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s What Friends Are For

by 최은창



<That's What Friends Are For> by Dionne Warwick, Stevie Wonder, Whitney Houston and Luther Vandross



잊을 만하면 유튜브의 연관 동영상으로 올라오는 곡이다. 원곡은 로드 스튜어트의 버전이라고 하던데 나 역시 그걸 들어본 적은 없고, 이 라이브 영상으로 여러 번 보고 들어 알고 있다. 그만큼 이 네 명의 가수는 특별함이 있다. 스티비 원더는 물론이고, 휘트니 휴스턴에 루써 밴드로스라니 이름만으로도 엄청나다. 아니나 다를까 보컬 차력쇼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가창력으로 가득한데, 새삼 휘트니 휴스턴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엘튼 존, 글래디스 나잇, 그리고 스티비 원더와 함께한 디온 워익의 원곡이 있었다. 그 곡에다가 각 잡고 찍은 뮤직 비디오도 있는데, 그것도 그대로 충분히 멋있다. 나는 엘튼 존의 팬이니 아무래도 좀 더 호의를 가지고 듣게 된다. 스티비는 여전히 하모니카를 불고, 1985년의 디온 워윅은 한결 깨끗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위의 영상과는 고작 몇 년의 차이니까 아마도 컨디션이 좀 좋지 않았던 것 아닐까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사실 따져가며 듣지 않으면 아무 상관없을 만한 디테일이다.



<That's What Friends Are For> by Dionne Warwick, Elton John, Gladys Night and Stevie Wonder



어쩌면 그들의 건전가요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친구란 그런 거니까, 내게 언제나 기댈 수 있다는 걸 기억하고 언제나 웃고 빛나길,' 하고 바라는 것만큼 건전하고 올바른 가사가 있을까 싶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강제되지 않은 자발적인 창작이라는 것이다. 영상 속에서 보이는 엘튼 존의 연기가 살짝 간지럽기는 하지만, 영국 출신의 백인으로 느껴지는 이질감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과장된 감정을 내비친 건 아닐까 생각해보면 이해할 만 하다. 그에 비해 스티비를 바라보는 글래디스 나잇의 눈빛은 따뜻하기 이를 데 없다. 가족 아니면 가까운 친척을 대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인데,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생각해 보면 그들의 음악,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음악에서 종종 이런 태도를 발견하게 된다. 대중음악이지만 얼마간은 가스펠적인 영향이 느껴진다고 할까? 그 유명한 <We Are The World>를 들어봐도, 마이클 잭슨이 담당한 코러스 부분이나 레이 찰스와 스티비 원더가 오버더빙한 파트에서는 역력하게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강렬하게 드러난다.


오래전에 <We Are The World>의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게 교회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에 교회가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Ego의 향연일 수밖에 없는 수퍼스타들이 모여서 자신을 죽이고 세상을 향한 노래를 만들어 가는 것, 그걸 지켜보는 건 언제나 뭉클한 감정을 끌어내곤 한다. 스티비 원더나 마이클 잭슨과 같은 거대한 아티스트가 세상을 향해 치유의 노래를 부르는 것에 늘 경이로움을 가지고 있다. 아, 나 역시 탕자인 지 오래인 상태니 은근슬쩍 교회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지는 마시길.


<We Are The World> by Ray Charles



<We Are The World> by Stevie Wonder



스티비 원더의 커리어는 빛나지 않는 시기가 없지만, 그래도 이 음반 [Fullfingness' First Finale]가 나오던 때는 유독 특별하다. 1970년대 초중반의 스티비는 끝도 없이 명곡을 써 내려갔고, 그 곡들을 엮어 [Talking Book], [Innervision]과 [Songs In The Key of Life] 같은 음반을 완성해 냈다. <Superstition>,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Higher Ground>, <Living For The City>, <Don't You Worry 'Bout A Thing>, <Boogie On Reggae Woman> 등등, 그의 창조성은 무한해 보였다.



<Heaven Is 10 Zillion Light Years Away> by Stevie Wonder



건반과 드럼을 능숙하게 다루던 스티비와는 다르게, 마이클 잭슨은 음반에 녹음할 만큼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없었다. 악보를 잘 읽고 그렸는지조차 알 수가 없는데, 아마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음악은 그의 머릿속에 가득했는데, 멀티트랙 레코더가 그에게는 악기가 되어주었다. 비트를 노래하고, 하모니를 여러 겹의 보컬을 쌓아 완성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각자의 음악적 도구는 달랐을지 몰라도 둘 사이에는 세상을 향한 공통적인 메시지가 있었다.



<Heal The World> by Michael Jackson



군부 독재하의 우리나라에서는 음반 끝에 한 곡씩 건전가요를 실어야 했다. 아직 초등학생에 불과했던 나는 좋아하는 가수의 테이프를 살 때마다 꼭 마지막에 안 어울리는 한 곡이 들어 있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음반은 원래 그런 건가, 하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질적인 느낌을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도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는 건 가수가 자기의 스타일대로 받아들여 녹음한 곡들이었다. 이문세 음반 뒤의 <어허야 둥기둥기>는 그렇게 기억에 남았다. 단 한 구절의 가사도 내 마음에 남아있지 않지만 '어허야 둥기둥기' 하는 추임새 같은 노랫말의 첫 자락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어허야 둥기둥기> by 이문세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은 암울했다고 해도, 들국화는 그들 나름의 방법을 찾아냈었다. 어쩌면 '그래, 이래도 뭐라고 할 거야?' 하는 비뚤어진 태도였을 것 같기는 한데, 그들은 강요받은 시대정신을 어찌어찌 노래했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푸르게 젊은 전인권의 목소리는 통렬하기 그지없는데, 1분 남짓한 길이는 우리가 원해서 부르는 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우리의 소원> by 들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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