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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창 Jan 30. 2024

Close To You/Never Say Goodbye

Stevie Wonder

https://youtu.be/-c3N_0a_WJc



아주 오랜만에, 예전에 썼던 브런치 글들을 쭉 읽어보았다. 지난 몇 년 간은 또 한 번의 방황을 겪었던 것일까, 뱡향을 잡고 한 길로 쭉 달려가던 것이 휘청이던 시간이었다. 자연스레 글을 읽는 것도, 쓰는 것도 멀어진 채 지냈다. 직장 때문이기도 했고, 코로나 때문이기도 했다. 


  더 이상 이대로 지낼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렇듯, 조직 안에 내 영혼을 갈아 넣는 것에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적지 않은 노력 -최선이었다고 믿는다-을 쏟아부었고, 적지 않은 성과도 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지금 같은 삶을 계속 살아야 한다면, 을 스스로에게 물어보니 지속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명색이 교수였다, 그것도 예술계의. 수많은 동료며 후배들이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시기를 나는 상대적으로 무탈하게 지나갈 수 있었다. 물론 이런저런 이유로 빛 좋은 개살구 같은 계약서에 약속된 액수조차 제때, 다 받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월급이란 게 존재한다는 건 진정한 프리랜서로 한 달 한 달 메꾸며 살아가는 이들과는 다른 삶이다.


  김어준이 라캉을 인용하며 했던 얘기로 기억하는데,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이 있었다. 아마도 속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내가 그래도 재즈라는 음악을 붙들고 대한민국 땅에서 제법 작지 않은 성취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그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패대기치고 정글과도 같은 프리랜서의 삶으로 뛰어들 용기가 없었다. 참 신기하게도 내가 지금의 직장인 학교를 때려치우지 못하는 이유는 혹시라도 나중에 후회할까봐가 칠십 프로 정도, 남들은 이 자리를 그렇게 원하는데 하는 마음이 삼십 프로 정도였다. 교수 사회 안에 들어온 나는 이게 얼마나 허상인지 알고 있지만, 밖에서 바라보는 이들은 다른 상상을 한다. 하지만 내가 이 자리에 머물러 있는 한 나는 그들의 환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된다. 

  

  모든 것을 냉정하게 직시한 뒤, 이러이러한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학교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스스로 그런 마음의 결정을 내리는 데에 거의 이 년 가까이의 시간이 지났다. 수많은 불면의 새벽을 보냈다. 그랬기에 단호할 수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아니 예상보다도 학교는 힘이 없었다. 그들은 이미 계산을 마쳤으리라, 나를 내보내는 것 보다 학교 안에 붙들어 둔 채로 업무를 조정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음악을 듣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을 링크로 걸어두면 종종 그 영상이 저작권 관련한 이유로 더이상 볼 수 없게 되곤 한다. 내 글에 링크를 걸어둔 영상도 몇 개 그랬다. 이 곡, 이 영상도 과연 얼마나 버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건 음반으로 발매된 것도 아니고 그저 한 TV 쇼의 공연 영상일 뿐이니 기록 삼아서라도 남겨졌으면 싶다.


  <Close To You>는 카펜터스의 곡으로 내 머릿속에 박혀있는 곡이다. 어린 시절, 씨디를 사야 내가 원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던 때에 아주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었다. 내가 라디오에서 들으며 좋아했던 곡이 여럿 담겨있는 컴필레이션 씨디를 사는 것으로. 지금 돌이켜보면 정식으로 라이센스 발매된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운, 정체불명의 카펜터스 베스트 앨범을 샀었다. <Top Of The World>, <Superstar>, <Yesterday Once More> 같은 곡들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물론 <Close To You>도.




  Why do birds suddenly appear
  Every time you're near

  당신이 가까이에 있을때면 왜 새들이 문득 나타나는 걸까요, 하는 가사에 나는 또 한 번 무너진다. 아마도 새들은 늘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당신의 곁에 있을때 마치 잠자고 있던 나의 모든 감각이 깨어나는 것 같은 경험을 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같은 일상도 새롭게 느껴진 게 아닐까. 

 

  Talkbox라는 이펙터는 조금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긴 튜브를 입에 물고 노래해야 한다. 나오는 소리는 로봇의 목소리같다. 어느 쪽으로 보건 진지함과는 거리가 먼 소리다. 아니나다를까, 쇼를 진행하는 데이빗 프로스트는 재미있다는 듯 싱글싱글 웃고 있다. 하지만 나는 또 울컥, 하고 만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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