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평영의 늪

by 스윔키

전날 과음을 해버린 관계로

평소보다 30분 늦게 일어났다.


찌뿌둥한 몸을 겨우 일으킨 채로

기지개를 펴는둥 마는둥 하다가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었다.


오랜만인 모임 자리에서 들뜬 기운으로

술에 잔뜩 찌들릴대로 찌들려버렸지만,

그래도 수영가방은 미리 챙겨둬야 한다는

어떠한 의무감에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가방을 싸뒀는지는 아직 기억이 잘 나진 않는다.


7시 30분 정각,

나는 또 언제나 그렇듯

오래오래 수영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웃긴 상상을 하며 수영장으로 향했다.


지난주에는 며칠이나 미뤄서

수영일기를 썼었지만 오늘은 수영 다녀오고

바로 브런치에 기록을 해둬야지! 하는

작은 목표도 있었기 때문에

아무쪼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평소에 오던 분들이

한 분, 두 분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우리 수영장은

대부분 신혼부부 혹은 자녀를 한 명, 두 명 이상 둔

학부모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방학 때만 수영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아, 3월.. 개학 시즌이 시작되었구나.'


자녀가 아직 없는 나는

아직 어린 아이들의 시간 흐름이 확 와닿지는 않는다.



지난 시간에 처음 뵈었던 고인물 할머님과

수영 강습 첫 시간에 배웠던 선배 회원님

그리고 나.

세 명이 조촐하게 수영을 배우는 날.


오늘은 지난 강습 때 미리 예고되었던 것처럼

평영을 메인으로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본격적인 평영을 하기 전에

자유형 팔 돌리기 연습으로 몸을 풀었다.



260305 스윔노트


<강습 내용>

* 킥판 잡고 자유형 팔 돌리기 연습

* 킥판 없이 자유형 연습

* 킥판 없이 평영 연습

* 갈 때 자유형, 올 때 평영



<그 외 메모한 부분>

* 자유형 사이드킥 하며 팔 돌리며 호흡할 때 조금 더 짧고 깊게 들이마셔야 편안한 수영이 될 것 같다


* 자유형 할 때 머리는 중간에 딱 고정시킨 상태로 수영하려는 연습 꾸준히 잘하고 있는 듯하다


* 자유형 할 때 중간에 호흡 패턴이 엉키거나, 입에 물이 들어오거나, 호흡이 가빠지려고 하거나 등등 변수가 생기면 다시 침착하게 돌아와서 수영하려는 연습이 조금 적응된 것 같다


* 평영 할 때 발차기의 힘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발차기 연습을 꼭 잘해주어야 할 것 같다


* 평영 할 때 팔이 겨드랑이에 붙기 전에, 머리를 들어서 입으로 들이마셔야 템포가 늦지 않다. 두 손이 모아져 있는 상태에서 개구리 다리 해주기.


* 평영 할 때 발바닥과 발가락이 천장을 보게끔 찌른다 생각해 주고, 무릎은 모으고, 마지막에 엄지발가락 두 개를 모은다고 생각해야 앞으로 잘 나아간다. 발목을 당겨주는 연습, 무릎을 모으는 연습... 전체적으로 발차기 연습을 집중적으로 해야 할 듯하다



예상은 했지만 평영의 세계는 쉽지 않다.

접영은 더더욱 난이도가 높겠지만

일단, 나에게 주어진 과제만 생각하기로 한다.


평영 팔 연습, 발차기 연습을

지난주에 겨우 30분 해본 게 전부인데

바로 킥판 없이 평영 정석 영법을 해보라고 하셔서

사실 적잖이 당황했지만

의외로 자세가 나쁘지 않다는 평을 받았다.


누가 봐도 엉성하고, 어떤 타이밍에 숨을 쉬어야 하는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는 무지한 상태로 어안이 벙벙했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게 신기했다.


첫 바퀴가 어렵지, 두 바퀴 세 바퀴 네 바퀴

그리고 다섯 바퀴 정도 돌다 보니

어떻게 하는지 경미하지만 약간은, 아주 약간은 감 잡은 듯하다.


물 밖에서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발차기 동작이

왜 물 안에서만 정확하게 지켜지지 않는지

아직 의문이긴 하지만 말이다.


팔도 물을 가져오면서, 등을 물 위로 들어 올리고,

동시에 호흡을 들이마셔야 하고,

곧바로 발차기도 신경써야한다니 ... 으아

나는 제대로 평영의 늪에 빠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익숙해지고

적응되는 날이 오겠지?


아마 올 것이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다.



평영을 앞으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모든 걸 한 번에 다 잘하려고 하지 마라고 하셨다.


피드백받은 부분을 염두는 하되

조금씩 나아지도록 훈련해 보자는 것이

선생님의 목표이자 의견이었다.


한 바퀴 돌 때는 호흡만 연습해 보고,

두 바퀴째 돌 때는 호흡해 보면서 발차기도 살짝 집중해 보고

그런 식으로 이 영법을 통해

물과 더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늘리자는 것이었다.




'그래도 해야지 어떡하겠어요 회원님.

해야지, 또 해봐야지. 해보고 다시 해봐야지 아는 거잖아요'라는

선생님의 말이 오늘따라 귀에 콕 박혀서 마음을 헤집어놓았다.


그렇지, 해봐야지. 뭐든 해봐야 알 수 있는 게 인생살이지.

이렇게 의외의 순간에서 나는 또 인생을 배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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