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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창 May 25. 2015

조금의 서글픔

잡담



  오늘 미장원에 다녀왔는데, 지난 삼 년간 나를 반갑게 맞아주던 어시스턴트가 이번 주에 시험을 본다고, 그러고 나면 디자이너가 되고 아마 이 미장원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길 거라고 했다.

  딸아이의 이름을 기억하고 늘 안부를 묻는 게 고마와서 나도 이름을 외워두고는 볼 때마다 'oo 씨, 예뻐지셨어요'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하곤 했었다. 오늘은 다른 어시스턴트가 내 머리를 말리고 있었는데 '제가 할게요' 하면서 다가와서는 말을 걸더라. 처음에 '이번 주에 저 시험 봐요'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할 때는 무슨 뜻인지 잘 몰랐는데 잠깐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작별 인사였던 것 같았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겨우 미장원에 가니까, 그 사이에 직장을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는.

  난 미장원을 가는 걸 늘 조금 힘들어하는데,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시력이 지독히도 나빠서 안경을 벗어야 하는 상황을 겪고 싶지 않다는 것도 그중 하나. 예를 들어 수영장이나 공중 목욕탕... 그리고 미장원. 그래서 마음에 썩 들지 않아도 익숙한 미장원이라면 계속 다닌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계속 다닌 이 미장원은 '아주 만족은 아니나 이만하면 괜찮은 정도'였다. 그런데 선생님과 어시스턴트가 같은 시기에 바뀌게 되는 상황을 다음 달부터 겪게 된다는 얘기다(선생님은 현재 만삭이라 잠시 쉬실 예정). 처음에는 그게 싫은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오늘 내내 무언가 약간 서글픈 느낌이 드는 게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이 내 뜻과는 무관하게 뚝, 하고 끊겨버릴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서글픔이 있다. 아주 친하거나 가까운 관계라면 다르겠지. 이사를 가도 가끔씩 찾아가 만날 수 있을 테니. 하지만 이렇게 느슨한 관계라면 속수무책이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인생을 사는 것이고 나 또한 그렇다. 그렇게 서로의 인생에 슬쩍 걸쳐있다가 사라져간다. 내가 그 어시스턴트를 다시 만날 일이 있을까?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먼 관계의 사람들에게 더 친절한 걸까?

  그런 생각을 하자면 조금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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