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표정, 낯 익은 표정이다. 두 눈썹을 약간 당겨 미간에 주름을 잡는다. 입꼬리는 평행에서 아주 조금만 아래를 향하고 있다. 허리도 살짝 구부러져 있다. 별다른 관심도 없는 재즈 밴드에게 눈길을 주는 척 하며 한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 말하자면 그녀의 마음 속이 복잡한 것이다.
몇 년 전, 나의 그녀도 한참을 저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더니 영문도 모르는 나에게 말했었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
저 앞의 남자 역시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오늘이 아니라 해도 이제 곧, 얼마만 지나면 저 여자가 난처한 표정을 가득 담아 이야기할 것이다. 나, 아니 우리, 아무래도 힘들것만 같아.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남자는 영문을 모르는 채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를 반복할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테이블 위의 찻잔을 따라 기다란 왼손 검지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미안해, 자기 좋은 사람인 거 아는데, 하지만 우린 아닌 것 같아. 잠시 후 한 번 더 여자가 확실히 매듭을 지을 것이다. 그럼 먼저 일어날게.
남자는 따라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조금 숙인 채 종종걸음으로 문을 향해 걸을 것이다. 스니커즈를 신은 탓에 발자국 소리마저 별로 나지 않는다. 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나는 법이고 현실감이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한 남자의 인생을 뒤흔들어 놓고는 사라져간다. 그런 것이다, 연애의 종말이란 것은.
작년쯤인가, 이태원의 한 재즈클럽에서 연주할 때 유난히 권태로워 보이는 커플을 보고는 쉬는 시간에 급히 아이폰 메모장에 써두었던 글입니다. 하지만 그 커플은 이내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나갔고 제겐 이 글이 남았습니다. 이 메모를 가지고 Breaking Up이란 곡의 가사를 썼는데 아직 녹음되어 있지 않아서 들려드릴 수가 없네요. 아마 여름에 신곡 녹음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