 돈이라는 생각을 해요. 저는 아직도 십여 년 전에 밴드 프로필을 촬영하며 받았던 십만 원과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사진 작업을 하러 제주도로 갈 때 치유공간 이웃이라는 곳에서 받은 삼십만 원을 기억해요. 그 돈을 받고서야 자기소개서에 다큐멘터리 사진가라는 말을 쓸 수 있었어요. 입금된 인세를 보면서 무려 시로 돈을 버는 시인이라는 사실을 떠올리시면 좋겠어요.


우리가 만났을 때 이야기한 것처럼 시집 두 권 중 한 권은 선물용이에요. 책방에 오는 분들 중에 당신의 시가 어울리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아직 시를 읽지 않았지만, 당신과 이야기를 했어요. 당신이 티스토리에 올린 글을 읽었어요. 시도 당신일 거에요. 그럼 좋은 시겠죠.

좋은 선물을 장만하게 됐어요. 고마워요.


치유공간 이웃이라는 곳에서는 생일모임이라는 걸 했어요. 세월호 희생자의 일상을 기억하는 분들이 모여 그의 생일에 그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어요. 저는 그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했고, 시인들은 스스로 희생자가 되어 시를 썼어요. 많은 시인들이 시를 보냈어요. 그날은 모두가 그 시를 낭송했어요. 그 시가 사람들을 바꿨어요. 마음이 움직이고, 곧 몸이 변해요. 그래서 생일모임 사진에는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유가족들의 표정과 몸짓이 크게 달라요. 그런 걸 기적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시는, 사치품이 아니라 생필품이었던 거예요.


당신의 글에서도 시는 생필품이었어요. 생필품이니까, 우리 간단하게 생각하죠. 필요하고, 만들 수 있으면, 만들자. 꼭 필요하다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어떻게든 만들자. 참 쉽죠?

저는 당신을 잘 몰라요. 두 번 만났고, 짧게 이야기했고, 선물을 주고 받았고, 글을 읽었어요. 이정도로 당신을 안다고 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이 글에는 제 얘기가 더 많아요.

당신의 시가 궁금해요. 예스24는 언제 보내줄까요. 시가 오면 시집 사진을 보낼게요. 언제나 시인이었던 당신에게 시가 차오르기를, 기원해요.



시인 조째즈를 만나고, 그의 티스토리 <20세기 통조림>에 올라온 에세이 '시를 다시 만난 M에게'를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