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어디 있니?”
엄마의 목소리에서 뾰족하게 뿔이 돋아나는 중이었다. 하지만 무언가에 몰두해있을 때의 파블로에게는 그게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정도의 문제라면 모두의 가정에 있다.
"네, 엄마. 제 방에 있어요."
"시간이 늦었다, 빨리 씻고 잠자리에 들어야지?"
"조금만 더요, 지금 한참 재미있단 말이에요."
"그러면 십 분만 더 놀고 잘 준비 하자."
"네, 십 분만요. 코끼리만 마저 그리면 돼요.”
하지만 만 네 살의 아이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파블로는 십 분이라는 시간의 길이를 몸으로 느끼지 못했다. 결국 파블로의 어머니는 몇 번의 말싸움 뒤에 단단히 화가 나고 말았다. 그 목소리에는 마치 양의 것처럼 단단한 뿔이 완연히 돋아 있었다.
"얘! 파블로 디에고 호세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후안 네포무세노 마리아 데 로스 레메디오스 시프리아노 데 라 산티시마 트리니다드 마르티르 파트리시오 클리토 루이스 이 피카소(Pablo Diego José Francisco de Paula Juan Nepomuceno María de los Remedios Cipriano de la Santísima Trinidad Martyr Patricio Clito Ruíz y Picasso)야! 엄마 말 안 들을래?"
그가 <게르니카>와 같이 거대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다.
1881년 당시 스페인의 출생 신고서는 어떤 모양이었을까? 과연 충분한 공간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