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8일 토요일
오늘의 수영 일기.
6시 45분에 맞춰두었던 알람을 꺼버리고 5분만, 5분만 더... 속으로 외치다가 낌새가 이상해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7시 15분이었다. 어젯밤만 해도 자유수영 하러 갈 생각에 들떠있던 나는 어디로 가고 침대 속에서 잠과 타협을 할지, 잠을 이겨내 피곤함을 이끌고 수영장에 갈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두 다리가 이불을 차 버렸다. 일어나서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시고 거실의 암막 커튼을 치며 오늘 날씨를 확인했다.
'물속에 들어가기 딱 좋은 날씨군!'
그렇게 털레털레 수영장으로 향하는 나. 눈곱만 떼고 반쯤 풀린 눈으로 걸어가는 내 모습이 마냥 웃겼다. 업무 특성상 주말에도 일하는 나는 휴일이라는 개념이 딱히 없는데, 수영장으로 향하고 물 위에 떠있는 순간만은 나만의 휴일이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 그 시간을 가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았다. 아참, 그리고 지난번에 수영 끝나고 마신 커피 맛이 생각나서 텀블러를 들고 갔다.
보냉 기능이 있는 텀블러 안에 얼음 가득 넣어갔다. 개운하게 헤엄치고 나와서 수영장 한 켠에 위치한 자판기에서 연한 아메리카노 한 잔 딱 남아 먹으면 딱일 듯했다. 크.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주말이라 주차장도 고요하고,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에도 사람 한 명 다니질 않았다. 산뜻하게 시작하는 토요일의 이른 아침. 피곤한 기색은 역력했지만 정신은 점점 또렷해져 갔다.
지난주만 해도 벚꽃 잎이 휘날리기 바쁘더니 푸릇해진 동네의 모습을 보니 마음까지 환해졌다.
팟캐스트를 들으며 수영하러 가는 길과 또 수영하고 나오는 길에 나의 '결핍'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의 결핍은 대부분 10대에 한 번에 몰려왔다. 20대에는 내가 가진 결핍을 다른 무언가로 채우려는 욕심이 가득했던 것 같고, 30대에는 그 결핍쯤은 아무것도 아니며 스스로 어떤 방법으로든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마다 결핍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를 떠올려본 오늘.
34세가 된 지금의 나는 이전에 결핍들은 대부분 해소가 되었다. 해소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별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일과 좋아하는 행위들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결핍을 자연스레 잊게 되었다. 수영도 그중 하나다. 새삼 수영이라는 운동에게 고마워지는 하루.
지난주에 한 레인을 사용하며 부딪혔던 분과 샤워장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혹시나 나를 기억하지 못할까봐 먼저 인사하지는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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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418 스윔노트 - 자유수영
* 킥판 잡고 자유형 발차기 연습
* 킥판 잡고 자유형 사이드킥 연습
* 킥판 잡고 자유형 팔꺾기 연습
* 킥판 없이 자유형 연습
* 킥판 없이 배영 발차기 연습
* 킥판 없이 배영 팔돌리기 연습
* 킥판 잡고 평영 발차기 집중 연습
* 킥판 없이 평영 팔 돌리기 집중 연습
* 킥판 없이 평영 집중 연습
* 킥판 없이 스타트할 때 웨이브로 시작해서 평영 연습
* 킥판 없이 접영 웨이브 집중 연습
* 킥판 없이 접영 시선 아래로 보는 연습
* 킥판 없이 접영 입수킥 출수킥에 집중 연습
* 자유형 연습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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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작들을 연습했는지 까먹을까봐 집에 오면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스윔노트를 적는다. 적고 보니 연습할 것들이 이리도 많다. 하이고.
수영을 한 뒤로 나의 부족함에 대해 떠올려본다. 그러나 그 부족함이 나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형태는 아니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건 꽤 기쁜 일이다. 가라앉아도 조금만 손 뻗으면 떠오르고, 또 가라앉아도 다시 손 뻗으면 떠오를 걸 알기에 성급하지 않게 꾸준히, 천천히, 가능하다면 최대한 느릿하게 내 몸이 물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다음주도 오수완을 외칠 나에게 오늘 하루도 파이팅을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