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den, Garbarek, Gismonti
"에디 히긴스는 어때요? 저는 듣기 좋던데." 하는 말을 들었고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멈칫했었다. 내가 추천한 빌 에반스의 <Autumn Leaves>를 듣고 나니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에디 히긴스의 버전을 그다음으로 들려주었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경로로 몇 번 듣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연주였는지 흐릿한 기억조차 남지 않았다.
다시 들어보니 여전히 명쾌한 프레이즈에 딱히 흠잡을 데 없는 좋은 연주이다. 재즈 피아노 트리오가 스탠더드 곡을 연주한다면 아마도 이렇게 연주하지 않을까? 하는 예측을 매 초마다 확인해 주는 듯한 느낌이다. 굳이 흠을 잡듯 말하자면 스테레오타입에 갇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 정도일 뿐, 피아노도 베이스도 드럼도 막힘없이 술술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스스로 2.5류 뮤지션이라고 믿고 있는 내가 -2류 뮤지션이라기에는 왠지 조금 모자란 것 같고, 3류라고 하기에는 울컥하는 기분이 든다- 타인의 연주에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연주는 제법 매끈하다. 누가 내게 저런 연주를 해낼 수 있냐고 묻는다면 움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들의 음악은 듣는 이들 각자의 삶에 배경음악으로 충실히 기능할 것이다.
https://youtu.be/h3IlZmuhU48?si=la2pTAO0pBw9TJaz
하지만 '그래도 굳이 재즈를 듣는다면 다른 음악도 많을 텐데' 하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다. 아마도 감정의 깊이 같은 것의 차이를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빌 에반스의 연주를 추천한 건 그의 음표 뒤에 존재하는 그의 거대한 슬픔 같은 감정의 벽을 맞닥뜨리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에디 히긴스의 음표 너머에도 무언가가 존재할 테지만, 아직 내게는 그만한 크기로 와닿지 않았다. 기분 좋고 산뜻한, 예쁜 멜로디와 사운드의 연속이었지만.
https://youtu.be/2th9PAy8o8U?si=q-jT-SyFsY5B1gN0
그렇다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숨을 조금 낮게 쉬게 되는 그런 연주는 어떤 게 있었을까? 슬쩍 뒤져보다가 이내 이 음반의 제목을 보고는 '그래, 이런 음악이 있었지' 하면서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이 음반을 수도 없이 들으면서 나는 나직한 한숨을 쉬었었다. 찰리 헤이든, 얀 갸바렉, 에그베르토 지스몬티의 [Magico] 말이다.
https://youtu.be/8A-DE0_mNcA?si=T7LpWadLeeCsxiwO
https://youtu.be/4JZJSthaMd0?si=uIHv4AYG0iUY29Q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