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를 한창 잘 읽고 있던 중이었다. 왠지 마음에 걸리적거리는 게 느껴져서 이미 지나친 '추천의 말'을 다시 읽었다. 덤덤하게 잘 읽히던 본문과 다르게 '추천의 말'은 지독히 싫어하는 말투여서 도대체 누구신가 검색해 보기까지 했다. 그분이 1940년 생이라고 하니 얼마간 납득은 갔다. 뭐 그건 그렇고,
그 뒤 '작가의 말'을 지나고 본문이 시작되기 직전, 마지못해 작은 글씨로 씌여진 '일러두기'를 발견했다. 이 책은 벌써 오래전에 발간되었던 <한창훈의 향연>의 개정판이라는.
그러고 보니 얼마전 읽은 <헤밍웨이의 작가 수업>도 원제는 <With Hemingway : A Year in Key West and Cuba>였다.
이쯤하면 누가 이 책들을 사서 읽는지 출판사는 빤히 알고 있는 모양이다. 나같은 작가 지망생들이 이 시대에 남은 유일한 독자들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연주자들만 찾아 듣는 재즈와 너무 똑같지 않나 싶어 서글퍼진다.
재즈건 소설이건 도무지 요즘 시대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가지에 목을 매고 있는 자신이 때때로 딱하다 싶습니다. 내 취향이 시대와 불화를 겪는 거야, 내 잘못은 아니지, 하고 혼잣말을 해보기도 합니다만. 아, 책은 두 권 다 잘 읽었습니다. 딱히 글쓰기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좋은 책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