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나오는 사람

by 제이비


그 사람이 내 얼굴을 쓰다듬는다.
나는 그를 보며 옅게 웃는다.
그는 나를 간호하는 듯하다.
왜 이 사람이 나를 간호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얼굴이 옛 연인의 얼굴로 바뀐다.


눈을 뜬다.
슬픈 표정을 짓던 옛 연인의 표정이 천장에 잔상으로 남는다.
침대 가장자리를 더듬어 휴대폰을 찾고 시간을 확인한다.
의식이 완전히 돌아온다.


꿈에 나온 낯선 사람은 누굴까.
평소 관심도 없던 연예인일 때도, 스치듯 인사만 나누던 동료일 때도 있다.
그리고 현실에서 그를 다시 보게 되면 혹은 TV 속에서 마주치면

괜히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껴진다.
없던 관심이 생긴다. 물론 며칠이면 사그라든다.
옛 연인의 표정도 더는 궁금하지 않다. 잘 살고 있겠지.


꿈에 나오는 사람이 랜덤이어서 다행이다.

이별 후 옛 연인이 그리워 계속 같은 꿈만 꾼다면,

매번 눈을 뜰때마다 이별의 감정을 느껴야 한다면, 고문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박정현이 부른 '꿈에' 라는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다.

(박정현이 부를때마다 감탄은 하지만...)


이건 꿈인걸 알지만 지금 이대로 깨지않고서

영원히 잠잘수 있다면 날 안아주네요. 예전 모습처럼

그동안 힘들었지 나를 보며 위로하네요

(중략)

또다시 보내기 싫은데 보이지 않아요

이제 다시 눈을 떴는데 가슴이 많이 시리네요

고마워요.사랑해요 난 괜찮아요 다신 오지 말아요


끝 부분에서도 말하고 있다. 다신 오지 말라고. 이건 진짜 '나'를 위한 말이다.

눈을 뜨면, 침대 위에서 그를 위한 장례를 치뤄야 하는 끔찍한 현실과 마주해야 하니깐.


말 한마디 나누지 않은, 얼굴만 아는 사람이 날 위로하고,

나와 좋은 시간을 보내는 꿈을 꾸고 나면 무언가 나만의 비밀이 생긴 기분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잠시 동안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진짜 감정을 느꼈기에 기분이 좋을 뿐이다.


비밀은
여름밤,
혼자 몰래 꺼내 먹은
자두 맛.
그 맛이 그리워

모두가 잠들기를 조용히 기다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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